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②] ‘신과함께’ 하정우 “먹방으로 소비되는 느낌도 들어”

입력 2017-12-30 08: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하정우는 ‘먹방’의 대표 아이콘으로 불린다.

시작은 영화 ‘황해’였다. ‘황해’는 범죄 스릴러 장르로 거칠고 어두운 영화였지만 개봉 이후 하정우의 ‘먹방 짤방’으로 온라인상에서 크게 화제가 됐다. 김, 핫바, 국밥, 감자 등을 야무지게 먹은 하정우의 장면은 각종 패러디를 낳았다. 하정우의 전작 ‘멋진 하루’의 햄버거, ‘비스티 보이즈’의 닭꼬치, ‘추격자’의 초콜릿, ‘용서받지 못한 자’의 킹크랩, 심지어 무명 시절 출연한 대하드라마 ‘무인시대’의 백숙 먹방까지 재발견(?)됐다.

이후 하정우의 먹방은 별책부록처럼 극의 재미를 더하는 소소한 요소로 작용했다. 하정우는 ‘범죄와의 전쟁’에서는 크림빵을, ‘아가씨’에서는 복숭아를 먹었다.


2017년 겨울 대전에서 나란히 1위와 2위를 달리는 영화 ‘신과함께-죄와벌’과 ‘1987’에서도 하정우의 먹방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심지어 두 작품 모두 하정우의 등장 장면이 ‘먹방’이다. 저승 삼차사 가운데 강림을 연기한 ‘신과함께-죄와벌’에서 하정우는 장례식장에서 육개장을 먹는다. 한 숟갈 뜨다 고개를 저으며 “나도 이건 못 먹겠다”고 말한다. 다른 배우였다면 별 느낌 없겠지만 ‘먹방’의 대사 하정우가 내뱉으니 웃음을 유발하는 하나의 포인트가 된다.

‘1987’에서는 하정우가 술을 담은 병을 ‘핥는’ 모습이 정지된 채 그려진다. 소개 장면부터 남다르다. 병을 핥던 서울지검 최 검사, 하정우는 자장면을 집어 든다. 해당 장면에서 검사와 경찰의 치열한 대립도 긴장감 넘치지만 하정우의 ‘자장면 먹방’도 묘하게 몰입을 높이는 데 한 몫 했다.

하정우는 “‘신과함께-죄와벌’에서는 저승사자의 인간적인 면을 봐달라는 사인이었던 것 같다. 저승사자의 현실적인 모습을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사외전’ 이일형 감독이 ‘1987’을 보고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 자장면 장면이었다고 하더라. 내가 자장면을 한 입 하느냐 안 하느냐 때문에 긴장감이 제일 셌다고 하더라”면서 웃었다.


술병에서 자장면으로 이어지는 장면은 실제로 ‘1987’의 첫 촬영 장면이었다고. 하정우는 “보통 첫 촬영의 첫 컷을 제일 많이 간다. 감독은 배우가 테이크 마다 어떻게 변주하는지 보고, 배우는 감독이 어떻게 디렉션을 하는지 간파하는 시간이다. 쓸데없이 많이 가곤 한다”면서 “‘신과함께-죄와벌’ 같은 작품은 특수효과가 많이 들어가는 작품이라 컷을 길게 갈 수 없는데 ‘1987’은 좀 자유로웠다. 서로 계속 변주하면서 촬영했다. 검사실에서 전화기를 부수는 것도 여러 방향으로 던져보곤 했다”고 현장을 떠올렸다.

계속되는 작품 속 먹방에 대한 하정우의 생각은 어떠할까. 그는 “먹는 장면이 한 번은 꼭 있는데 먹는 장면만 화제가 되는 것 같기도 하다. 감독님들이 나를 ‘먹방’으로 소비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