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서도소리, 경기소리 한판 붙자!” 2019이수자지원사업 선정작

입력 2019-08-23 10: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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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애결(對愛決)

유사 사설을 판소리, 서도소리, 경기소리로 표현한 노래 비교 감상
기존의 유파 발표회와 다른 남도, 서도, 경기소리 장르 첫 비교 발표회
전승이 단절된 서도소리 ‘토끼화상’ 처음으로 재현
경기소리 박정미, 판소리 박은정, 서도소리 박수영 3명창 출연


같은 노래를 록가수, 트롯가수, 발라드가수가 부르면 멋과 깊이가 다른 것처럼 전통성악곡도 전공자에 따라 깊이와 표현법이 달라진다. 그 깊이와 차이를 판소리, 서도소리, 경기소리로 비교 감상하는 무대가 마련된다.

9월 3일 오후 7시 30분, 한국문화재재단 풍류극장에서 펼쳐지는 대애결(對愛決) 공연은 유사한 사설을 가지고 각각 판소리와 서도소리, 경기소리로 발전한 전통소리를 감상하는 무대이다. 기존의 판소리나 산조의 유파 발표회와 달리 종목 간 비교 감상회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한국문화재재단이 후원하는 2019년 이수자 지원 사업에 선정된 이번 공연은 판소리 명창 박은정(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춘향가 이수자), 서도소리 명창 박수영(국가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 이수자), 경기소리 명창 박정미(국가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이수자) 등 중견 명창들이 출연해 멋진 우정의 대결을 펼친다.

먼저 고소설 춘향전의 춘향이 매 맞는 대목에서 박은정 명창이 군로사령대목 및 십장가 대목을 부르면 박정미 명창이 경기12잡가 중 형장가와 집장가로 맞받는다.

항우와 유방의 전쟁을 그린 중국의 대서사시 초한지를 노래한 초한가를 박수영 명창이 서도특유의 꿋꿋한 목으로 풀어내면, 박은정 명창이 판소리 남성 명창들이 주로 불렀던 단가 초한가로 이어 받는다.

가루지기타령으로 더 잘 알려진 변강쇠와 옹녀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고소설 변강쇠가를 박정미 명창이 경기잡잡가 변강쇠타령으로 노래하면 이번엔 박수영 명창이 서도재담소리조로 변강수타령을 잇는다.

경기잡잡가 변강쇠타령이나 서도소리 변강수타령은 남도판소리와 달리 어렵게 전승이 되고 있다. 반면 판소리 변강쇠타령은 19세기 전승이 끊겼다가 1970년대 박동진 명창이 새롭게 작품을 짜 ‘가루지기타령’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가루지기타령이 끝나면 이번에는 세 명의 소리꾼들이 한 무대에서 고소설 수궁전 중 토끼화상대목을 각 지역의 스타일로 노래한다.

박은정 명창이 판소리 ‘토끼화상 그리는 대목’을 부르면, 박정미 명창은 경기잡잡가 스타일로 부르게 된다. 경기잡잡가 ‘토끼화상’은 창부타령조로 흥겹게 부르다가 노랫가락조로 끝을 맺는 독특한 잡가이다.


이어 박수영 명창이 서도소리조로 노래한다. 박수영 명창이 부르는 ‘토끼화상’은 일제강점기 김종조가 녹음한 재담소리조 노래로 지금까지 전승되지 않고 사라진 소리를 이번에 처음으로 박수영 명창이 재현하게 된다.

병든 임금이 별주부에게 토끼간을 구하러 세상에 내보내기 전 생전 본적 없는 토끼의 모습을 화공들을 불러 그리는 ‘토끼화상’ 대목은 소리꾼들에게는 매우 인기있는 대목으로 가야금병창으로도 널리 불리는 대목이다.

이렇게 네 곡의 대결이 끝나면 세 명의 소리꾼이 어우러져 각 지역의 대표적인 민요를 함께 부르는 특별한 코너도 마련된다. 서도지역의 대표적인 노래인 자진아리와 함께 경기의 밀양아리랑, 남도의 진도아리랑을 세 명의 소리꾼들이 부르게 된다.

이 공연을 연출한 한윤정 신민요연구회 회장은 “류파라는 개념으로 가야금산조나 판소리의 유파 비교 발표회는 종종 있었으나, 이처럼 종목 간 비교를 하는 공연은 거의 없었다. 무형문화재 제도의 시행으로 종합적인 예인을 양성하던 시스템 대신 전문적인 예인을 양성하는 체제로 바뀌면서 각 예술의 깊이는 훨씬 깊어졌으나 종목에 대한 이해력이나 시각은 좁아진 게 사실”이라며 “실기인들이 이번 공연을 계기로 다른 종목, 다른 예술인들을 존중하고 또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계기가 될 것을 바라는 마음으로 공연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수자 대표인 박은정 명창은 “이러한 공연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무대에 볼거리, 즐길거리도 더불어 풍성해진다. 젊은 소리꾼들이 퓨전도 좋지만 전통을 활용한 콘텐츠가 여전히 많다는 것을 인식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번 공연은 전석무료 초청으로 진행된다.

* 대애결(對愛決) : 승부에 집착하여 결론에 이르는 대결(對決)과 달리 교류가 부족한 타 종목 예술인들을 존중하며, 친목을 도모하는 사랑의 대결이다.

*경기잡잡가는 경기잡가 가운데 12잡가나 휘몰이잡가보다 더 속되다는 의미로 불리는 잡가를 말한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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