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3승 인터뷰 해야 진짜 승리”

입력 2015-10-13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두산 김현수는 넥센과의 준PO에서 먼저 2승을 거뒀음에도 우위에 있다가 뒤집혀 준우승에 그쳤던 2007년과 2013년 한국시리즈를 떠올리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스포츠동아DB

■ 산전수전 다 겪은 김현수의 각오

KS 2승 후 4연패·3승1패 후 3연패 아픔
“3승하고 인터뷰까지 끝내야 진짜 끝난 것”

“3승 하고 인터뷰를 해야 진짜 이긴 팀이다.”

두산이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 먼저 2승을 따내며 유리한 위치에 올라섰다. 남은 3경기 중 1경기만 이겨도 PO 무대에 오르게 된다. 무엇보다 벼랑 끝에 몰려있는 넥센과 달리 두산은 여유를 갖게 돼 심리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그러나 두산 김현수(27)는 이를 경계했다. 최근 세상을 떠난 메이저리그의 전설적 포수 요기 베라가 남긴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는 말처럼 조금도 방심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그럴 만한 이유도 있다.

김현수는 “한국시리즈에서 2승을 먼저 하고도 역전패하기도 했고, 3승1패에서도 뒤집혀봤다. 난 다 해봤다”고 말했다. 2007년 SK와의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은 먼저 2승을 거두고 사실상 우승을 거머쥔 것 같은 분위기였지만, 이후 4연패를 당해 준우승에 그쳤다. 2013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선 3승1패로 앞서 1승만 보태면 되는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에서 3연패를 당해 우승을 놓쳤다. 둘 다 사상 최초의 일이었다.

아직 서른 살에도 못 미치는 나이지만 김현수는 이미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뒤집혀본 것만 아니라 뒤집어보기도 했다. 역대 준PO에서 2연패 후 3연승의 역스윕은 2차례 나왔는데, 모두 두산이 기록했다. 2010년에는 롯데, 2013년에는 넥센에 먼저 2연패를 당했지만 내리 3승을 챙기고 PO에 진출해 ‘미러클 두산’의 신화를 썼다.

2연패 후 3연승.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기도 하지만,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는 것을 김현수는 몸소 경험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우리만 리버스 스윕을 하라는 법이 있나. 무조건 3승을 먼저 해야 한다. 마지막에 3승을 하고 인터뷰를 하는 팀이 진짜 이긴 팀이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런 의지는 준PO 2경기를 통해서도 드러났다. 그는 8타석에 나서서 5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1차전에서 2-3으로 뒤진 9회말 밀어내기 볼넷으로 동점을 만드는 등 2경기 동안 침착하게 볼넷도 3개를 골랐다.

2차전의 투혼도 팬들을 감동시켰다. 2-2로 맞선 5회말 1사 만루서 3루주자로 나가있던 그는 오재원의 중견수 플라이 때 홈으로 파고들다 넥센 포수 박동원과 충돌해 그라운드에 나뒹굴었다. 그런데 포수 미트에서 공이 빠진 것을 확인하고는 누운 채로 안간힘을 쓰면서 손으로 홈 플레이트를 찍은 뒤 쓰러져 팬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 점수는 결국 결승점이 됐다.

김현수는 “괜찮다”며 6회초 수비에도 나갔지만, 결국 벤치에서 선수 보호 차원에서 불러들여 7회초 수비 때 장민석으로 교체됐다. 다행스러운 것은 발목과 무릎 부분의 단순 타박상으로 밝혀져 3차전 이후 승부에서 다시 뛸 수 있다는 점이다. 두산 4번타자 김현수의 ‘2015년판 가을이야기’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