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다저스 중계팀 “류현진, 5일 SF전 최악 부진 이유 있었다”

입력 2014-04-21 14:4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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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스페인어 중계팀 캐스터 페페 이니게즈. 동아닷컴DB

[동아닷컴]

올 해로 미국 진출 2년째인 류현진(27·LA 다저스)은 21일(이하 한국시간) 현재 총 5경기에 선발 등판해 3승 1패 평균자책점 1.93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보다 한층 더 강해진 모습. 류현진에 대한 인지도는 물론 그에 대한 미국 현지 팬들의 기대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 팬들에게도 괴물투수로 기억되는 것’이라던 그의 목표 역시 시간문제일 뿐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일이 됐다. 류현진을 바라보는 빅리그 관계자들의 시선도 이를 증명해 준다.

지난 13일 미국 애리조나에서 동아닷컴 취재진과 만난 다저스 스페인어 중계팀의 전담 캐스터 페페 이니게즈는 “류현진은 시간이 갈수록 더 강해지고 있다”며 “앞으로 얼마나 더 뛰어난 모습을 보여줄 지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페페는 또 “전날 류현진이 애리조나를 상대로 선발 등판해 7이닝 2피안타 무실점 8탈삼진 한 경기는 최고였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당시 옆에서 페페의 말을 듣고 있던 다저스 스페인어 중계팀의 해설자 하이메 하린도 페페의 말에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어제 류(현진)는 정말 최고였다”고 덧붙였다.

동아닷컴은 지난해 국내 언론 최초로 다저스의 전설적인 투수이자 지금은 스페인어 중계팀의 해설자로 변신한 페르난도 발렌수엘라(53)를 인터뷰한 것에 이어 이번에는 캐스터 페페를 인터뷰했다.

류현진은 물론 박찬호(은퇴)와 최희섭(KIA) 등 과거 다저스를 거쳐간 한국인 메이저리거들과 관련된 추억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음은 페페와의 일문일답.

-한국 야구팬들을 위해 자기 소개를 해달라.

“내 이름은 페페이고 17년째 다저스 스페인어 중계팀의 캐스터를 맡고 있다. (옆에 있던 하이메 하린(78)을 가리키며) 저 분은 ‘다저스의 스페인어 목소리’로 불리는 해설자 하이메고 올해로 56년 째 활동하고 있다. 영어 중계를 맡아 ‘다저스의 목소리’로 통하는 빈 스컬리(87)와 함께 명예의 전당에 오른 전설적인 인물이다.”

-스페인어 중계팀도 시즌 162경기를 모두 다 중계하나?

“그렇다. 홈경기는 물론 원정경기도 다저스와 함께 동행하며 모두 다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생중계한다.”

-LA와 가까운 서부지역 원정은 모르겠지만 뉴욕 같은 동부지역은 힘들겠다.

“물론, 뉴욕 같은 동부지역 원정은 시차(3시간)도 발생하고 이동거리도 멀어 쉽지는 않다. 하지만 1년에 16번 정도 밖에 되지 않아 크게 힘들지 않다. 요즘처럼 다저스 성적이 좋으면 더 먼 곳도 갈 수 있다. 하하.”

-어제(12일) 다저스는 류현진의 호투에 힘입어 승리했다.

“그랬다. 류현진이 어제 애리조나를 상대로 선발 등판해 7이닝 2피안타 무실점 한 경기는 정말 최고였다. 류현진은 시간이 갈수록 더 강해지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더 강해질지 기대가 크다.”

(옆에서 중계방송을 준비하며 페페의 말을 듣고 있던 해설자 하이메 하린도 페페의 말에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어제 류(현진)는 정말 최고였다”고 덧붙였다.)

하이메 하린, 페르난도 발렌수엘라, 페페 이니게즈(왼쪽부터). 페페 이니게즈 제공


-하지만 지난 5일에는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 단 2이닝 투구에 8실점하며 부진했다.

“그날은 류현진이 못 던졌다기 보다 야수들의 수비실책이 겹치면서 일어난 일이어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류현진은 그날 평소 루틴(선수들이 경기전 습관적으로 하는 준비 동작)에서 벗어난 일을 해 일시적으로 부진했던 것이다.”

-루틴에서 벗어났다는 게 무슨 말인가?

“평소 선발투수들은 경기 시작 약 50분 전에 필드에 나와 몸을 푼다. 그런데 그날은 류현진이 평소보다 훨씬 더 일찍 나와 몸을 풀더라. 당시 현장에서 그 모습을 보고 왜 그럴까 하고 의아해 했는데 얼마 안 있어 다저스 코칭스태프가 나와 류현진을 데리고 가더라. 아마 류현진과 코칭스태프 사이에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결국 류현진은 경기 시작 50분 전에 다시 나와 몸을 풀었다. 두 번이나 몸을 푼 셈이다. 일반적으로 투수는 야수보다 예민하다. 류현진이 평소와 달리 두 번이나 몸을 풀었으니 평소 자신의 리듬이 깨졌을 가능성이 크고 그게 일시적인 부진으로 이어진 것 같다. 하지만 어제 경기에서 봤듯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로 손색이 없다. 그에 대한 믿음도 크고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투수이다.”

-오랜 시간 다저스 전담 캐스터로 활동하고 있다. 류현진 외에 다른 한국선수들도 기억하나?

“물론이다. 박찬호, 최희섭도 기억난다. 특히 박찬호는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하이메 : “그렇다. 박찬호는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였고 그로 인해 다른 한국선수들이 미국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박찬호는 개척자였다. 한국선수는 물론 시간이 갈수록 메이저리그에 아시아 선수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좋은 현상이라고 본다.”

-한국 선수 중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선수가 있다면?

“나는 개인적으로 최희섭이 기억에 남는다. 체격도 좋았고 호쾌한 그의 스윙도 마음에 들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과거 다저스 시절에 1주일 동안 홈런 5개를 몰아친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때는 정말 대단했다. 게다가 최희섭이 다저스에서 뛸 때 경기장을 찾은 한국인 팬들이 보여준 독특한 응원도 기억에 남는다. 막대기처럼 생긴 응원도구를 부딪히며 ‘희섭 초이’를 연호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하린 : “나는 BK(김병현)가 인상적이었다. 투수치고 체격도 크지 않은 BK의 호투로 애리조나가 2001년에 월드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었다. 당시 다저스도 정규시즌에서 BK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해 고전했다.”

-끝으로 올 시즌 다저스의 성적을 예상한다면?

“지난해에 비하면 다저스 주축 선수들의 부상이 많지 않은 것이 고무적이다. 물론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27)가 가벼운 등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그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다저스의 전력이 탄탄하다. 커쇼가 복귀하면 더 좋아질 것이다.

물론 다저스 불펜과 마무리가 시즌 초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는 시간이 갈수록 안정될 것으로 본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큰 이변이 없는 한 올해도 다저스는 충분히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것이다.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다저스가 꼭 월드시리즈에 진출해서 팬들의 오랜 숙원인 월드시리즈 우승에 대한 갈증을 풀어줬으면 좋겠다.”

애리조나=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22.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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