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의 재능기부와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의 사람 냄새

입력 2019-07-14 11: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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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현대캐피탈의 천안훈련장(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은 이색 손님들로 북적북적했다. 시즌 중에는 경기에 집중하느라 긴장된 분위기로 훈련장이 조용했지만 6월부터는 외부 손님들의 활기 덕분에 왁자지껄했다.

최근 잉글랜드 프로축구 13부 리그의 첼시 로버스가 전지훈련을 위해 훈련장을 찾았다. 각자 다른 직업을 가진 프로지망생들은 엄청난 시설에 깜짝 놀랐다. “단일종목을 위한 훈련시설로는 세계 톱3 안에 들 것”이라는 구단직원의 말처럼 현대캐피탈 배구단의 자부심이 가득한 훈련장이다. 기자가 방문했던 지난 8일 오전에는 첼시 로버스 선수들이 열심히 체력훈련을 했다. 이들이 해외전지훈련을 위해 천안까지 날아온 것은 현대캐피탈이 시즌을 앞두고 준비하는 스타마케팅과 배구의 인기를 높이기 위한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다. KBS-2TV ‘으라차차 만수로’제작진은 이들의 전지훈련 모습을 세밀하게 담고 있었다. 이들의 훈련모습은 조만간 방송된다.

● 모두에게 열린 훈련장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색다른 이벤트를 적극 지원했다. “저 선수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와 마인드를 우리 선수들도 본받았으면 했다. 우리 선수들에게는 최고의 환경에서 훈련하고 있다는 감사의 마음을 알게 해주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최태웅 감독의 배려 덕분에 아마추어 배구대표팀도 이 곳에서 훈련캠프를 차렸다. 18일부터 바레인에서 벌어지는 21세 이하 세계 남자청소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혜택을 받았다. 최태웅 감독은 청소년대표팀 이경석 감독에게 “혹시 훈련장이 필요하시면 제공하겠다. 가능한 날짜를 주시라”면서 먼저 손을 내밀었다. 선수들을 위한 최고의 시설에서 마음껏 훈련을 하라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덕분에 청소년대표팀은 6~7월에 3주 동안 1,2차로 나눠 알찬 합숙훈련을 했다. 장영기 감독 대행이 지휘하는 유니버시아드 대표팀도 일주일 동안 훈련장과 숙소를 이용했다.

이들이 훈련장을 사용하는 조건은 간단했다. 숙박비용은 무료. 대표팀 식비 기준인 아침 7000원, 점심과 저녁은 1만원의 식사비용만 내면 됐다. 선수들이 먹는 고품질 식사와 간식 등의 재료비만 생각해도 턱없이 적은 금액이지만 현대캐피탈은 기꺼이 시설을 제공했다. 현대캐피탈 덕분에 숙식비용을 줄인 청소년 팀은 훈련 일정이 계획보다 늘었다. 좋은 음식을 잘 먹인 덕분에 청소년대표팀 선수들의 체중이 평균 2kg은 늘었다고 했다. 숙식비를 절약해서 선수들에게 더 좋은 것을 먹이고 준비하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최태웅 감독의 배려는 진심이었다. 이경석 감독이 훈련장을 떠나면서 건넨 악수에는 고마움이 담겨 있었다. 그는 경기대 감독시절 최태웅 감독을 스카우트하려고 집까지 찾아갔다. 하지만 이미 최 감독은 한양대 진학을 결정한 뒤였다. 두 사람은 합동훈련 기간에 함께 식사를 하며 과거의 추억을 되살렸다.



● 훈련장을 설계할 때부터 가졌던 배려의 정신

현대캐피탈은 2년 전 박희상 감독이 AVC컵 국가대표팀을 지휘했을 때부터 대표팀을 위해 훈련장을 개방했다. 그때도 여전히 국가대표 2진 팀은 훈련장소를 찾느라 고생했다. 코치들은 매일 훈련장을 빌리러 다니는 것이 일이었다. 오전 오후 훈련장소가 달랐다. 훈련장 이동에 많은 시간이 걸려 선수들이 편히 쉬지도 못했다. 숙소는 모텔이었고 밥은 훈련장 근처의 식당에서 대충 때웠다. 식사장소 섭외도 코치들의 몫이었다. 대표팀에게 지급된 한정된 훈련비로는 마음껏 고기를 먹일 수도 없었다.

