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여도행복한‘그들만의베이징’

입력 2008-08-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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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올림픽에 참가한 것만으로도 대단히 기뻐하는 선수들이 있다. 11일, 베이징 순이 올림픽 조정카누 공원에서 열린 조정 남자 더블스컬 패자부활전에 참여한 이라크 선수들이 주인공이다. 하이라드 노자드(25)와 후세인 제부르(32) 조는 꼴찌로 들어왔지만, 관중의 진심어린 박수를 받았다. TV만 틀면 테러와 사망 소식이 나오는 이라크에서 선수들은 갖가지 역경을 뚫고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했다. 목숨을 걸어야 가능했다. 연습 과정도 참가도 모두 극적인 일이었다. 이들은 훈련을 하다 총성이 울리면 티그리스 강변 창고에 숨어있어야 했다. 총소리가 잦아들면 다시 강 위에서 노를 저었다. 심지어 주변 훈련장의 총알까지 감수하면서 연습을 해야 했다. 군사시설 근처에서는 뱃머리를 돌리며 손에서 노를 놓을 수밖에 없었다. 전투가 있는 날은 연습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게 이라크 현실이었다. 그나마 안전하게 훈련 할 수 있는 강은 1700∼1800m 길이에 불과했다. 올림픽 코스인 2000m는 꿈도 꾸지 못했다. 게다가 7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라크의 올림픽 출전을 금지했다. 이라크 정부가 지난 5월 이라크 국가올림픽위원회의 자격을 임의로 정지하고, 그 권한을 청소년 체육부로 임시 이관한 게 이유였다. 그러나 11월 IOC 감독 하에 자유선거를 치르고 이라크올림픽위원회 위원을 뽑겠다고 약속하면서 7월 30일 올림픽 출전금지 결정이 철회됐다. 노자드는 “IOC가 올림픽 출전금지를 결정했을 때 걱정스런 마음에 며칠을 뜬 눈으로 지샜다”고 말했다. 결국 이들은 천신만고 끝에 구사일생으로 베이징에 왔고, 영광스러운 꼴지를 기록했다. 2000m 레이스에서 이라크 대표팀 공식 기록은 6분 52초 71. 예선기록을 7초 이상 앞당긴 성적이다. 1위를 차지한 러시아의 6분 23초 52보다 30초 뒤떨어지는 성적이지만, 이라크 팀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기록은 무의미했다. 올림픽에 참가한 것만으로 가슴 벅찬 일이었다. 노자드는 “베이징에서 경기를 치렀다는 것 자체가 이라크 국민에게 중요한 일이다. 이라크의 좋은 면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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