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무비] ‘생일’ 눈물의 순기능, 담백한 슬픔 (리뷰)

입력 2019-04-03 15: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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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무비] ‘생일’ 눈물의 순기능, 담백한 슬픔 (리뷰)

“책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어도 한 사람의 마음에 다정한 자국 정도는 남길 수 있지 않을까.” - tvN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 中 -

마찬가지로 영화 ‘생일’이 개봉한다고 해서 세상이, 우리의 일상이 바뀌진 않는다. 그러나 제작진의 바람대로 기억을 공유하고 슬픔에 공감하는 작은 단서 정도는 될 수 있지 않을까. 차곡차곡 담아낸 진심에 눈물이 오랜만에 ‘정화’라는 제 기능을 했다.

영화 ‘생일’은 2014년 4월 16일 세상을 떠난 아들 수호(윤찬영 분)의 생일날, 남겨진 이들이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이야기다.


‘생일’의 강점은 담백함이다.

이종언 감독은 그 날의 참사 이후 2015년 여름부터 안산 ‘치유공간 이웃’을 찾아 유가족 곁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보고 듣고 느낀 경험을 담담하게 풀었다. “위로를 하는데 시기가 중요하느냐”는 감독의 말처럼 영화 곳곳에 배려가 묻어난다. 영화 속 생일 모임을 비롯해 출입국 도장, 깜빡이는 센서등 에피소드는 유가족에게 직접 들은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됐다. 유가족을 바라보는 곱지 않은 사회적 시선도 담아내 슬픔을 미화하지 않았다.

또 ‘세월호’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구구절절 사고 과정을 묘사하지 않아도 그날 이후 지워지지 않는 아들의 카카오톡 메시지 ‘1’과 노란 리본 등 설정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리고 가장으로서 돈을 벌기 위해 외국에서 일을 하다가 뒤늦게 가족에게 돌아온 정일은 관객과 시선을 함께 한다. 이야기에 서서히 빠져들 수 있어 슬픔을 강요받는 부담을 덜 수 있다. 이는 ‘생일’의 주인공을 유가족으로 한정하지 않고 가족을 잃은 우리의 이웃으로 확장, 공감대를 형성케한다.


설경구, 전도연은 이번에도 믿고 보는 연기를 보여준다. 설경구는 아들이 세상을 떠나던 날 아버지의 자리를 지키지 못해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안고 살아가는 아빠 정일 역을, 전도연은 떠나간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슬픔을 묵묵히 견뎌내는 엄마 순남 역을 맡았다. 오빠와의 행복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동생 예솔 역에는 아역 배우 김보민이 함께 했다.

배우들의 진정성은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생일 모임 장면에서 폭발한다. 이종언 감독이 실제 유가족 및 희생학생들의 친구들을 만나며 느낀 감정들을 관객들에게도 전하기 위해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 수십 명의 배우가 모인 이 장면은 30여 분 동안 끊지 않고 롱테이크로 이틀에 걸쳐 촬영됐다. 설경구와 전도연이 ‘최고의 경험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수십 명의 배우들은 하나가 돼 울었고, 관객들도 눈물을 흘리며 위로받을 수 있다.

'생일'은 4월 3일 개봉.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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