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처음과 끝 장식? 그게 나의 임무”

입력 2014-09-20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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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김광현. 스포츠동아DB

2014인천아시안게임 야구국가대표팀의 에이스는 단연 김광현(26·SK)이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일찌감치 그를 한국의 첫 경기인 22일 태국전 선발투수로 결정했다. 태국전 선발은 5일 뒤 열리는 결승전 선발이 된다. 만약 B조 조별예선에서 대만에 진다면 로테이션이 달라질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한국의 첫 경기와 마지막 경기를 김광현에게 오롯이 맡긴 것이다. 그를 향한 코칭스태프의 신뢰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김광현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한국의 5전 전승 금메달 시나리오의 스타트를 끊는 태국전에 등판하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우면서 영광스럽다”며 “첫 게임에 등판하는 만큼 한국의 기를 살릴 수 있는 피칭을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과제는 있다. 김광현의 주무기는 슬라이더다. 웬만한 투수의 직구 구속과 맞먹는 시속 140km가 넘는 빠른 구속. 게다가 종으로 떨어지고, 횡으로 휘는 두 가지 슬라이더를 던진다. 두산 호르헤 칸투는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투수로 김광현을 꼽고는 “슬라이더가 정말 대단하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삼성 야마이코 나바로도 “김광현은 직구도 빠르고 슬라이더가 굉장히 좋은 투수다. 메이저리그에 가도 통할 실력이다”고 칭찬한 바 있다. 그런 김광현이지만 “슬라이더를 보안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유는 공인구 때문이다.

이번 아시안게임 야구 공인구는 일본 미즈노사에서 제조한 공으로 결정했다. 공인구인 미즈노200을 사용해본 대표팀 선수들은 하나 같이 “공이 가볍다”고 입을 모았다. 타자 입장에서는 반발력이 좋아 유리한 측면이 있지만, 투수들에게는 제구를 잡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류 감독도 “투수들이 공이 가벼워서 뜬다고 하더라”며 우려했다. 특히 변화구를 구사할 때 문제다.

김광현은 “직구는 괜찮은데 변화구가 빠지는 느낌이다. 경기 후 투수들과 얘기를 해보니 떨어지는 체인지업과 커브는 더 낫다고 하는데 틀어 던지는 슬라이더는 조금씩 빠진다. 풀리는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슬라이더로 땅볼을 유도하긴 했지만 빗맞은 것이지 꺾이는 각이 예리한 느낌이 아니었다”며 “체인지업은 오히려 괜찮았는데 슬라이더는 좀 불만이다. 불펜피칭을 하면서 공인구에 더 적응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위력적인 모습을 되찾으며 5년 만에 태극마크를 다시 달았지만, 그렇기에 더 좋은 피칭으로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큰 것이다.

책임감도 막중하다. 김광현은 “마운드에 오르면 늘 똑같은 마음이다. 대표팀, SK 등 어떤 유니폼을 입든 ‘타자가 못 치는 공을 던지자’가 아니라 ‘내 공을 던지자’는 생각을 한다”며 “야수들이 잘 치고, 투수들이 잘 던져서 이겼으면 한다. 투수들이 이닝 교체를 빨리빨리 해서 야수들이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의 첫 경기와 마지막 경기를 맡긴다는 게 ‘국가대표 에이스’라는 뜻”이라는 얘기에는 손사래를 치더니 “그게 나의 임무니까”라며 이를 악무는 김광현. 그가 있어 대표팀은 든든하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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