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이규형 “해롱이 동성애 연기, 거부감 들까 걱정했다”

입력 2018-01-31 10: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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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형 “해롱이 동성애 연기, 거부감 들까 걱정했다”

배우 이규형은 tvN 수목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극본 정보훈, 극본기획 이우정, 연출 신원호)의 최대 수혜자다. 자칫 시청자들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는 마약과 동성애라는 소재를 ‘해롱이’이라는 인물을 통해 해학적으로 녹여내며,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흥행작으로 이끈 배우다. 덕분에 무명에 가까웠던 이규형의 인기 역시 나날이 상승하고 있다.

“‘집돌이’이라서 평소에는 집 밖에 나가질 않아 체감 인기는 잘 모르겠어요. 다만, 종종 밖에 나가면 절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기분이 좋더라고요. 촬영 중간에 2상6방 사람들끼리 술 한잔할 때도 있었는데, 우리가 죄수들이라 불쌍했는지, 다들 계산을 해주시고 가세요. 먹고 계산을 하려고 하면 이미 누군가 계산을 하시고 가셨더라고요. 정말 모든 분에게 감사해요.”

‘슬기로운 감빵생활’에는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주인공 김제혁(박해수 분)를 비롯해 재소자와 교도관, 교도소 밖에 사람들까지…. 그럼에도 유독 ‘해롱이’ 캐릭터에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규형은 “사이다 같은 인물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답답함이 많았던 전개에 ‘해롱이’는 시원함을 선사하는 인물이다. 주인공 김제혁에게 연쇄적으로 악재가 겹치는 가운데 ‘해롱이’가 사이다처럼 시원함을 안긴 것”이라며 “약을 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역시 시청자들이 ‘해롱이’에게 애정을 가졌던 이유가 아닌가 싶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런 시청자들의 기대를 ‘해롱이’는 무참히 져버린다. 출소 당일 지원(김준한 분)과 만나 행복한 사회생활을 그릴 줄 알았던 ‘해롱이’는 다시 ‘마약의 늪’에 빠져 경찰에 연행되는 모습을 보여준 것.


“사실 ‘해롱이’가 출소하자마자 약을 다시 한다는 건 감독님이 사전에 알려 주셨어요. 다만, 이유나 과정을 전혀 몰랐어요. 배우는 캐릭터에 정당성을 만들어 연기해야 하는데, 나름 어떤 상황인지 추측하기도 했어요. 지원이가 떠나는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저도 마지막 대본을 받고 처음에는 충격이었어요. 하지만 금방 수긍했죠. 이게 바람직한 결말이구나 싶었어요. 범죄자를 미화시키지 않는 것이 우리가 가장 크게 썼던 부분이잖아요. ‘해롱이’이가 아무리 귀여웠어도, 마약을 한 행위 자체가 절대 쉽게 보여서는 안 돼요. ‘뽕쟁이’ 주제에 너무 큰 사랑을 받은 거죠. ‘마약은 초범, 재범, 그리고 상습범이다’라는 말이 있어요. 그만큼 끊기가 어려워요. 교도소는 범죄자에게 벌을 주는 곳이자, 그들을 교화시키는 공간이에요. 장기수(최무성 분)처럼 교화되는 사람도 있고, ‘해롱이’이나 ‘문래동’(박호산 분) 같은 사람도 있어요. 다 보여주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제작진의 뜻을 헤아린 이규형은 시즌2 가능성도 낮게 내다봤다. 그는 “정말 ‘슬기로운 감빵생활’ 시즌2가 만들어지고 날 불러준다면, 언제든 달려가겠다. 다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미 ‘해롱이’의 모든 서사가 풀렸던 상황이라 더는 주연으로 등장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신원호 감독님은 늘 새로운 배우를 발굴하는 분이다. 시즌2를 한다면 새로운 인물을 위주로 등장하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시즌2가 된다면, ‘해롱이’는 카메오 정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웃었다.

말할 때마다 특유의 ‘해롱이’ 표정과 말투가 묻어나온다. 이규형은 “‘해롱이’ 캐릭터는 다큐멘터리나 마약 관련 드라마, 영화를 찾아보며 연구한 인물이다. 실제로 약을 한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고, 수소문해서 마약(필로폰)을 하는 사람의 특징을 알아봤는데, ‘틱’이 있다더라. 과하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틱’ 증세를 넣어야겠다 싶어, 한쪽 눈을 깜빡이거나 입꼬리를 올리는 표정을 특징적으로 반영했다. ‘해롱이’가 귀여우면 좋겠다는 건 신원호 감독님이 오디션 때부터 요구하셨던 부분이다. 그래서 원래 ‘해롱이’로 20대 중반의 배우를 캐스팅하려 했다더라. 감독님이 날 ‘해롱이’ 캐릭터로 캐스팅한 후에는 피부 관리하면서 어리게 보이게 노력하려고 하셨다. 극 중 동갑내기인 ‘유 대위’를 연기한 정해인은 동안에 피부도 좋고 잘생기지 않았나. 너무 잘생겨서 내가 애드립으로 ‘잘생겼다’고 말한 적도 있다”며 웃었다.


또 쉽지 않았을 동성애 연기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았다고. “원래 키스신이 두 사람의 커튼 실루엣 그림자로 표현하려고 했는데, 발로만 묘사하는 거로 바뀌었어요. 감독님이 최대한 거부감이 들지 않는 선에서 잘 표현하신 것 같아요. 사실 동성애 연기에 고민이 많았어요. 시청자가 거부감을 가져서는 안 되니까요. ‘해롱이’는 2상6방의 어두운 분위기를 환기해주는 역할인데, 거부감이 들면 안 되잖아요.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통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이규형은 조금 더 배우로서 대중에게 자신을 알리고 다가가고 싶은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비밀의 숲’의 윤 과장,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해롱이와는 또 다른 캐릭터로 찾아뵙고 싶다. ‘저 배우가 이런 것도 가능해?’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며 “새로운 작품에서 새로운 캐릭터로 인사드리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엘엔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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