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2015~2016시즌 개막 특집] 새 훈련장에 새 우승 현수막…IBK기업은행의 다짐

입력 2015-10-1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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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펜딩 챔피언 IBK기업은행은 1일 새 훈련장으로 이사해 올 시즌 다시 한번 통합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이 12일 화성종합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와의 2015~2016시즌 홈 개막전 도중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화성|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13. 통합우승만 바라보는 IBK기업은행


전용구장·합숙소 완공…이사한 날에도 훈련
이정철 감독 “남보다 더 하는 훈련이 진짜다”

센터·라이트 겸용 가능 김희진 활용 극대화
김사니 무릎 이상·맥마혼 수비력 불안 요소

IBK기업은행은 1일 경기도 기흥의 IBK연수원으로 이사했다. 그동안 팀의 숙원이었던 전용구장과 합숙소가 마침내 완공돼 새 집으로 옮긴 것이다. 창단 2년 만인 2012∼2013시즌 통합우승을 일군 공로로 회사로부터 받은 선물이다. IBK기업은행 선수들은 그동안 수일여중 훈련장을 빌려서 사용해왔다. 기존 숙소는 수원 장안구의 아파트였다. 6채의 아파트에서 따로 생활하면서 주민자치센터의 체력훈련시설을 이용해왔다. 이런 어려운 환경에서도 2차례씩의 챔피언 결정전 우승과 정규리그 우승 등 화려한 전적을 쌓았다. 새 훈련장에는 지난 4년간의 역사를 기념하는 현수막이 자랑스럽게 걸려있다. 이제 새 훈련장에 새로운 우승 현수막을 걸고자 한다. 5일 열린 ‘NH농협 2015∼2016 V리그’ 미디어데이에 IBK기업은행을 대표해 참가했던 김희진은 “오직 통합우승만 바라보고 있다. 조금 더 집중해서 목표를 이루도록 하겠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 새 숙소로 이사한 날에도 훈련한 선수들

훈련장은 공사장 인근 주민들의 민원 제기로 당초 계획보다 완공이 늦어졌다. 공사 진척상황으로 봐서는 내년 1월에나 이사를 갈 형편이었다. IBK기업은행 이정철 감독은 과감하게 밀어붙였다. 화장실 창문도 없는 곳에서 훈련부터 시작했다. 이사도 전격적으로 했다. 선수들이 1일 오전 수원에서 기흥으로 이동해 새 훈련장에서 훈련하는 동안 이사가 시작됐다. 선수들은 오후 훈련 도중 이삿짐이 들어오자 개인소지품을 챙겨서 옮겨놓은 뒤 훈련을 계속했다. 김호진 사무국장은 “설마 했는데 감독님이 이삿짐을 정리하고 다시 훈련을 시켰다”며 혀를 내둘렀다. 아파트 6채에 흩어져있는 2000가지의 남겨진 물품은 구단이 정리해야 한다. 만만치 않은 일이다. 이 감독이 이처럼 훈련에 매달리는 이유가 있었다. 그는 “시즌 준비에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고 말했다.

IBK기업은행은 다른 팀들보다 손발을 맞출 시간이 한참 모자랐다. 지난 시즌 챔피언으로 ‘한일 톱매치’에 출전했다. 이어진 선수단 휴가, 우승 보너스로 다녀온 하와이여행 때문에 다른 팀들에 비해 출발이 늦었다. 게다가 이 감독을 비롯해 김희진, 박정아, 채선아는 국가대표팀으로 월드컵에 다녀왔다. 감독과 모든 선수가 모여 본격적으로 훈련한 것이 9월 8일이었다. 약 1개월간 손발을 맞춰보고 새 시즌을 돌입한 IBK기업은행이다.


비시 준비과정과 새로 준비한 시즌 전술은?

감독과 주전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 손재홍 수석코치가 훈련을 이끌었다. 손 코치는 3가지에 집중했다. 개인기, 기본기, 그리고 서브리시브 훈련이었다. 모든 선수들이 참가하는 콤비네이션 훈련과 시스템은 감독의 의중이 들어가야 한다. 선수들이 모두 있는 상황에서 움직여야 훈련 효과가 있다. 이정철 감독은 복귀하자마자 김희진의 활용법을 극대화한 2가지 시스템을 집중적으로 훈련해왔다. 외국인선수의 기량이 지난 시즌과 같지 않다고 봤을 때 센터와 라이트 겸용이 가능한 김희진을 어떤 곳에 두고 최대한 활용하는지가 목표다. 플랜A는 센터 포지션에서 출발하지만 후위공격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플랜B는 외국인선수 맥마혼을 센터로 돌리고, 김희진을 라이트로 기용하는 방안이다. 월드컵을 통해 세계정상급 미들블로커로서의 기량을 과시한 김희진의 활약 여부에 따라 IBK기업은행의 시즌 성적이 판가름 날 공산이 높다.

IBK기업은행은 다른 팀들로부터 가장 많은 견제를 받는다. 주전 대부분이 국가대표 또는 전 국가대표다. 김희진-박정아의 공격 조합은 대표팀의 공격 옵션 가운데 하나다. 박정아는 공격력에 비해 수비와 리시브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차츰 완성형 선수에 접근해가고 있다. 서브리시브가 좋은 레프트 채선아도 국가대표를 경험했다. 시야가 넓어졌고, 자신감이 생겼다. 세터 김사니와 리베로 남지연도 있다. 세터와 리베로, 서브리시버가 안정된 삼각형을 구성해 다른 팀들보다 플레이에 기복이 없다. 공수 짜임새에서 가장 균형이 잡힌 것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IBK기업은행의 숨은 강점은 최소 범실이다. 위기에서도 먼저 무너지지 않는다. 창단 이후 주전 선수들이 오래 호흡을 맞춰온 덕분이다. “남보다 30분 더 하는 훈련이 진짜”라고 믿는 이 감독의 철학이 만든 최소 범실이다. 맥마혼은 KGC인삼공사 헤일리와 함께 최장신(198cm)이라는 장점이 있다.

불안요소는 김사니의 무릎과 맥마혼

불안한 요소도 있다. 맥마혼이 그동안 보여준 기량에 아쉬움이 있다. 움직임이 느리다. 수비 가담이 원활하지 못하다. 수비 조직력에서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백어택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약점도 노출됐다. 물론 김사니가 뛰는 시즌 때는 다를 수 있다. 더 불안한 요소는 김사니의 무릎이다. 시즌 준비 과정에서 무릎 이상으로 고생했다. 일본 도요타 오토바디와의 친선경기 후 무릎에 물이 차는 증세로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오랜 선수생활의 후유증으로 양쪽 무릎의 연골은 거의 없다. 조금만 무리하면 물이 차기 때문에 시즌 내내 무릎을 잘 관리하면서 보강운동으로 버텨야 한다. 34세 베테랑이 시즌 끝까지 얼마나 잘 버텨줄지가 변수다. 이소진이 FA 미계약 상태로 팀을 떠나 이정철 감독은 2년차 김하경과 루키 이윤정의 성장을 기대한다. 물론 쉽게 기량이 늘지 않는 것이 세터 자리다. 그렇지만 IBK기업은행은 가장 우승에 근접한 팀이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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