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 친화력·실력…한방에 증명하다

입력 2015-03-05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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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 강정호 홈런…그 이상의 의미는

낯가림 적어 동료에게 다가가 직접 대화
팀선수들 즐겨하는 ‘졸탄 세리머니’까지
파워·수비력 입증…부정적 시선 잠재워

시범경기 홈런 한방 친 것 가지고 호들갑을 떠는 것은 설레발일 수 있다. 별거 아니라고 넘기면 그만이겠지만 의미를 찾자면 결코 가볍지 않다. 피츠버그 강정호(28)가 4일(한국시간) 플로리다주 오토익스체인지스타디움에서 열린 토론토와 시범경기 첫 출장에서 첫 홈런을 터뜨렸다. 강정호의 ‘해적선 승선’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는 이정표 같은 홈런이라 가치가 남다르다. 강정호의 이번 홈런에는 홈런 이상의 큰 의미가 있다.


● 피츠버그에 녹아들고 있다

강정호의 메이저리그 연착륙을 점치는 근거로 성격이 꼽힌다. 대외적으로 과묵하지만 낯가림이 별로 없다. 피츠버그에서도 팀 동료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있다는 후문이다. 통역이 따로 있지만 웬만하면 스스로 영어를 쓰려고 한다. 피츠버그 동료들은 이미 강정호가 가수 나훈아를 닮은 것까지 알고 있을 정도로 친밀감을 표시한다.

이런 강정호가 4일 홈런을 친 뒤, ‘졸탄 세리머니’를 보여줬다. 졸탄(Zoltan)은 미국의 B급영화에 등장하는 외계인이다. 이 외계인을 부를 때 양 손을 펴서 엄지손가락을 연결해 Z모양을 만드는데 이 영화를 클럽하우스에서 우연히 본 피츠버그 선수들이 이를 따라하기 시작했다. ‘졸탄 세리머니’를 처음 선보인 선수는 포수 로드 바라하스다. 그 후 피츠버그 타자들은 2루타 이상의 장타를 치면 ‘졸탄 세리머니’를 하는데 강정호가 홈런 직후 덕아웃에 들어가며 이 제스처를 취한 것을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가 놓치지 않았다. 강정호는 이 세리머니를 “그레고리 폴랑코한테 배웠다”고 답했다.


● 밀어 친 홈런이 몰고 온 임팩트

강정호의 홈런은 우중간 담장을 훌쩍 넘겼다. 타구가 그 방향으로 날아갔다는 것은 스윙타이밍이 약간은 늦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럼에도 강정호는 완벽한 타격 자세를 유지했고, 맞아나간 타구는 계속 뻗어나갔다. 다른 것을 다 떠나서 강정호의 코리안 파워가 피츠버그 전 선수단 앞에서 드러난 순간이었다.

일각에서는 스윙 시, 한쪽 발을 드는 강정호의 레그 킥 동작을 지적하며 몸쪽 직구에 취약할 수 있다는 분석을 했다. 그러나 강정호는 토론토 강속구투수 애런 산체스의 직구에 힘으로 붙어 압도했다.


● 메이저리그에서도 강심장 인증

공격력 못지않은 포인트는 강정호가 과연 미국에서도 유격수로서 정착할 수 있느냐 여부였다. 단 1경기라 단정할 수 없으나 4일 토론토전을 통해 강정호는 ‘적어도 주눅들지는 않는다’는 것을 입증했다. 넥센에서 수비할 때와 다름없는 유연함과 여유를 보여줬다. 아직 피츠버그 주전 내야수들이 시범경기에 나서지 않아 단정할 수 없으나 내야 주전경쟁을 해볼만한 안정감을 뽐냈다.

이미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을 통해 강정호의 배짱과 국제무대 적응력은 어느 정도 검증됐다. “한국에서의 홈런과 다를 것 없다. 긴장하지 않고 경기를 즐기려 했다”는 경기 직후 강정호의 소감에서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의연함마저 읽힌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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