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②] ‘신과함께’ 감독, 쿠키 영상에 마동석 넣은 이유

입력 2017-12-31 14: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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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화 감독이 영화 ‘신과함께’의 선봉장이 된 건, 어쩌면 무모한 도전이었다. 단행본 8권에 달하는 원작 웹툰의 방대한 서사를 영화로 옮긴다는 것 자체가 모험. 주호민 작가의 단순한 그림체를 스크린에 구현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것이다.

김용화 감독이 ‘신과함께’의 영화화를 제안 받은 건 2011년이었다. 제작사의 삼고초려 끝에 ‘신과함께’를 맡은 김용화 감독은 원작과 같으면서도 다르게 ‘영화’를 만들어냈다. 저승과 이승의 이야기를 저승 삼차사를 중심으로 연결했고, 지옥의 비주얼은 화려하고 또 특색 있게 구현했다.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일부 장면들은 할리우드 못지않은 기술력을 자랑했다.

‘신과함께’는 한국 영화 역사상 최초로 1부와 2부를 함께 촬영하고 작업한 작품이다. 1부와 2부의 동시 제작비는 약 350억원. 20일 개봉한 ‘신과함께’ 1부 ‘죄와벌’은 원작의 저승 편을 중점적으로 담았다. 저승에 온 망자가 그를 안내하는 저승 삼차사와 함께 49일 동안 7개의 지옥에서 재판을 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내년 여름 개봉 예정인 2부는 이승과 신화 편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모로 도전적인 작품이기에 기대와 동시에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개봉 전 원작 팬들은 진기한 변호사의 부재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신과함께-죄와벌’ 개봉 당일 인터뷰를 통해 만난 김용화 감독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당시 압도적인 예매율 1위에도 안심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작품은 역시 까봐야 아는 법. 결과적으로 ‘신과함께’는 8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겨울 대전 최고 흥행작으로 사랑받고 있다. 이 기세라면 1월초에는 거뜬히 1000만 영화로 등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 역사상 첫 1000만 영화로 기록될 ‘신과함께-죄와벌’. 김용화 감독의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Q. 지옥 비주얼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이 궁금해요.

A. 저는 다 부끄러워요. 주어진 예산과 시간 안에서 어떤 영화보다도 더 준비하고 공들였어야 했어요. 공은 많이 들였는데 예산에 대한 아쉬움은 있죠. 감정적인 부분은 다 만족해요.

지옥 비주얼은 완성 단계까지 똑같이 올라간 건 없어요. 더 완성된 그림도 있고 스케치에서 끝나는 것도 있고요. 이런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VFX(Visual FX: 시각적인 특수효과)의 도움을 받아야 해요. 짧게 보여줘야 하는데 잘 나와야 하니까 힘들죠. 어느 정도 신이 지속된다면 공간을 끌어올릴 이유가 있는데…. 짧게 나와도 무리 없이 나와야 하니까 제작진에 미안했어요.


Q. 강림과 원귀의 추격전은 실감나게 그려졌어요. 감각적이었고요.

A. ‘세컨드 선’이라는 소니의 게임 타이틀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어요. 공간을 압축해서 움직이는 차사의 느낌을 속도감 있게 표현했죠. 저 또한 만족도가 높아요.


Q. 침수림을 통과하는 장면은 조금 아쉬웠어요. 너무 어두워서 지옥귀도 뚜렷하게 보이지 않고 인물과 따로 노는 느낌이 강하던데요.

A. 언론시사회 때 보셨나요? 그 이후에도 계속 수정 작업을 했어요. 개봉 전에 업그레이드 시킨 버전에서는 좀 더 리얼해요. 밝기도 보강됐고요. 어색하지 않을 겁니다.


Q. 신파 이야기에 대한 지적도 있어요.

A. 아무래도 호불호가 갈리겠죠. 하지만 제가 내린 신파의 규정은, 느닷없이 다른 영화를 보는 느낌일 때라고 생각해요. 슬픔만을 강조해서 그 이면의 감정이 샘솟지 않는 거죠. 우리 영화에는 원작에 있었던 장면이 많아요. 감정적인 깊이가 원작의 수준까지 가기를 원했죠.

인물과 상황이 자연스러우면 감동이라고 생각할 관객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영화를 만들 때 한 사람의 의견만을 듣고 만들지 않아요. 수많은 모니터링을 거쳐서 이 정도로 만들어졌죠. 신파의 이야기가 많았다면 잘라냈을 겁니다.

‘택시운전사’도 1200만명이 봤지만 다 같은 충성도로 본 건 아닐 거예요. 10명 중에 2~3명은 호평을 했을 것이고 반대의 의견도 몇 명 있었을 것이고, 중간층은 5명 정도였겠죠. 대중 영화니까 당연히 다양한 반응이 있는 거예요. 우리 작품은 그런 면에서 전혀 작위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Q. 자홍에 감독님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많이 투영됐다고 들었어요.

A. 영화 속 자홍은 저와 많이 닮은 캐릭터예요. 제 원천이 강하게 있죠. 제가 느낀 것을 그대로 썼고요. 저도 자홍처럼 안 해 본 일이 없어요. 어릴 때 어머니가 편찮으시면서도 제가 등교할 때가 되면 밥상을 차려주셨어요. 누룽지를 물에 말아서 김치를 찢어 올려 주면서 저를 바라보곤 하셨죠. 그러다 이후에는 의식을 잃고 병원에 입원하셨고요.

영화는 은유의 매체라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는 제가 잘 알고 익숙한 감정을 끝까지 한 번 해본 거죠. 자홍의 어머니가 말을 못하는 설정도 ‘은유’로 표현한 거예요. 자식을 둔 부모들은 벙어리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세상에 허물없는 자식이 어디 있겠어요. ‘자식에게 한 마디 할 수 있다면 어떤 말을 할까’ 많이 생각했어요. 현몽과 드라마적인 반전은 제 마음과 많이 맞닿아 있죠. 제 속에 그런 부분이 내재되지 않았다면 ‘신과함께’를 하지 않았을 거예요.


Q. 1편과 2편을 동시 작업해본 소감은요.

A. 손익분기점을 낮추기 위한 선택이었는데 1부와 2부의 장면을 같이 찍어야 하니까 배우에게도 감독에게도 힘든 작업이었어요. 너무 어렵더라고요. 다시는 이렇게 작업하지 않을 거예요.

Q. 2부의 힌트가 드문드문 등장하더라고요. 차사들의 전사도 짧게나마 다뤄졌고요. 2부를 예고하는 마동석의 쿠키 영상도 흥미로웠습니다.

A. 2부 내용은 어디까지 보여줘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큰 흐름에 어긋나면 안 되니까. 감정을 따라가기에 무리 없으면서도 2부의 내용을 기대케 하는 정도로. 쿠키 영상은 아쉬운 듯한 느낌이 남아야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필름 마켓에서 103개국에 선판매 됐는데 하이라이트 영상 상영 당시 마동석에 대한 반응이 뜨거웠어요. 마켓 측에서 마동석의 아시아적 인기에 대해 이야기해주더라고요. 너무 즐거워하기에 확신을 가지고 쿠키 영상에 마동석을 넣었어요.


Q. 1000만을 기대하는 시선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인터뷰 당시 개봉 당일).

A. 기대가 아예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에요. 2부를 개봉할 수 있는 적당한 기대치를 가지게 하는 스코어였으면 좋겠어요. 안 된다고 한들 누굴 탓하겠어요. 다 제 책임이죠. 경쟁작의 영향도 있을 것 같아요. ‘신과함께’에 운이 닿았으면 좋겠어요.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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