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핸드볼-농구‘후반역전쇼’왜?…지옥훈련으로키운강철체력

입력 2008-08-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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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섣불리 승리를 예감해 긴장을 늦춘다면 그 순간 상대의 역습에 한방 얻어맞게 마련. 반대로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면 반드시 승부를 뒤집을 수 있는 기회가 온다. 9일 대회 첫 경기부터 눈부신 ‘뒷심’을 발휘한 여자 핸드볼과 농구 대표팀이 그랬다. 세계 랭킹 1위 러시아와 맞붙은 핸드볼팀은 후반 6분께까지 19-26으로 뒤졌다. 만회하기 힘든 점수차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순간 맹추격이 시작됐다. 상대를 26점에 묶어놓은 채 순식간에 7점을 몰아쳤다. 이후 러시아가 다시 두 점 차로 달아났지만 골키퍼 오영란의 선방과 신예 김온아의 맹활약 등을 앞세워 결국 극적인 29-29 동점을 만들었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금메달과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은메달의 주역인 임오경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은 “초반에 잔 실수가 많아 힘든 경기를 했지만 그게 원래 한국대표팀의 모습이다. 첫 경기인데다 상대가 강팀이라 긴장이 컸던 것 같다”면서 “마지막까지 버틸 수 있는 힘을 키운 건 다 피나는 훈련의 성과”라고 분석했다. 체격이 월등히 큰 유럽 선수들을 상대하려면 한국 선수들은 스피드와 전술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러시아가 주춤한 틈을 타 무섭게 몰아붙인 것도 혹독하기로 소문난 ‘지옥훈련’ 덕이 컸다. 여자 농구팀 역시 모처럼 저력을 과시했다. 세계 4위 브라질을 경기 종료 직전 극적으로 따라잡아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고, 연장전에서 기세를 더 올려 68-62로 이겼다. 아테네에서는 ‘전패’로 물러났으니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이후 8년만의 승리다. 승부처에서 자유투 8개를 모두 집어넣은 최윤아는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여자프로농구 신세계 사령탑을 맡고 있는 정인교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은 “올림픽에 처음 출전하는 선수들이 패기로 따라잡고, 베테랑들이 결정적인 순간에 해결해줘서 이겼다”고 평가했다. 정 위원은 끝까지 힘을 잃지 않은 비결을 ‘뚝심’으로 꼽았다. “수비의 달인인 정덕화 감독의 지휘 아래 실점을 최소화하고 2-3 매치업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것이 끝까지 통했다”는 설명이다. 한번 잡은 흐름을 놓치지 않고 연장전까지 틀어쥔 것도 예전과는 달라진 점이다. 정 위원은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많이 성숙해지고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좋아진 것 같다”고 진단했다. 결국 브라질보다 ‘이기겠다’는 의지에서 앞섰다는 뜻이다. 그러나 한국은 10일 여자하키가 최강 호주에 4-1로 앞서다 4-5로 역전패한 게 두고두고 아쉬웠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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