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모래시계’ 강홍석 “저 죽을 때 ‘쌤통이다!’ 반응에 행복해요”

입력 2018-02-06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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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학창시절에는 공부하기가 그렇게 싫었는데, 지금은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아져요. 아무것도 모르고 무대 위에 선다면 그건 그냥 흉내만 내는 거죠. 이것을 조사하고 공부를 하고 무대에 올라선다면 그 깊이는 달라질 거로생각해요.”

뮤지컬 배우 강홍석에게 ‘모래시계’는 하나의 수업이었다. 처음 작품에 들어가기 전, 그 시대에 관련된 자료들을 찾아 공부했고 무대 위에서는 표현했고 이후에 자신에게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자’라고 생각했다. 전 작품에서도 늘 같은 열심으로 무대에 올랐지만 이런 마음가짐을 가진 것은 아마도 처음이라고 말했다.

“정말 우리나라가 지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고 희생하신 분들 덕분이었다는 걸 가슴 깊이 깨달은 것 같아요. 예전에 학교에서 배울 때는 그냥 보고 지나간 국사책의 한 페이지였을 뿐인데, 여러 검증된 자료를 직접 보고 읽으니 더 와 닿았어요. 그리고 배우로 작품만 볼 줄 알았지, 사람으로 세상을 보진 않았다는 걸 알았어요. 반성하며 관점과 시야를 좀 넓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모래시계’에서 강홍석은 ‘종도’ 역을 맡았다. 드라마에서는 배우 정성모가 맡았던 역할로 야망 넘치고 처세에 능한 캐릭터로 주인공 ‘태수’와 오랜 친구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그를 배신하고 ‘혜린’을 곤경에 빠뜨리는 인물이다. 모든 캐릭터가 그러하듯 24부작이었던 드라마에 비교해 2시간 동안 보여야 하는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든 것을 다 보여줄 수는 없다. 압축을 시켜도 가끔은 캐릭터의 연결이 끊어질 때도 있다.

“제가 덩치가 커서 누가 봐도 나쁜 놈이잖아요?(웃음) 2시간 동안 인물을 입체적으로 보이기 위해 초반에는 그냥 센 척하는 학생이었다가 점점 더 조직의 2인자가 되고 싶어 비열하게 성장하는 인물을 그리기로 했어요. 대신 첫인상만 봐도 ‘근처에 있으면 뼈도 못 추리겠다’라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 바지도 일부러 줄여서 꽉 맞게 입었어요. 또 캐릭터를 만들며 극 중에서는 표현되지는 않지만 종도의 과거를 상상해서 이 인물이 왜 악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연기를 통해 보여드리고 싶었죠.”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공연 중에 가장 기쁠 때는 자신이 죽을 때 관객들이 “그것참 쌤통이다!”하는 것이라고. 그는 “누워서 죽지 않고 다리를 올린 채 죽는다”라며 “진지하지 않게 가볍게 죽어야 해서 다리를 올리고 죽는데 그 모습을 보고 통쾌하다는 듯 말씀하시는 분들을 보면 너무 좋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태수가 뒤돌아보며 길을 갈 때 종도가 뒤에서 공격하잖아요. 그 때 관객들이 ‘어머’, ‘헉’ 이런 소리가 들릴 때 되게 행복해요.(웃음) 어머님들은 마치 TV 드라마 보듯이 보시는 경우가 종종 있으신데 그 만큼 재미있게 보고 계신다는 이야기니까 전 뿌듯하죠. 전 이번에 종도 역을 맡게 돼서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분량이 많진 않아도 악역의 매력을 한 번에 전할 수 있는 게 흔치 않거든요. 배우로서 재미있게 무대에 오르고 있어요.”

2011년 ‘스트릿 라이프(런투유)’로 뮤지컬 배우의 길을 나섰고 데뷔 4년 만에 뮤지컬 ‘킹키부츠’에서 ‘롤라’역에 캐스팅이 되며 라이징 스타가 된 강홍석은 ‘데스노트’, ‘드라큘라’, ‘나폴레옹’ 등에서 굵직한 연기로 강한 인상을 남겼고 tvN ‘시카고 타자기’, KBS 2TV ‘맨홀-이상한 나라의 필’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배우로 살아간 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이전보다 생각은 많이 바뀐 듯 했다. 강홍석은 “어렸을 땐 그저 유명해지고 싶었다”라고 입을 열었다.

“뮤지컬을 처음 시작할 때는 유명해져서 스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컸어요. 유명해져서 많은 분이 제 공연을 보러 극장에 오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물론 지금도 저로 인해서 많은 분이 오시면 좋죠.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끝나고 많은 분이 배우의 차기작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배우들이 하는 많은 뮤지컬, 연극 등을 보셔서 대학로에 활기가 띠었으면 좋겠어요. 저도 그런 역할을 하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고요.”

앞으로도 브라운관, 스크린, 그리고 무대까지 자신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강홍석은 “배우로서 넘어야 할 산이 많다”라고 말했다.

“기회가 닿는 대로 하고 싶어요. 고를 수 있다면요? 소재가 독특한 거요. 그렇다면 비슷한 연기여도 다르게 해서 신선한 캐릭터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어요. 편안하게 어떤 캐릭터라도 색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게 꿈이죠.”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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