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무비] ‘기묘한 가족’ 취향 존중이라지만 어이가 없네

입력 2019-02-14 11: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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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무비] ‘기묘한 가족’ 취향 존중이라지만 어이가 없네

영화 ‘기묘한 가족’의 웃음 코드는 ‘실소’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음이 터져 나오는 좀비 코미디.

‘기묘한 가족’은 조용한 마을을 뒤흔든 멍 때리는 좀비와 골 때리는 가족의 상상초월 패밀리 비즈니스를 그린 코믹 좀비 블록버스터물이다.

‘기묘한 가족’만의 차별점은 세계 최초 12세 관람가 좀비물이라는 데 있다. 좀비와 코미디의 조합, 귀여운 좀비 소재가 독특하다. 이민재 감독은 “무조건 재미있고 환상적으로 찍고 싶었다”며 기존 좀비물의 잔혹한 면보다는 독창적인 판타지를 부각하려고 했다.


맨 처음 좀비(정가람 분)에게 물리는 주유소집 삼 남매 아버지 만덕(박인환 분)의 회춘을 화장실 소변기 앞에 떠오른 무지개로 대신 표현하고, 좀비에게 물린 아버지 만덕을 이유 불문 죽이려고 하는 둘째 아들 민걸(김남길 분)의 패륜조차 코미디로 이해시킨다. 가족들이 좀비들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생활용품(바구니, 냄비, 패딩점퍼, 고무장갑 등)을 사용한 점도 가볍게 볼 수 있는 리얼 코미디다. 그 중 윤종신의 ‘환생’을 배경음악으로 한 막내딸 해걸(이수경 분)과 좀비의 배추밭 러브신, 좀비 떼들과 함께 즐기는 불꽃 클럽씬은 ‘기묘한 가족’의 정체성을 제대로 보여준다.

그러나 소재가 지닌 신선함도 러닝타임 112분이 지나니 시들해졌다. 독창성을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능력이 부족했고 귀여웠던 좀비 캐릭터가 공포의 대상으로 바뀌면서부터는 전개가 뒤엉켜버렸다. 이것을 B급, 인싸(아웃사이더와 반대되는 인사이더의 줄임말) 감성이라고 고려하더라도 엉성해진 얼개는 영화를 보면서 ‘나는 누구, 여긴 어디?’라는 고뇌를 하게 만든다.


단, 정재영, 김남길, 엄지원, 이수경, 정가람, 박인환의 연기는 믿고 볼만하다. “장르에 맞춰서 연기를 하는 스타일”이라는 정재영은 우유부단한 준걸 캐릭터를 탁월하게 소화했고, 김남길 은 권모술수에 능한 민걸을 통해 코미디 장르까지 섭렵하는 매력을 보여줬다. 맏며느리 남주로 분한 엄지원 역시 독보적인 걸크러시로 존재감을 확실히 했다.

그중에서도 쫑비로 분한 배우 정가람은 ‘기묘한 가족’의 비밀병기다. 영화 ‘늑대소년’ 송중기가 아련한 감성으로 모성애를 자극했다면, 정가람은 유쾌한 좀비 판타지로 보호 본능을 이끌어낸다. 양배추를 좋아하는 이색 식성으로는 관객들을 조련하며 영화의 마스코트로 자리했다.

밑도 끝도 없는 전개에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지만, 어이가 없더라도 웃었다면 '기묘한 가족'은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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