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리의 듀얼인터뷰] ‘타짜3’에 베팅한 감독·프로듀서, 그들의 이야기

입력 2019-09-06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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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타짜:원 아이드 잭’은 앞선 1·2편을 잇는 동시에 새로운 이야기를 펼친다. 연출자 권오광 감독(왼쪽)과 김유경 프로듀서가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이들은 “‘타짜’의 정신처럼 베팅했다”고 입을 모았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영화 ‘타짜:원 아이드 잭’ 권오광 감독 & 김유경 프로듀서

권오광 감독
중2 때 ‘초록물고기’ 보고 감독 결심
아르바이트하며 틈틈이 시나리오 써
타짜의 세계…판타지나 무협지 같죠

김유경 프로듀서
권 감독 ‘돌연변이’ 보고 느낌이 팍
경험 풍부하고 굉장한 아이템 부자
감독들의 개성 드러내는게 내 역할

기대보다 우려가 컸다. 대부분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잘해야 본전, 삐끗하면 애써 쌓아온 시리즈의 명성까지 흔들릴 수 있었다. 도전이지만 그만큼 위험한 길. 기꺼이 거기로 들어서 주위의 우려를 기대로 돌려놓은 두 인물이 있다. 11일 개봉하는 영화 ‘타짜:원 아이드 잭’(제작 싸이더스)의 권오광 감독(36), 기획과 제작 전반을 이끈 김유경 프로듀서(39)이다. ‘타짜3’는 1·2편의 성공을 넘어 시대상까지 담아내는 시도로 ‘타짜 세계관’을 확장했다. 2015년 의기투합한 두 사람이 5년을 쏟아 부은 결과다. 4일 오후 서울 삼청동에서 이들을 만났다. 웃음 많고 유쾌한 두 사람에게서 서로를 향한 깊은 신뢰가 배어났다.


-영화의 출발이 궁금합니다.


김유경(이하 김) “‘타짜2’ 투자를 담당한 뒤 3편의 기획을 맡았어요. 연출가를 찾아야 하는데 아무래도 성공한 1·2편을 잇는 작업이니 선뜻 나서는 분위기가 아니었죠. 그 무렵 ‘돌연변이’(권오광 감독의 장편 데뷔작) 시나리오를 접했어요. ‘타짜3’에서 꼭 지키고 싶은 두 가지가 있었어요. 이 시대를 담은, ‘젊은 타짜’이길 바랐죠. ‘돌연변이’를 쓴 권 감독이라면 해낼 거라고 생각했어요.”


권오광(이하 권)
“5년간 이런 칭찬은 처음인데요. 어색해서 앉아있기가 힘듭니다. 하하! 처음 제안 받고 ‘타짜’를? 왜? 나한테? 상상도 못한 일이었죠. ‘타짜’의 엄청난 팬으로서 과연 할 수 있을까,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어요.”


-연출을 결심한 이유가 있을 텐데요.


“‘준비가 안됐다’고 거절하고 피하면 영영 못할 것 같았어요. 성공하든 실패하든 지금 도전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으니까요. 하겠다니까 바로 계약금을 주더라고요.(웃음)”

‘타짜3’는 종목을 화투에서 포커로 바꿨다. 허영만 작가의 원작만화 내용은 틀만 유지하고 캐릭터와 얼개를 새로 설계했다. 주인공은 공무원 시험 준비생인 도일출(박정민). 영화는 모든 걸 잃은 그가 의문의 남자 애꾸(류승범)와 만난 벌이는 짜릿한 도박판의 이야기다.


-1·2편의 성공이 제약이 되지 않았나요.

“1편의 최동훈, 2편의 강형철 감독님과 비교하면 우린 ‘언더독’(이길 확률이 적은 선수)이었죠. 가진 것보다 무거운 걸 해내야 했어요. 다만 한 가지는 확신했습니다. 권 감독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분명해요. ‘타짜’의 정신처럼, 우린 ‘베팅’을 한거죠.”

