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수&적수] 캡틴 열전…룸메이트는 잊었다

입력 2014-10-22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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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주장 이호준(왼쪽)과 LG 주장 이진영은 SK에서 원정 룸메이트로 한솥밥을 먹었던 절친한 선후배 사이다. 정상급 입담 덕분에 유쾌한 리더십을 자랑하는 두 주장은 준플레이오프에서 적으로 만나 서로에게 창을 겨눠야 하는 운명이다.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 NC 이호준 vs LG 이진영

2000∼2008년 SK전성기 이끈 베테랑
친형같은 리더…최고의 입담꾼 공통점

야구역사를 장식한 강팀에는 명장도 슈퍼스타도 있었지만 최고의 리더 캡틴이 있었다. 김봉연(해태), 김기태(쌍방울·SK), 이숭용(현대), 진갑용(삼성), 김재현(SK)은 선수로도 큰 발자국을 남겼지만 최고의 주장으로도 기억되는 이름이다.

NC는 1군에 데뷔한지 2시즌이 된 신생팀이다. LG는 지난해 포스트시즌에 올랐지만 2002년 이후 2013년까지 단 한번도 4강에 진출하지 못했던 팀이다. 그러나 선수단의 리더 캡틴만큼은 가을야구와 우승경험이 많은 포스트시즌 베테랑들이다.

20일 마산구장엔 비가 내렸다. 경기가 시작되기 어려운 상황. 양 팀 주장은 눈빛을 교환하더니 홈 플레이드 근처에서 마주했다. “이렇게 된 거 가위바위보나 한 판 해서 결정하자”는 NC 캡틴 이호준(38)의 걸쭉한 농담에 LG 주장 이진영(34)은 활짝 웃었다. 캡틴과 캡틴은 한참 이야기꽃을 피우고 헤어졌다. 이진영은 덕아웃에서 ‘이호준과 인사는 했나?’라는 질문에 “잘 모르는 사이다. 포스트시즌에서는 남남이다. 괜히 만나 대화를 나누면 밀릴 수도 있다”고 말했지만 오랜 시간 우정을 나눈 친한 형과 만남이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이호준과 이진영은 SK 전성기의 주역이었다. 2000년부터 2008년까지 함께 뛰었다. 홍성흔(두산)과 함께 리그 최고의 입담을 자랑하며 SK 덕아웃을 밝게 이끌었다. NC로 이적한 이호준은 주장으로서 젊은 선수들의 든든한 맏형 역할을 해냈다. 이진영은 외부영입 선수지만 LG 주장으로 뽑히며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이호준과 이진영은 SK시절 한 팀에서만 뛰었던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원정 룸메이트로 지낼 정도로 각별했다. 이진영은 후배를 데리고 있을 수도 있는 연차였지만 이호준과 함께 지냈다. 이호준은 “둘 다 어릴 때라 끈질기게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서 초구를 때려 병살로 아웃되기도 했다. 그러면 엄한 선배에게 꾸지람을 듣곤 했는데 서로 위로의 밥을 사주기도 하며 즐겁게 지냈다”고 추억했다.

이호준은 포스트시즌에서만 55경기를 뛰었다. 이진영은 30경기에 출장했다. 온갖 어려운 상황을 수없이 경험했다. 포스트시즌은 분위기 싸움이다. 이호준은 1차전에서 대패했지만 오히려 더 여유롭게, 더 많이 웃으며 후배들을 대했다. 이진영은 시즌 때 보다 더 유쾌하다. 그라운드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캡틴과 캡틴의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

마산|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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