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암 딛고 복귀한 이민영 “승부욕 버리고, 감사함 채웠죠”

입력 2015-05-2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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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암을 이겨내고 필드로 복귀한 이민영은 뛰어난 정신력을 바탕으로 시즌 7번째 대회인 NH투자증권 레이디스챔피언십에 참가해 공동 18위의 성적으로 3라운드를 무난히 소화해 냈다. 사진제공|KLPGA

아플 때에도 매일 골프 경기만 시청
TV에 들어가고 싶을정도로 그리워
병 때문에 포기했던 롯데 챔피언십
절친 김세영이 우승 선물해 줘 행복
이젠 대회 출전 자체만으로도 감사

이민영(23·한화)은 체력과 승부욕, 그리고 누구보다 뛰어난 멘탈의 소유자다. 골프에 대한 애정도 넘친다. 지난해 4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롯데마트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그는 “골프선수라는 게 너무 좋다. 좋아하는 골프를 마음껏 할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은 직업은 없다”며 웃었다.

골프 밖에 모르던 그가 갑가지 병상에 누웠다. 3월 복통이 찾아와 병원에 갔다가 왼쪽 신장에서 악성종양이 발견됐다. 암이라는 말에 이민영은 눈물을 쏟아냈다. 모든 게 끝난 줄 알았다. 그가 암을 이겨내고 다시 필드로 돌아왔다. 그것도 더 밝고 건강한 표정으로.

시즌 7번째 대회인 NH투자증권 레이디스챔피언십에서 개막전을 치른 이민영은 암을 이겨낸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3라운드 경기를 무난히 소화한 그는 공동 18위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아직 완벽한 상태는 아니지만 그는 오히려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저 괜찮아요. 이제는 아프지 않아요”라며 밝게 웃었다.

이민영이 병상에서 일어나 빨리 필드로 돌아올 수 있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힘이 더해졌다. 그 중에서도 L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김세영(22·미래에셋)은 이민영에게 가장 든든한 힘이 됐다. 둘은 10년 지기 친구다. 초등학교 때 만났다. 지금은 둘도 없는 단짝이다. 골프 이외에 태권도라는 공통점도 있다. 이민영은 2단, 김세영은 3단. 가끔은 골프가 아닌 태권도로 겨뤄보자며 서로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이민영이 암에 걸렸다고 했을 때 김세영은 “거짓말 하지 마라”며 몇 번이나 되물었다. 워낙 튼튼하고 강한 친구였기에 믿을 수가 없었다.

아픈 이민영은 오히려 김세영을 위로하기도 했다. 4월 열린 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ANA인스퍼레이션에서 마지막 날 역전을 허용해 우승을 놓친 친구의 마음을 다독였다.

일주일 뒤엔 김세영이 이민영에게 기쁜 소식을 전했다. 하와이에서 열린 롯데챔피언십에서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롯데챔피언십은 이민영이 손꼽아 기다려온 대회다. 작년 4월 KLPGA투어 롯데마트여자오픈 우승으로 이 대회 출전권을 받아둔 상태였다. 이민영은 겨울동안 미국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를 오가며 전지훈련을 했다. 그리고 이 대회에서 세계적인 스타들을 상대로 멋진 경기를 펼치고 싶었다. 그런데 갑자기 찾아온 병 때문에 출전이 좌절됐다. 이민영은 “매일 경기를 봤다. 심지어 TV 속으로 들어가서 나도 같이 경기하고 싶을 정도였다”며 아쉬워했다. 그에게 친구 김세영이 우승을 선물했다. 이민영은 “친구가 우승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좋았다”며 진심으로 축하했다.

많은 게 달라졌다. 고기를 좋아하던 그는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바꿨고,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가는 법을 터득했다. 무엇보다 많이 성숙해졌다. 어른스러웠고 생각도 깊어졌다.

“이제는 승부에 집착하지 않겠다. 선수라면 승부욕을 갖는 게 당연하지만 이제는 그런 마음을 갖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성적보다 대회에 나올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다.”

감사한 마음도 잊지 않았다. 그는 “하루하루가 감사하다. 나 자신에 대해 많이 반성하는 시간이 됐고 앞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면서 살고 싶다”며 모든 사람들에게 고마워했다. 병원에 누워있던 그는 어려운 환경에서 병마와 싸우는 어린환우들을 보며 유독 안타까워했다. 그들에게 힘이 되어줄 길을 찾고 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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