[DA:인터뷰①] 윤현민 “미니시리즈 첫 주연 부담? 매순간 간절했다”

입력 2017-12-09 07: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DA:인터뷰①] 윤현민 “미니시리즈 첫 주연 부담? 매순간 간절했다”

배우 윤현민에게 야구 선수 시절은 실패를 맛보게 한 아픈 구석이다. 7년차 배우지만 여전히 야구 선수로 지낸 세월이 더 많은 사람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에게 연기와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묻는다면 “매작품, 매순간이 소중하다”고 간절함을 담아 대답한다.

“야구 선수 시절, 실패를 통해 얻은 건 강한 정신력이었어요. 프로선수 무대로 가보니 저는 우물 안 개구리였고 주눅들다보니 자연스럽게 부상을 입었죠. 당시에는 부상을 이겨낼 정신력도 없었어요. 그래서 관둔 것이죠. 야구 선수로서 실패한 이유를 알고 배우로 전향했을 때 저는 서른 살 후반, 마흔 살 때쯤 윤현민이라는 이름 석 자를 알리면서 조금씩 일을 넓혀가자고 마음 먹었었어요.”

윤현민은 “유명한 연예인을 꿈꾸지 않았다. 단지 이 일마저도 실패하지 않기를 바랐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지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많이, 빠르게 성장한 거 같아요. 감사할 뿐이죠. 정경호 형과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눠요. 떳떳하게 제 직업을 말하려면 한 분야에 10년 이상 버텨야한다는. 저는 연기자로서의 삶보다 야구선수로서의 삶을 더 오래 살았는데 아직 자격이 안 되죠. 연기 공부를 하는 게 맞고, 연기 수업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어요. 정말 다행인 건 이 일로 밥벌이는 하고 있다는 점이요. 한편으로는 그렇지 않았다면 어땠을까를 상상해보죠. 저희 집안에서 제가 큰 짐이 됐을 거 같아요.”


종영된 KBS2 드라마 ‘마녀의 법정’은 윤현민의 입지를 더 단단하게 만든 작품이다. 주중 미니시리즈 남자주인공으로서 시청률을 견인했고, 여진욱 검사로 분해 호평 받았다. 그는 “오히려 주변에서 더 난리였다. 일부러 의미를 더 두지 않으려 했다”고 칭찬에 화답했다.

“주변에서 ‘네 인생에 중요한 순간이야’ ‘이번에 어떻게 하는지에 달려있다’ 이런 말을 많이 하셨어요. 사람인지라 몸에 힘이 들어가더라고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제 인생에 중요하지 않았던 작품이 없었더라고요. 매순간, 작은 역할을 맡았을 때도 소중했거든요. 이번에 소화하지 못하면 ‘나는 굶어야해’라는 각오로 활동했죠. ‘마녀의 법정’도 똑같았어요. 그 이상으로 의미를 두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이에 윤현민은 인생 캐릭터, 인생 작품을 쉽게 꼽지 못했고 “터닝 포인트라 함은 JTBC ‘무정도시’(2013)”라고 지금의 윤현민을 있게 한 작품을 이야기했다.

“역할 비중을 떠나서 확실하게 터닝 포인트였던 작품은 ‘무정도시’였어요. 이후‘감격시대’ ‘순정에 반하다’ ‘연애의 발견’ 등을 계속 할 수 있었거든요. 감독님 미팅을 할 때마다 ‘무정도시’ 때부터 저를 계속 지켜보고 계셨다며... MBC에서 신인상을 받았을 때도 ‘무정도시’ 감독님에게 전화 드려서 감사하다고 말했죠.”

윤현민에 따르면 2017년은 안도할 수 있었던 한 해였다. 배우로서 잘 되는 작품을 만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걸 연차가 더해짐에 따라 체감하고 있지만 그는 OCN ‘터널’과 KBS2 ‘마녀의 법정’으로 모두 좋은 성과를 냈다. 특히 ‘마녀의 법정’은 아동과 여성을 표적으로 한 범죄를 다뤘고 윤현민 다른 때보다 더 진심을 담아 연기했다. 인간적으로도 성숙할 수 있는 계기였다.

“연기자가 아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아동 성범죄, 너무 마음이 아프잖아요. 인간의 밑바닥을 보는 사건이니까요. 여진욱을 연기하면서 머리가 아프더라고요. ‘마녀의 법정’ 시청자 중에도 피해자가 있을 수 있으니 더 조심스러웠죠. 진정성 있게 다가가려고 했습니다."


극 초반, 기승전‘연애’로 극이 흐지부지 끝날 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받기도 했지만 다행히 ‘마녀의 법정’은 마이듬(정려원) 검사와 여진욱의 관계를 산뜻하게 다뤘다. ‘연애의 발견’ ‘순정에 반하다’ 등으로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낸 윤현민에게 ‘마녀의 법정’식 로맨스는 새로운 변신이기도 했다.

“작가님은 제가 ‘마녀의 법정’ 출연 제의를 거절할 줄 알았다고 하세요. 저한테 로맨틱 코미디 하고 싶지 않느냐고 물으셨거든요. 왜냐하면 ‘마녀의 법정’에서 여진욱은 보통의 드라마와는 다르게 여자인 마이듬이 로맨스를 이끌고 남자인 여진욱은 그녀의 쾌활함을 조금은 눌러주는 위치거든요. 그냥 저는 ‘대본 때문에 출연해요’라고 말씀드렸죠. 안 할 이유가 없는 대본이었거든요.”

그러면서도 “로코에 대한 갈망이 있다”며 차기작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했다.

“솔직히 ‘마녀의 법정’을 선택하기 전에는 로코에 대한 갈망이 있었어요. ‘노팅힐’ ‘연애의 온도’ 같은 작품을 좋아하거든요. 현실 로맨스요. 제가 출연했던 ‘연애의 발견’ 같은 작품을 다시, 더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아직 차기작이 정해지진 않았어요. 몸을 추스르고 본격적으로 글을 보려고요.”

사진=제이에스픽쳐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