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의야구속야구]체중늘면선수생명은준다

입력 2008-07-30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야구는 시작부터 끝까지 지속적으로 스피드를 요하는 경기는 아니지만 순간순간 부드럽고 빠른 순발력을 필요로 하는 스포츠이다. 이 때문에 정확한 체중을 요구하는 타 스포츠와는 무관하지만 야구도 선수 본인에게 적합한 체중, 다른 표현으로 하자면 적합한 체격이 필요하다. 타자의 과다체중은 빠른 몸쪽 볼의 대처능력(순발력)이 떨어지며 투수에게는 볼의 종속이 떨어지며 볼의 각도가 밋밋해진다. 볼을 최대한 앞으로 가지고 나오는 이동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은 하복부 비만에서부터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담당 코치와 트레이닝 코치는 선수의 체중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체중계를 확인할 때가 있을 것이다. 물론 체중에 관해서는 당사자만의 문제라고 할 수 있겠지만 선수를 관리하는 모든 사람들도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개인이 아닌 한 팀의 일원이기 때문에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필자가 지금까지 마음에 담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선수가 능력은 충분히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관리부족으로 한 선수의 생명을 단축시킨 일이다. 지금도 안타깝고 후회할 때가 있다. 1999년 현대 시절에 선수 한 명을 트레이드해와 1년 동안 엄청난 고생을 시킨 적이 있다. 선수에게 “야구인생을 나에게 맡겨보라”는 한 마디를 한 뒤 6개월 프로젝트로 체중 감량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그해 10월 중순, 일본 최남단인 오키나와에서도 비행기로 약 40분 더 들어가야 있는 미야코지마라는 작은 섬에서부터 체중감량 작전이 시작됐다. 총 4주 훈련일정으로 ‘4일훈련, 1일휴식’이란 스케줄에 맞춰 야구장과 숙소(16km)를 뛰면서 서로 땀과 눈물을 흘렸다. 그 때 필자의 머리 속에는 선수에게 믿음을 주고 그 믿음을 바탕으로 마음을 움직여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5.5kg 감량이 시작되면서 일본 일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두 번째 일정인 미국으로 날아가서 33일 동안 4.5kg 감량해서 귀국했다. 25일 뒤 2000년 1월초에 다시 미국캠프에서 3월초까지 세 번째 5kg 감량에 성공하면서 113kg이던 체중을 98kg으로 줄였다. 그리고 그해 18승이라는 성적을 올렸다. 고생한 만큼 보람도 많았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고, 또 다른 선수들에 신경 쓰느라 그 선수에 대한 관리가 소홀해지면서 마지막까지 지켜주지 못했다. 그렇게 선수를 고생시키면서까지 코치의 능력을 어느 정도 인정받았건만…. 지금 돌이켜보면 마음 한편에는 미안함과 후회스러움이 남아있다. 선수를 관리하는 사람은 선수의 과다체중을 질책하기에 앞서 선수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한다고 본다. 선수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수의 체력, 정신력 등 세심한 부분까지도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더운 날씨에도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는 선수들의 체중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성적과 연관되는 슬럼프다. 스트레스 해소방법 중에 선수에게 가장 치명적인 것은 게으름과 먹는 것이다. 체지방 수치를 논하기 전에 선수는 자신을 망각할 때 한순간에 선수로서의 수명이 단축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남이 나를 관리해주기 전에 본인 스스로가 깨달을 때 체중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 지금 현 상태에서는 빼는 것에 치중하기보다는 유지시키는데 중점을 두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 판단된다. -김시진 스포츠동아 객원기자 -감독 첫해 외풍 때문에 키를 놓았지만 뚝심과 저력은 그대로다. 외풍을 겪어봤기에 할 말도 있다. 언젠가 다시 키를 잡겠지만 맞바람이 두렵지 않다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