영화 ‘타짜:원 아이드 잭’의 한 장면.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수원대와 중앙대 대학원에서 영화를 전공한 김유경 PD는 ‘타짜3’의 산파 역할을 맡았다. 기획부터 시나리오 개발, 제작 전반을 총괄한 그는 “감독 말의 속뜻을 정확히 파악하고 공유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고 했다. 이에 권 감독은 “연출자와 PD는 같은 방향을 보고 나아가야 하는 관계”라고 답했다.

-감독이 되기로 결심한 건 언제에요.



“중학교 2학년 때 영화 ‘초록물고기’를 보고서요. 하하! 그때 동네 비디오가게 영화를 다 섭렵한 비디오키드였는데 ‘초록물고기’가 마치 제 이야기 같았어요. 아…, 이 영화는 대체 뭐지? 왠지 저도 만들 수 있을 것만 같았어요. 고등학교 가서 바로 영화동아리를 만들었죠.”


-첫 영화는 어떤 이야기였나요.


“고등학교 2학년 때 만든 ‘타는 목마름으로’라고.(웃음) 김지하의 시를 통해 광주민주화운동을 그린 내용이었는데 저 빼고는 무슨 말하는지 누구도 모르더라고요. 그때 깨달았죠. 영화는 공부해서 만드는 거라는 걸. 그래서 중앙대 영화과에 갔어요.”


-프로듀서가 보기에 권오광 감독은 어떤 연출자인가요.



“굉장한 아이템 부자이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확고하죠. 해보지 않은 일이 없을 만큼 경험도 풍부해요. 그런 경험으로 사람과 사람의 관계, 세상을 바라봐요.”


-어떤 일을?


“형편상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어요. 결혼식 사진 찍는 일을 5년간 했고, 케이블채널 편집에 보습학원에서 중학생 수학도 가르치고, 생선도 팔았고요.”


-생선장사 경험은 김용화 감독(‘신과함께’ 시리즈)과 겹치네요.


“대학 선배님이신데 그분은 시장에서 파셨고, 저는 마트에서 팔았죠. 하하! 아침엔 학교 급식용 오징어 배를 500마리쯤 따고, 오후엔 아주머니들께 생선 팔고, 앉을 틈도 없이 힘들었지만 돈은 많이 벌었어요.”

영화 ‘타짜:원 아이드 잭’의 연출자 권오광 감독(왼쪽)과 김유경 프로듀서.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그는 숱한 아르바이트 경험을 통해 남다른 성과도 맛봤다. 게임장 환전소에서 일할 땐 “견딜 수 없이 고통스러워” 노트북을 옆에 두고 틈틈이 단편영화 시나리오를 썼다. 그 작품이 2013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단편경쟁부문 황금종려상을 받은 문병곤 감독의 연출작 ‘세이프’이다. 데뷔작 ‘돌연변이’는 불법 실험 탓에 생선으로 변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과감한 시도와 도발적인 아이디어가 그의 머리를 채우고 있다.

-‘타짜’ 시리즈의 매력은 뭔가요.



“모르는 이들에겐 타짜의 세계가 낯설지만, 도박판 사람들도 우리 옆에 있는 이들이죠. 낯설지만 사실 옆에 있는 사람들. 그런 캐릭터를 보는 재미가 ‘타짜’ 시리즈의 진수가 아닐까요. 판타지이자 무협지처럼, 전설로 내려오는 그런 세계.”

한창 이야기를 나누던 사이, 감독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전날 영화를 본 1편의 연출자 최동훈 감독이 보낸 문자메시지였다. ‘클래식한 느낌이 좋다’는 긍정의 반응을 접한 두 사람은 환하게 웃었다. 이들은 ‘타짜3’를 넘어 또 다른 영화도 함께 기획하고 있다.

“도전은 늘 두렵죠. 그래도 하게 돼요. ‘어떤 감독이 되고 싶냐’고 묻는다면 ‘관객이 늘 궁금해 하는 감독’이라고 답해요. 예상 가능한 건 재미없잖아요.” (권)

“감독마다 각기 다른 색깔이 잘 드러나는 영화가 재미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고유한 색을 가진 감독들이 그 개성을 드러내도록, 대중과 너무 멀어지지 않도록 이끄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김)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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