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임의탈퇴 선수가 전지훈련? SK의 꼼수

입력 2014-11-2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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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임의탈퇴 선수가 해외에서 훈련까지? 지난해 1차 지명으로 뽑혔지만 임의탈퇴 신분인 SK 이건욱(61번)이 일본 가고시마 마무리캠프에서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고 있다. 사진제공|SK 와이번스

■ kt 특별지명 피하기 위해 편법 자행

이건욱·오수호 등 유망주들 日 캠프 동행
선수들 재활 전폭 지원·내년 활약 기대도
삼성도 ‘임의탈퇴’ 정형식 상무 입대 추진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해외에서 전지훈련까지 하고 있는 임의탈퇴 선수가 있다. SK 우완 투수 이건욱(19)과 오수호(24)가 그들이다. 징계 선수가 아닌 구단의 유망주들이다. kt의 20인 보호선수 외 특별지명을 피하기 위한 SK의 꼼수로 보인다.

임의탈퇴는 구단이 선수에게 내릴 수 있는 가장 큰 징계다. 임의탈퇴가 되면 해당일로부터 1년간 어떤 경기에도 뛸 수 없다. 한국프로야구와 협정을 맺은 메이저리그, 일본리그, 대만리그도 해당된다. 연봉도 지급되지 않는다. 구단 동의 없이 임의탈퇴는 해지되지 않는다. 평생 야구만 해온 선수가 구단의 ‘용서’가 없이는 다시 프로선수로 그라운드에 설 수 없는 무서운 철퇴다. 대부분 음주, 폭행 등 범죄행위나 프로야구선수로 품의를 지키지 못한 잘못을 저질렀을 때 임의탈퇴 처분을 받는다. 임의탈퇴는 구단이 신청할 수 있지만 복귀는 KBO 총재의 승인이 필요한 매우 엄중한 처벌이다.

그러나 스포츠동아 취재결과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임의탈퇴 신분이 됐고 구단이 많은 돈을 들여 해외에서 훈련까지 시키고 있는 특이한 선수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SK는 올 시즌 조용히 2명의 임의탈퇴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신청했다. 첫 번째 임의탈퇴 선수는 지난해 1차 지명으로 뽑은 우완투수 이건욱(19)이다. 1차 지명을 받을 만큼 구단의 핵심 유망주다. 계약금 2억원을 받고 입단했다. SK는 지난 2월 28일 이건욱을 임의탈퇴 명단에 올렸다. 이건욱은 음주, 폭행 등 그 어떤 범죄행위도 저지르지 않았다. 그러나 프로 첫 해 임의탈퇴가 됐다. KBO 담당자는 “구체적인 사유는 없었다. 임의탈퇴는 구단의 권리이기 때문에 등록됐다”고 말했다.

SK 담당자는 “가고시마 마무리캠프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재활중이다”라고 말했다. 이건욱은 입단 직후 수술을 받았고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재활을 하고 있다. 현재 재활 막바지 단계이며 일본 가고시마 마무리캠프에서 훈련하고 있다. SK 내부에서는 ‘내년 1군에서 활약이 기대되는 투수’라고 기대하고 있다.

임의탈퇴 선수가 마무리캠프에서 훈련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매우 비상식적인 일이다. SK 담당자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즉답을 피했고 ‘kt의 20인 보호선수 외 특별지명을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못했다.

SK는 지난 4월 8일 또 한명의 유망주인 오수호(24)를 다시 슬그머니 임의탈퇴 명단에 올렸다. 오수호는 2009년 롯데에서 1차 지명을 받았고 올해 이적했다. 오수호 역시 구단의 지원 속에 재활을 받고 있다. KIA는 과거 임의탈퇴 신분이었던 김진우의 훈련을 돕고 싶었지만 직접 나설 수 없어 일본 독립리그 코리아 해치를 소개하는 등 외곽 지원 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러나 SK는 전력보호를 위한 편법으로 자유롭게 활용하며 해외캠프까지 데려가고 있다. 규약의 빈틈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는 꼼수인 것이다.

우승팀 삼성 역시 이 같은 꼼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9월 음주사고를 낸 정형식(23)에 대해 임의탈퇴를 내렸지만 10월 조용히 상무 입대를 추진했다. 상무는 도덕성 문제로 최종 불합격 처리했다. 앞에서는 가장 무서운 징계를 발표했지만 뒤에서는 상무입대를 지원하며 보호선수 한 자리를 더 확보하고 선수의 공백기도 최소화하려 했다. 2010년대 최고 강팀을 자부하는 삼성과 SK 모두 심각한 도덕 불감증, 비겁한 꼼수로 그라운드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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