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에세이]‘컴’으로느낄수없는스크린의맛…영화보러갈까요?

입력 2009-01-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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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과속스캔들’이 전국 관객 600만명을 돌파했다고 합니다. 곧 역대 한국 코미디영화 흥행 순위 정상에 오를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 흥행의 이면에 우울한 극장가의 길고 긴 그림자가 언뜻언뜻 내비치는 것 같아 아쉬운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지난 해 가을 ‘아내가 결혼했다’와 ‘미인도’ 등의 영화가 한창 관객들의 사랑을 받으며 각각 200만여명을 기록할 즈음이었습니다. 한 영화 관계자가 이를 보며 “분위기는 300만, 400만인데...”고 말했습니다.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은 데 반해 관객 수는 거기에 미치지 못한다는 아쉬움과, 오랜 만의 흥행호조에 대한 반가움이 뒤섞인 말이었습니다. 멀티플렉스 CJ CGV가 내놓은 2008년 영화산업 결산 자료를 보면 지난해 관객수는 1억4917만명이었습니다. 이 수치는 2007년보다 5.3%가 줄어든 것이고 2006년과 비교해서는 무려 10.5%가 낮아진 것입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발표한 2008년 영화 소비자 조사 결과도 비슷합니다. 1년간 영화 평균 관람 편수가 8.9편으로 2007년보다 3.7편 줄었다고 보고했습니다. 극장 영화를 한 편이라도 본 사람 역시 전년보다 5.1%가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주 관객층으로 꼽혀온 24∼29세 남녀의 관람 편수 감소 폭이 각각 6.5편과 6.2편으로 가장 컸답니다. 이 같은 수치를 ‘과속스캔들’의 관객 동원에 산술적으로 대입하는 것은 무리가 따르는 일입니다. 하지만 줄어든 관객들이 예년처럼 영화를 관람했다면 ‘과속스캔들’은 아마 전국 700만, 800만 관객 동원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도 할 수 있을 듯합니다. 영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자면 “수치는 600만이지만 분위기는 800만명이다”고 할 수 있겠지요. 경기 불황 탓일 겁니다. 물론 극장 영화를 보지 않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테지요. 볼 만한 영화가 없을 수도 있고 다운로드가 편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영화만큼 ‘미드’가 흥미로울 수도 있고요, 다른 문화생활의 방식이 늘어난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꼭 불황 탓만 하는 것도 개운치 않습니다. 영진위 자료의 심상치 않은 그래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통계 하나를 볼까요. 영진위 조사 결과는 불법 다운로드 경험자가 48.1%로 2007년보다 조금 늘어났다고 말합니다. 또 55.6%의 사람들이 현행 영화 관람료 7000원이 비싸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시간 정도의 문화체험을 저렴한 가격에 할 수 있는 건 영화 관람 밖에 없다는, 몇 년 전의 우스개소리 아닌 우스개소리가 이젠 무색해졌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영화 관람료가 비싸 불법 다운로드로 영화를 본다는 분석이 가능할까요. 영화계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떠올려보면 관람료 인상은 영화계에 불가피한 또 그 만큼 절박한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새삼, 관람료 인상 문제를 언급하려는 건 아닙니다. 그저 영화보기를 권하고자 할 뿐입니다. 자그마한 컴퓨터 모니터로 확인할 수 없는 스펙터클의 웅장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스크린의 감흥이 즐겁지 않으십니까. 설 연휴 가족과 친구와 연인의 손을 잡고 한 번쯤 극장에 가기를 권합니다. ‘영화 보러가자’며 어린 가슴을 콩닥거리게 하던 부모님의 손도 잡고 말입니다. 운좋게도 ‘과속스캔들’처럼 기대 이상으로 재미난 영화를 또 만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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