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호-김동주 엇갈린 운명

입력 2014-12-19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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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호-김동주(오른쪽). 스포츠동아DB

김동주, kt 제시연봉보다 고액 요구로 입단 결렬
장성호는 “마지막으로 열심히 뛰겠다” 받아들여

위대한 선수생활을 해온 두 명의 대 타자. 모두 한 시대를 풍미했고 국가대표 팀의 주축 전력이기도 했다. 그러나 2014년 선수생활 황혼기에서 두 명의 운명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kt는 18일 2015시즌 프로야구 개막과 1군 데뷔(3월28일) D-100일을 맞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특별지명 및 프리에이전트, 신규 영입 선수 입단식을 열었다. 장성호(37)는 kt 유니폼을 입고 활짝 웃었다. 그러나 감독까지 나서 선수생활의 마지막 기회를 주려 했던 김동주(38)는 없었다.

kt 조범현 감독이 장성호와 김동주에게 관심을 가진 이유는 전력적인 측면뿐만이 아니었다. 조 감독은 사석에서 김동주에 대해 “국가대표 4번을 친 선수다. 명예로운 마침표를 도와주고 싶다. 감독이 아닌 야구 선배의 마음이다”는 말을 했었다.

주위에서 ‘리더는 아니다’, ‘팀의 화학적 결합에 마이너스다’는 냉혹한 평가도 들렸지만 조 감독은 김동주를 직접 만났다. 그리고 “함께 해보자”고 했다. 그러나 kt와 김동주의 협상은 결렬됐다. 문제는 연봉이었다. 김동주는 2014시즌 1군 기록이 없다. 2012∼2013년에도 1군에서 60경기 이상을 뛰지 못했다. 거포라고 불리지만 최근 3년 동안 1군에서 기록한 홈런은 단 3개다. 올해 퓨처스리그 45경기에서 기록한 홈런도 3개다. 더 이상 3루 수비는 어렵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따른다.

그러나 김동주는 kt에 고액 연봉을 요구했다. kt는 베테랑을 예우하는 상징적인 액수를 제시했고 당연히 도장을 찍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빗나갔다. 객관적인 평가와 팀 내부 형평성 등을 고려할 때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였다. 조 감독은 18일 기자회견에서 “만나서 본인의 강한 의지도 느꼈고 나도 좋은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함께 하지 못하게 됐다. 계약은 구단의 몫이다”고 말을 줄였다.

장성호는 이날 “kt에서 주전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실력이 뛰어난 젊은 선수들이 굉장히 많다. 열심히 준비해 시범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야 경기에 뛸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제 기록은 큰 의미가 없다. 팀에서 어떤 역할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준혁이 갖고 있는 개인통산 최다안타 기록 2318개까지 247개 남았지만 지금까지 쌓은 모든 것들을 내려놓고 마지막으로 열심히 뛰어 보겠다는 다짐이다.

kt는 장성호에게 김동주와 비슷한 액수의 연봉을 제안했다. 역시 베테랑의 예우가 담겨져 있었다. 아직 계약 내용은 공식 발표되지 않았지만 장성호는 조범현 감독이 준 이 마지막 기회를 잡았다.

프로에게 연봉은 자존심이다. 그러나 더 비즈니스적인 마인드가 강한 메이저리그에서도 위대한 선수들은 종종 팀의 우승, 고향 팀에 대한 사랑, 자신의 명예 회복을 위해 연봉을 희생한다. 한때 리그 최고의 타자였던 김동주는 그렇게 마지막일지 모르는 기회를 허망하게 놓쳤다.

수원|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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