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피플] 김영광 “2부리그서 인생 2막…오랜만에 행복”

입력 2015-07-0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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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랜드FC의 베테랑 골키퍼 김영광은 과거에 젖어있지 않다. ‘2인자’, ‘도전자’의 마음가짐으로 제2의 축구인생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김영광이 경기도 청평 클럽하우스에서 엄지를 치켜세우며 계속적인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청평|남장현 기자

■ 이랜드 돌풍 주역 GK 김영광

클래식·J리그 대신 이랜드…‘초심’ 택한것
16경기 20실점·무실점 6차례…팀 2위 견인
1부시절 자만심…이젠 매 경기 감사함으로
항상 2인자 자세…창단 첫 시즌 승격 도전


K리그 챌린지(2부리그) 서울 이랜드FC의 돌풍이 심상치 않다.

이랜드는 6월 28일 안산 경찰청과의 정규리그 원정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해 9승4무3패(승점 31)를 마크하며 선두 상주상무(승점 38)에 이어 2위에 올라있다. 상주가 이랜드보다 1경기를 더 치렀기 때문에 피부로 와 닿는 승점 7의 격차는 그리 크지 않다.

챌린지 정규리그 득점 레이스를 수놓는 이랜드의 ‘괴물 골게터’ 주민규(15골)에게 시선이 집중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힘을 발휘하고 있는 베테랑을 빼놓을 수 없다. 국가대표 출신 골키퍼 김영광(32)이 그 주인공이다. 올 시즌 16경기에 전부 나선 그는 20실점을 했다. 무실점 경기는 6차례다.

김영광은 “구단, 코칭스태프, 선수단의 목표와 비전이 맞아 떨어진다. 구단의 철학과 선수단의 방향이 일치한다는 건 그만큼 우리가 긍정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자신보다 팀을 앞세웠다.

축구 인생 대부분의 시간 동안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김영광이다. 태극마크도 오래 달았다. 신생팀 이적은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 클래식(1부리그), 일본 J리그에서도 오퍼가 있었다. 그럼에도 이랜드를 택했다. 3년 계약의 이유가 뚜렷했다. ‘초심’이다.

“새롭게 태어나고 싶었다. 과거는 버리고, 처음으로 돌아가자는 마음이었다. 인생 2막을 열어젖혔다는 점에서 팀에 무척 감사하다. 축구를 진정 즐기며 하는 느낌이다. 행복을 느끼는 건 실로 오랜만이다.”

그래서 ‘왜 행복하냐’고 물었다. 돌아온 답은 설렘과 간절함이었다. 2002년 전남 드래곤즈에 입단한 김영광은 이듬해부터 풀타임으로 경기를 소화하기 시작했다. 조금은 빨라 보이는 프로 데뷔는 때론 자만으로, 때론 지나친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경기 출전이 감사함이 아니라 당연함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단복 차림으로 경기장에 출퇴근하고, 킥오프 전 손가락에 테이핑을 하는 느낌조차 다르다. 예전에는 오늘이 많은 경기 중 하나였다면, 지금은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뛴다. 챌린지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뭉클한 무엇인가가 있다.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부분이다.”

산전수전 다 겪다보니 어느덧 30대 초반의 고참이 됐다. 타성에 젖을 수 있는 그에게 늘 자극을 주는 존재가 있다. 김병지(45·전남)다. 그만큼 뛰고 싶다는 것보다는 몸 관리의 중요성을 느끼게 된다고 했다.

“(김병지) 형님처럼 오래 뛰겠다는 건 아니다. 추하지 않게 기량이 허락하는 한 축구를 사랑하는 감정을 좀더 느끼고 싶다는 거다. 우리 팀 체력 관리 프로그램이 아주 우수하다. 지금 상황이라면 모든 게 가능하다고 본다.”

1983년생 동갑내기인 팀 동료 김재성, 조원희는 영원한 동반자다. 이랜드가 시즌 초반의 위기 아닌 위기를 잘 버텨내고, 누구나 ‘무서워하는’ 팀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이들 단짝 트리오가 있기 때문이다. “골키퍼는 외롭지만 우린 서로 의지하고 기대면서 든든함을 나눈다. ‘함께’와 ‘어우러짐’의 진정한 의미를 찾았다.”

그러나 김영광은 여기서 안주할 생각이 없다. 올해가 3년 계약의 첫 해다. 마틴 레니 감독은 “100%가 되려면 멀었다. 우리가 가진 잠재력의 50% 남짓 보였을 뿐”이란 말로 선수단을 독려한다. 물론 고참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김영광은 “만족하지 않는다. 실점도 적지 않다. 늘 2인자, 도전자의 자세로 다음을 준비한다. 항상 지난 경기에서 졌다는 마음으로 다가올 경기를 대비하고 있다. 창단 첫 시즌, 승격의 기쁨을 누리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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