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②] 옥주현 “핑클에 이어 뮤지컬 배우로 사랑 받을 줄 몰랐다”

입력 2018-06-23 13: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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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①에 이어

어느 덧 20년. 가수이자 뮤지컬배우 옥주현은 걸그룹 ‘핑클’의 활동으로 10년을 보냈고 뮤지컬 배우로 10년을 보냈다. 지금 돌아보면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빠르게 지나갔다는 것이다. 지금은 현존하는 뮤지컬 배우 중 정상에 있는 옥주현이지만 정작 그는 이를 예상하지 못했다. ‘핑클’이후로 자신에게 빛나는 시기는 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 그는 “너무 큰 행운과 복이 두 번 있었던 것 같다”라며 “그러기에 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소중하다”라고 말했다.

Q. 데뷔 20주년을 맞이했어요. 소감은 어떤 가요.

A. 정말 복이 많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말해서, 제가 뮤지컬 배우로 이렇게 사랑 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핑클 시절부터 언젠간 뮤지컬을 해야겠다는 생각만 했지 철저한 계획을 세운 것은 아니었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정말 뮤지컬을 하게 됐고 감사하게도, 제가 상당히 위에 올라와 있음을 알게 됐어요. 핑클 때와는 또 다른 영광이었어요. 물론 아픈 시절도 상당히 있었지만 무대가 안겨주는 소중함이 컸어요. 이번 콘서트도 표가 많이 팔렸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꿈같았어요. 공연 티켓을 몇 시부터 파는지 알아야 빨리 표를 구매하시는 건데 그걸 다 아신다는 것이 정말 감사했어요.

Q. 뮤지컬 무대에 설 때도 많은 분들이 옥주현 씨를 보고 가죠.

A. 감사하죠. 그런데 그 부담감은 의외로 크더라고요. 몇 개월을 부담감과 무게를 안고 살아야 해요. 공연계는 특히 더 그런 것 같아요. 수개월동안 무대에 올라가면서 저를 잘 다독이면서 에너지도 잘 분배해야하거든요. 그래야 보시는 관객들이 똑같은 공연을 보실 수 있으니까요. 아마도 이번 콘서트는 기간은 짧지만 그동안 제 연기를 보셨던 분들의 마음이 켜켜이 쌓여 티켓을 구매하시지 않으셨을까요. 그것에 대한 책임감이 또 생겨서 색다른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Q. 뮤지컬 배우로서 옥주현 씨는 마냥 순탄치는 않은 길을 걸어왔어요. 아이돌 활동을 하고 뮤지컬로 건너온 1세대 배우였으니까요.

A. 제가 가장 힘들었던 것은 제 자신과의 싸움이었던 것 같아요. 말씀하셨듯이 저는 잘 알려진 상태에서 무대로 넘어왔기 때문에 무조건 잘해야 했어요. 그 명성에 맞게 올라가는 것이 너무 힘들었어요. 관객들에게 ‘저 배우가 선택하는 건 볼 필요가 있다’라고 생각이 들게 하는 일은 여전히 제 목표이자 소망이에요. 또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미세먼지? 하하. 정말 누구도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인 것 같아요. 감기 등은 정말 조심하지만 배우 중 누구 하나가 걸리면 옮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건 정말 제 마음대로 안 돼요. 그냥 감기 증상이 오면 치열하게 싸워요.

Q. 배우들의 인터뷰를 듣다 보면, 옥주현 배우의 보살핌을 들을 때가 종종 있어요. 목에 좋은 물을 추천하다든지 등 주변인의 건강을 유독 챙긴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A. 가끔 제가 모르는 배우에게 연락이 올 때가 있어요. 누구를 통해서 연락을 했다고 하면서 목상태나 컨디션이 안 좋을 때 제게 문의를 많이 해요. 제가 의사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같이 현장에서 뛰는 사람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거든요. 사실 무대에 서는 사람은 컨디션은 늘 최상급으로 유지를 시켜야 해요. 자기 건강을 지키지 못하는 건 관객을 위해서라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죠. 저는 주로 공연 전에 운동을 하고 와요. 집에서 푹 쉬다 오면 오히려 에너지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꼭 수영이나 발레 등을 하고 와요.

Q. 아이돌 후배 가수들에게 옥주현 씨는 롤모델이기도 해요.

A. 고맙죠. 기분도 좋고요. 아이돌 후배들을 보면 가끔 안타까워요. 저는 한 곳에만 집중하면 되는데 후배들은 다른 스케줄도 많잖아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 저는 좀 안쓰럽죠. 무대 위에서 2~3시간의 공연을 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거든요. 아무리 특별한 재능을 얻은 사람이어도 투자한 시간은 못 이겨요. 내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서 뼈를 묻는다는 마음으로 해야 하거든요. 후배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기들도 그렇게 하고 싶은데 현실은 그러지 못해서 아쉬워해요. 무대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훈련을 받아온 그들이 정작 본인의 무대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지 못할 경우에, 제일 괴로운 것도 본인 스스로거든요.

Q. 옥주현에겐 뮤지컬이란 뭘까요?

A. 10년을 넘게 했지만 절대적으로 사랑할 수 있는 것. 세 달을 매일 공연하고 똑같은 이야기를 하지만 질리지 않아요.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고 엉뚱한 시도를 할 수도 있고 이상한 기분에 휩싸일 때가 있지만 절대 그렇게 되지 않는 것도 실력인 것 같아요. 세월이 지나면서 점점 그런 것을 느껴요. 제가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 DJ를 3년 정도 했어요. 그 때 매니저 오빠가 “네가 그렇게 오래할지 몰랐다”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는 건 끈질기게 하는 성격이라서 그랬던 것 같아요. 지금 뮤지컬이 그래요. 물론 내면의 갈등도 있지만 지겹지 않아요. 매일 새롭고 떨려요. 징글맞게 사랑할 존재가 돼버린 것 같아요.

Q. 또 다른 20년이 기다려집니다. 스스로는 어떤 모습을 그리시고 계신가요?

A. 아마도 누군가를 가르치고 있지 않을까요? 잘 쌓아왔던 것을 전수해주고 있지 않을까.(웃음) 수업을 나가면 재능, 열정, 패기는 누구 못지않게 많은 친구들이 많아요. 그런데 무대라는 것이 그런 것으로만 채울 수는 없잖아요. 아까도 말했지만 재능으로만 해결될 수 없는 곳이죠. 그래서 그런 점들을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있지 않을지…. 그런 생각이 드네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포트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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