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기생충’, “심사위원 만장일치 황금종려상”

입력 2019-05-26 08: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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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이 한국영화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가운데 시상식 직후인 26일 오전5시30분(한국시간) 칸 국제영화제 메인 행사장인 팔레 드 페스티벌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봉준호 감독. 칸(프랑스)|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가 이뤄졌다는 이야기를 심사위원장으로부터 들었습니다.”

한국영화의 역사적인 순간을 더욱 빛나게 하는 설명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제작 바른손이앤에이)이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 수상 쾌거를 이뤘다. 26일 오전 2시30분(이하 한국시간) 영화제 메인 상영관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폐막과 함께 열린 시상식에서 “코리아 봉준호!”의 이름을 호명한 심사위원장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시상 뒤 봉 감독에게 다가와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였다”는 설명을 들려줬다.

시상식 직후인 이날 오전 5시30분 칸 국제영화제 메인 행사장인 팔레 드 페스티벌에서 진행된 황금종려상 기자회견에서 봉준호 감독은 한국영화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시작하는 소감부터 작품에 대한 설명 그리고 “한국영화 100년이 되는 해”라는 사실까지 전 세계에 알렸다.

기자회견은 현지시간으로 밤 10시30분 시작해 11시경 끝났지만 현장의 취재 열기는 뜨거웠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취재진은 봉준호 감독이 등장하자 환호와 박수를 보냈고, 기자회견 직후 감독을 향해 일제히 몰려들어 사인을 요청하기도 했다.

<다음은 황금종려상 수상 기자회견 일문일답>


-(일본 기자) 지난해 일본의 황금종려상(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에 이어 한국의 첫 수상을 축하한다. 감독이 ‘너무 한국적인 이야기’라고 말하지 않았나. 전혀 그렇지 않다.

“제가 엄살을 좀 떨었다. ‘한국적이다’고 말을 한 건, 칸에 오기 전 한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다. 나중에 해외에서도 개봉하겠지만 우리(한국)끼리 킥킥거리면서 즐길 요소가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어서 한 말이었다. 부자와 가난한 자의 이야기, 가족의 이야기라서 보편성이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중국 기자) 한국의 첫 번째 황금종려상이다. 포스터를 보면 눈을 가리고 있는데.

“한국 최초의 황금종려상이고, 올해가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인데 칸 국제영화제가 한국영화에 큰 선물을 준 게 아닌가 싶다. 포스터 등장인물들의 얼굴에 있는 검은 줄을 말하는 건가. 잘 모르겠다.(웃음) 포스터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다. 박찬욱 감독의 포스터도 해온 디자이너이다.”


-봉준호의 쾌거, 한국영화의 쾌거이자 장르영화의 쾌거라고 생각한다.

“고마운 질문이다. 이번 ‘기생충’도 제가 해온 작업이다. 물론 제가 장르를 이상하게 뒤섞거나 여러 유희를 섞긴 하지만 어쨌든 저는 장르영화 감독이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황금종려상 받은 게 놀랍고 제 스스로도 납득이 안 간다. 오늘 심사위원장께서 전원 만장일치였다고 해서 더더욱 놀랍다. 기쁘다. 장르영화를 만드는 사람이자, 장르영화의 팬으로서 매우 기쁘다.”


-많은 사람이 ‘봉준호 자체가 장르다’라고 한다. ‘기생충’을 보면 전작이 떠오르기도 하고, 어떤 면에선 더 나아갔다. ‘봉준호의 유니버스’가 있다고 생각한다.

“유니버스라고 하면, 마블 영화를 만드는 분들이 잘 아는 세계인데…. 일단 ‘기생충’은 저의 7번째 영화이고, 지금 8번째 영화를 준비하고 있을 뿐이다. 이번 공식 상영 뒤에 ‘인디와이어’ 매체에서 ‘봉준호 자체가 장르가 됐다’는 평을 했는데 그 말이 저로서는 가장 감격스럽고 듣고 싶던 말이다. 기쁘다.”


-(미국 기자) 영화에 북한 앵커를 흉내 내는 장면처럼 다양한 메시지가 있다.

“이 영화 속 한 여성 캐릭터가 북한 TV뉴스 앵커를 흉내 내는 장면이 있다. 그건 정치적으로 심각한 메시지가 아니라 조크다. 영화적 농담이라고 생각해 달라. 한국의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는 분들이 그런 걸 많이 하기도 한다. 한국인들에겐 익숙한 유머이다.”


-(영국 기자) 처음엔 ‘로컬 필름’이라고 하더니 세계적인 작품이다. 많은 장르도 뒤섞였다.

“시나리오를 쓸 때 장르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인물과 사건을 먼저 쓴다. 저는 시나리오를 카페에서 쓴다. 카페 구석에서 쓰면서 사람들 소음을 들으면 여러 아이디어가 생각난다. 제가 쓰는 글이 어떤 장르적인 조건을 가졌는지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쓰고 난 뒤에 ‘이 장르가 뭐지?’ 생각한다. 다만 예외가 있다면 ‘괴물’이라는 영화에서는 괴물이라는 크리처를 생각해야 하다보니까 유일하게 장르를 의식하면서 만들었다.”


-‘옥자’ 때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야기를 했는데, 이번에도 영향을 받은 건가.

“이번 영화에서는 연결고리를 찾기 쉽지 않다. 오히려 김기영 감독님, ‘하녀’를 만든 나의 영원한 롤 모델인 그 분을 생각했다. 김기영 감독과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들을 꺼내보면서 그분들의 영향 속에서 만들었다.”


-한국영화 100년 역사에서 굉장히 영광스러운 순간이다. 한국영화 창작자들에게 큰 자극이 될 것 같다. 이번 수상이 향후 한국영화에 어떤 영향이나 흐름을 만들길 기대하고 있나.

“2006년에 시네마테크프랑세즈에서 대규모로 김기영 감독님의 회고전을 한 적 있다. 그때 나도 참가했다. 그 작품들을 프랑스 관객이 열광적으로 보던 기억이 있다. 그분 영향을 앞서 언급했듯이, 제가 상을 받았지만 이건 제가 어느 날 갑자기 혼자서 영화를 만들어 된 게 아니다. 우리 역사에는 위대한 한국 감독들이 있다. 시네마테크프랑세즈 회고전 때처럼 한국영화 역사를 돌이켜볼 수 있는 이벤트가 많아지길 바란다. 구로자와 아키라, 장이모우 같은 아시아 거장들을 능가하는 한국의 마스터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올해를 거쳐서 더 많이 알려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칸(프랑스)|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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