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플러스] LG 백업포수 최경철, 12년만에 쏘아 올린 인생 만루포

입력 2014-07-24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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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최경철이 23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전 0-3으로 뒤진 4회 1사 만루서 역전그랜드슬램을 쏘아올리고 있다. 힘차게 방망이를 휘두른 뒤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SK 데뷔 넥센 거쳐 작년 LG 유니폼
만년 백업포수 불구 노력만은 1등
주전들 부상에 선발…감격의 한방


만루홈런. 타자가 타석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 환희의 순간이다. 프로에서 무려 12년을 기다려 그 결정적 한 방을 날렸다.

우리 나이로 서른다섯. 프로야구의 대표적인 3D 포지션으로 꼽히는 포수. 2004년 데뷔했지만 1군보다 2군에 머문 시간이 많았다. 서서히 잊혀가고 있던 이름 최경철. “수비는 제법 하는데 타격은 영······.”이라는 평가와 “그래도 인간성만큼은 프로 1등”이라는 칭찬이 따랐다. SK에서 데뷔해 넥센을 거쳐 2013년 LG 유니폼을 입었다. 모두가 그에게 기대했던 점은 백업 포수 한 자리. 그나마 1군 보다는 2군에서 만약을 대비하는 보험용 선수였다.

그러나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 항상 밝게 웃으며 투수를 편안하게 리드하는 포수였다. 그리고 기회가 왔다. LG는 시즌초 현재윤과 윤요섭이 연이어 부상을 당해 최경철이 주전 마스크를 썼다.

이후 그는 LG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혔던 도루저지에서 빛나는 활약을 펼치며 선발진 안정에 큰 공을 세웠다. 22일까지 도루 저지율은 0.284로 리그 전체 5위다. 한 경기에 도루 7개를 허용하기도 했던 LG였다. 타석에서도 쏠쏠한 활약이 이어졌다. “내가 번트 하나만큼은 최고 타자다”는 농담으로 동료들에게 웃음을 줬고 실제로 희생번트 상황에서 가장 믿음직한 타자로 활약했다.

2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KIA전은 번트로 상징되는 조용한 조연이 아니었다. 화끈한 만루홈런을 때린 이날 경기의 주인공이었다. LG가 0-3으로 뒤진 4회초 1사 만루, KIA 선발 홀튼은 9번 타자 최경철에게 풀카운트에서 바깥쪽 시속 133km 체인지업을 던졌다. 살짝 가운데로 몰린 공을 놓치지 않았다. 그대로 왼쪽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25m 만루홈런이 됐다. 단숨에 승기를 잡은 LG는 11-8로 역전승을 거두며 후반기 첫 승을 수확했다.

양상문 LG 감독은 취임 직후 ‘포수 트레이드’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만큼 LG 포수진은 약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지금 뛰고 있는 포수의 성장을 믿는다”고 말했다. 양 감독은 최근 “최경철은 감독이 희생번트를 고민하고 있는 상황에서 먼저 스스로 번트를 댄다. 한 타이밍이 빨라 1루에 살아나가는 장면도 종종 있다. 경기 흐름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그리고 “포수는 자주 쉬게 해줘야 하는데 계속 내보내 미안할 때도 많다”고 깊이 신뢰했다.

프로 12년차에 주전 포수가 됐고, 12년차에 데뷔 첫 만루홈런을 날린 순간. 그러나 최경철은 그라운드를 돌아 덕아웃에서 동료들과 수많은 동료들의 축하를 받을 때도 단 한번도 웃지 않았다. 자리에 앉아서도 입을 굳게 닫고 그라운드를 응시했다. 마치 12년을 기다리며 수 없이 많은 땀을 흘린 스스로에게 ‘대견하다’고 칭찬하듯.

광주|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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