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 ‘해적’ ‘해무’…세월호 참사에 진퇴양난

입력 2014-04-24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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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배경으로 한 제작비 100억원 규모의 영화들이 세월호 참사의 충격으로 개봉 일정 등 여러 고민에 빠졌다. 사진은 최민식 주연의 영화 ‘명량:회오리 바다’(왼쪽)와 손예진, 김남길이 호흡을 맞춘 ‘해적:바다로 간 산적’.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롯데엔터테인먼트

■ 100억 대작 해상영화 개봉 난항

“참사 충격이 커 오해 일으킬 수도”
제작진 국민 정서 고려 시기 고심
‘명량’ ‘해적’ 올 여름 개봉 신중론


올해 여름과 하반기 개봉을 목표로 촬영과 후반작업을 진행해온 제작비 100억원 규모의 대작 3편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국민을 충격과 슬픔에 빠트린 세월호 참사의 추모 분위기 속에서 개봉 시기 등과 관련해 제작진이 고심하고 있다.

조선시대 임진왜란 시기, 명량해전에 얽힌 이야기를 그리는 ‘명량:회오리 바다’(명량)와 해적을 주인공 삼은 ‘해적:바다로 간 산적’, 조선족을 태운 선상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다룬 ‘해무’ 등 세 편이다.

각 제작진은 길게는 이미 1년 전에 개봉 시기를 확정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모두 바다를 배경으로 선상에서 벌어지는 전투와 반란, 갈등의 이야기를 그린다는 점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제작진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명량’과 ‘해적’은 각각 7월30일과 8월 중 개봉을 확정한 상태였다. 두 영화는 CJ엔터테인먼트와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연중 최대 성수기인 여름 극장가를 겨냥해 내놓은 대작이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사고로 제작진과 투자배급사 측은 개봉 시기는 물론 영화 소재와 관련해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참사로 슬픔에 빠진 국민들의 정서를 우선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지적 때문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임성규 팀장은 23일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서 신중하게 개봉 일정을 논의하고 있다”며 “워낙 조심스러운 상황이라 아직까지 뚜렷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개봉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세 편 중 가장 먼저 개봉하는 ‘명량’은 일단 일정을 변경 없이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 이미 마케팅 집행 등 개봉 준비에 착수한 상황에서 일정 조정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태다. 하지만 CJ 내부에서는 “사고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자칫 국민 정서에 반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다.

심지어 ‘명량’과 ‘해무’에는 해상 전투와 반란의 이야기 속에서 선장의 역할을 강조하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요인들이 어쩔 수 없이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제작진으로서는 개봉을 예정대로 강행할 수도, 그렇다고 무작정 미룰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한 제작 관계자는 “참사의 충격이 워낙 큰 상황에서 자칫 영화가 또 다른 오해를 불러일으킬지 모른다”면서 “지금은 뭔가를 결정하기에 굉장히 조심스러운 상황이다”고 말을 아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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