이런 딱한 사정을 잘 아는 최태웅 감독이 훈련장을 개방했다. 마침 현대캐피탈은 원정팀이 사용할 방을 가지고 있었다. 2013년 7월 기자가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 개관식에 참석했을 때였다. 현대캐피탈 선수단의 규모보다 훨씬 많은 객실을 가진 훈련장 시설에 궁금했는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았다. 김성우 사무국장은 “처음 설계 때부터 우리만 잘 먹고 잘 살자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원정팀 30명의 숙박이 가능한 방을 만들어뒀다. 상대를 생각하고 배려하는 구단주의 철학이 담긴 것”이라고 귀띔했다.

아무리 원정팀용 시설을 갖췄더라도 훈련장을 개방하는 것은 쉽지 않다. 집으로 치자면 응접실과 안방을 내준 것이지만 최태웅 감독은 배구계 전체를 먼저 생각했다. 국가대표팀을 위한 전용 훈련시설조차 갖추지 못한 현실에서 선수들에게 최대한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방법을 열심히 찾았다. “돈으로 해결하는 방법도 있지만 잘 할 수 있고 우리가 가진 좋은 시설을 이용하도록 해서 도움을 준다면 그 것도 기부의 하나라고 생각했다. 한국배구의 꿈나무들이 좋은 시설에서 훈련하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이런 생각을 실현하게 해준 구단의 뒷받침이 고맙다”고 했다.



● 공유와 개방 그리고 현대캐피탈의 진정한 힘

기자와 2시간 가까이 나눈 대화에서 최태웅 감독은 공유와 개방을 말했다. 배구인들이 각자의 노하우를 공유해서 함께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꿈을 털어놓았다. “성격상 오픈하는 스타일이다. 청소년 팀도 우리의 훈련방법을 봤을 것이다. 이렇게 공유하고 오픈하면 내가 더 발전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미 모든 팀이 분석을 해서 서로를 안다. 각자의 좋은 점과 스타일을 공유하면서 상대를 이기는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면 한국배구가 더 발전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더 우리의 배구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아낌없이 베풀고 공유한 덕분에 현대캐피탈이 얻은 것도 있다. 최태웅 감독은 청소년 팀, 유니버시아드 팀과의 합동훈련에서 많은 선수들의 장단점을 확인했다. 한국 프로배구를 이끌 기대주들은 꿈같은 시설과 매끄럽게 돌아가는 훈련시스템, 현대캐피탈이 추구하는 문화를 자연스럽게 경험했다. 이 기억은 조만간 프로팀의 주역이 될 선수들에게 현대캐피탈을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줄 것이다. 이는 돈으로는 매길 수도 살 수도 없는 귀중한 가치다. 그런 면에서 현대캐피탈은 현명한 미래투자를 했다.

● 최고의 시설에서 사람이 사는 곳으로

곳간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보다 힘든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다. 그 인심은 돈일수도 스카이워커스처럼 가장 잘하는 배구기술 혹은 좋은 훈련시설이 될 수도 있다. 모기업 현대캐피탈은 디자인으로 세상을 바꾸려고 한다. 1913 송정역시장 프로젝트를 통해 광주 송정리 역의 퇴락한 시장을 살려냈다. 제주 가파도는 많은 이들이 가보고 싶은 곳으로 멋지게 변신했다.

최고의 복합시설로 출범하지 7년째. 처음 2년간 선수들은 화려한 시설에 치여 살았다. 최태웅 감독은 다양한 아이디어와 소프트웨어를 추가하며 훈련장을 탈바꿈시켰다. 덕분에 이제는 건물의 멋진 외양과 시설뿐만 아니라 사람냄새가 나는 따뜻한 집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최태웅 감독은 조만간 충청남도의 초등학교 배구선수들을 모두 불러 배구교실을 열려고 한다. 8월에는 국군체육부대 상무 팀을 초청해 합동훈련도 한다. 그는 최고의 훈련시설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잘 안다. 그 배려의 마음과 감독의 꿈을 든든하게 지원해주는 구단의 능력이 현대캐피탈이 가진 진정한 힘이다.

천안|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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