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여행 제2편] 아크로폴리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황홀함

입력 2015-04-17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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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투어 제공

《그리스, 지구상에 있는 모든 신화와 이야기가 탄생한 곳. 포세이돈과 제우스 그리고 아프로디테와 에로스 또 디오니소스와 헤르메스. 어릴 때부터 들어왔던 그 거대한 이름들은 분명히 신화처럼 내 기억 속에 박제되어 있었다. 잠자고 있던 신화를 깨우는 곳, 그리고 그곳이 세상의 모든 블루를 품고 있는 지중해라면.》


신타그마(Syntagma) 광장, 플라카(Plaka) 지구
‘헌법광장’이라는 뜻의 신타그마 광장은 1843년 최초의 헌법이 공포된 장소로 아테네 여행 중에 가장 많이 지나치게 되는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다. 계단 뒤쪽으로 그리스 국회의사당이 있고 미트로폴레오스 거리를 따라 고급 호텔, 레스토랑들과 쇼핑거리로 이어져 아테네의 신시가지로 인식된다. 길을 따라 이번에는 아테네의 구시가지로 불리는 모나스트라키 광장까지 바로 이어지고 이곳에서 아크로폴리스와 아고라 그리고 제우스 신전과 아테네 국립공원까지 큰 동선을 따라 모두 멀지 않은 거리에 있기에 결국 이 주변이 아테네 여행의 중심지라고 볼 수 있다. 먼저 아테네의 남대문 시장이라고 불리는 플라카 지구 쪽으로 갔다. 사람들이 사는 모습은 그리스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흥정을 하고 또 때로는 무심하게 돌아서며 한바탕 웃고 또 처음처럼 다시 시작한다. 시장에서 배우는 것은 거대한 그리고 눈물겹게 중요한 일상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우치는 데 있는 것 같다. 따베르나(Taverna-그리스의 일반 식당)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했다. 기로스를 파는 따베르나에는 적당히 차려입은 신사 두 명이 단순하게 술과 물만 시켜 그다지 느리지 않은 속도로 술을 털어 넣었다. 이름은 우조, 그리스의 국민술이라는 그 독한 우조를 나는 오늘 밤 분명히 마실 것 같다. 매 시간마다 펼쳐진다는 근위병 교대식을 보러갔다. 교대식은 이미 진행되고 있었다.

독특한 동작과 특이한 옷차림새는 보통의 근엄한 교대식들과는 조금 달랐다. 군인의 절도나 용맹과는 조금 다른, 나라를 지키는 사람으로서 예절과 규범 등에 초점이 맞춰진 교대식이었다. 건물 외부 벽면에는 여러 비문이 새겨져 있는데 그리스 독립전쟁을 비롯한 여러 전쟁에서 사망한 그리스의 무명용사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 중에 유독 눈에 띄는 글자는 'KOPEA'였다. 그리스 알파벳 철자에서는 ’R'를 ‘P'로 쓴다고 하니 아마 한국 전쟁 때 참전한 용사를 기리는 비문이었을 게다.


아크로폴리스
아크로폴리스를 보는 날이다. 아크로폴리스라면 아니, 파르테논 신전이라면 알현이라는 표현이 맞겠다. 어쩌면 나는 이것을 보려고 그리스에 왔는지도 모른다. 지하철로 아크로폴리역까지 간 후 통합입장권을 사고 언덕에 올랐다. 17유로인 통합입장권으로 4일간 아크로폴리스와 제우스 신전 그리고 대도서관 등 일곱 곳을 볼 수 있다. 단, 아크로폴리스 입장은 1회로 제한한다. 입구부터 대리석 반출을 막기 위해 가방은 물론이고 주머니가 달린 옷도 입고 들어갈 수 없다고 그랬는데 특별히 경비가 삼엄하다고는 볼 수 없었다. 절벽 위 330m의 길이와 170m 너비로 성역을 이룬 아크로폴리스는 ‘높은 언덕 위에 세워진 성소’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고유명사이자 인류 최대의 유산 중에 하나이다.

개관을 하는 이른 아침에 방문한 탓에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으나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밀려 들어왔다. 하늘은 아직도 아테네를 정식으로 인사시키고 싶지 않았는지 오늘은 구름만 잔뜩 낀 날씨로 시작되었다. 아테네의 수호신인 아테나 여신에게 바쳐진 파르테논 신전이 석회암으로 만들어진 돌 산 정상에 자리하고 있었다. 대대적인 공사로 철제 구조물들이 앞을 가로막아 어느 정도 감격스러움이 반감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파르테논을 바라보는 것은 어떤 말로 수식할 수 없을 정도로 황홀했다. 만일 이 시간이 석양빛에 물들어가는 시간이었다면 나는 아마 그 아름다움에 무릎을 꿇었을 것이다. 신전 뒤 쪽으로 가니 저 멀리 언덕 밑에 제우스의 신전이 보였다. 공터에서 다소 쓸쓸하게 빛나고 있던 제우스 신전의 모습은, 전혀 의식하지 않았기에 놀랄 만큼 묘한 느낌을 불러일으켰다. 갑자기 눈에 들어온 아름다움. 나는 제우스가 갑자기 내 눈 속에 들어왔을 때 실제로 걸음을 순간적으로 멈추었다.

순간 그리고 찰나, 제우스에게는 그런 단어들이 어울리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잠시 정신을 가다듬고 파르테논에 집중할 시간. 2천 5백 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이 파르테논은 아테나의 신전으로, 기독교 교회당으로 또 무슬림들의 모스크로 많은 부침을 겪어왔다. 거대한 지붕도 폭격으로 날아가 정확한 복원도 연구 중이라고 한다. 현세 역시 많은 평범한 인간들의 방문지로 전락(?)해 버린 탓에 신전 안 쪽 까지 자세하게 들어가 볼 수는 없었지만 오히려 이렇게라도 사람들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벽 끝에서 한 노인을 만났다. 노인은 사슴인형을 가지고 연신 다른 각도에서 사진을 찍을 정도로 정성을 들이고 있었다. 독일에서 왔다는 그 노인은 손자에게 세계의 곳곳을 보여주고 싶어 항상 징표를 사진으로 남긴다고 했다. 손자가 볼 파르테논 그리고 또 아테네의 전경, 나중에 손자가 다 크면 아마 이런 장면들보다 할아버지를 더 추억하겠지. 나는 오늘 극도로 아름다운 장면 두 가지를 본 셈이다.

구름에 가려있던 해가 잠시 모습을 비추었다. 이십 여 분 남짓, 파르테논이 햇빛을 받아 대리석의 상아빛 자태를 보여주었다. 매끈한 기둥들은 성숙한 여인의 다리처럼 또는 건강한 남성처럼 그리고 두 가지를 섞어놓은 것 같은 느낌까지, 다양한 이미지와 상상력으로 자극해왔다. 정말이지 잠시 동안 대리석 기둥에 드리워진 순간의 빛은 파르테논의 신성함을 더욱 배가시켜주었다. 아테네의 상징이자 그리스의 상징인 파르테논 신전. 나는 그리스에서 내 삶의 커다란 숙제를 하나 끝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동아닷컴>

제공 : 모두투어(www.modetour.com, 1544-5252) / WRITER+PHOTO E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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