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행’ 강민호는 왜 롯데 프랜차이즈를 포기했나?

입력 2017-11-22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프리에이전트(FA) 포수 강민호가 21일 4년 80억원에 롯데를 떠나 삼성으로 이적했다. ‘롯데의 강민호’로 불리던 그는 왜 삼성으로 갔을까. 현실적 조건을 택했을 개연성도, 말 못할 속사정도 두루 감지되고 있다. 삼성 구단 점퍼를 입은 강민호는 옅은 미소만을 짓고 있을 뿐이다. 사진제공 | 삼성 라이온즈

프리에이전트(FA) 포수 강민호(32)가 21일 삼성으로 전격 이적했다. 발표된 계약조건은 4년 80억원이다.

쟁점은 ‘왜 강민호가 롯데를 떠났느냐’다. 롯데의 잔류조건도 4년 80억원이었다. 그렇다면 미스터리다. 2004년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강민호는 올해까지 14년간 줄곧 롯데에 몸담았다. 2013년 말 처음 획득한 FA 권리를 행사할 때도 4년 동안 75억원(발표액 기준)을 받고 롯데에 남았던 그는 왜 그토록 애착을 드러냈던 ‘롯데의 프랜차이즈’를 포기하면서까지 삼성으로 갔을까?

강민호. 스포츠동아DB



● 롯데가 강민호를 놓쳤나? 강민호가 롯데를 떠났나?

롯데와 강민호, 그리고 그의 에이전트는 20일까지 최종 담판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협상 결렬이 확정됐다. 그 직후 강민호 측은 대구로 이동했고, 삼성과 협상에 나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정황상 롯데와 결별 이전에 삼성과 협의가 끝났다고 볼 수 있다.

적잖은 팬들은 ‘협상 과정에서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었기에 동일 조건임에도 강민호가 이적했는가? 롯데의 협상 방식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 취재 결과, 감정적 문제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첨예할 수밖에 없었던 협상의 본질상, 마냥 매끄러울 순 없었다. 그러나 판을 깰 만큼의 갈등은 없었다. 롯데가 협상 과정에서 돈으로 만회할 수 없는 실수를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롯데가 포수로서 강민호의 가치를 낮게 봤다가 놓쳤다’, ‘강민호의 연봉이 10억원에 달하는 현실에서 영입 제안을 할 팀이 없을 것이라 오판했다’는 추측도 돌고 있다. 이 역시 롯데의 행적으로 비쳐볼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

롯데는 손아섭(29), 강민호라는 두 명의 대형 FA와 잔류 협상을 병행하는 어려운 여건이었다. 이 상황에서 강민호를 둘러싼 기류가 심상찮다고 판단되자, 바로 최종안을 제시했다. 속된 말로 ‘간을 보지 않고’ 구단이 제시할 수 있는 최대치를 꺼냈다. ‘당장 대안도 없는데, 롯데가 상황을 막연히 낙관하다가 놓쳤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강민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삼성의 조건이 훨씬 좋았을 개연성

결별까지의 구체적 정황에 관해 롯데와 강민호 측 모두 말을 아끼고 있다. 상황이 종료됐는데 이제 와서 이전투구를 벌여봤자 서로 득 될 것이 없다. 다만 롯데는 21일 오후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냈다. ‘4년 80억원을 제시했음에도 강민호 잔류 협상이 결렬됐다’는 요지였다. 이와 거의 동시에 삼성은 같은 금액으로 강민호 입단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를 두고 야구계 복수의 관계자는 “강민호의 삼성 입단 조건을 누가 곧이곧대로 믿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삼성과 강민호는 “보장액수는 80억원이 맞다”고 강변하고 있다. 다만 삼성은 “추가 옵션이 있다”고 인정했다.

강민호는 이적에 따르는 적잖은 부담을 감수하는 쪽을 택했다. 절대다수 팬들이 믿어 의심치 않았던 ‘올타임 롯데 맨’의 길을 포기했다. 그렇다면 이유는 단 하나밖에 남지 않는다. 삼성의 조건이 훨씬 좋았다는 말이다.

강민호가 떠난 롯데 내부의 반응은 복잡 미묘하다. 아프지만 아픔을 표현하는 것조차 자제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팬들의 비판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 다른 내부 FA들이 남아있다. 협상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손아섭 외에도 최준석(32), 이우민(35) 등 또 다른 ‘내부 FA’가 있다. 강민호와는 결별했지만, 롯데가 손아섭의 잔류를 포함해 나머지 내부 FA들과 협상은 물론이고 아울러 외부 FA 영입에서도 어떤 자세를 보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