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여행]가족이 즐거운 아산 여행지

입력 2015-07-29 15: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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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투어 제공

ON THE VILLAGE, ASAN

아산하면 여전히 온천과 현충사만 떠올리는 이들을 위해 작은 마을들을 기웃거렸다. 걸어가는 곳이 곧 길이 되고 추억이 되는 아산 마을 여행. 작은 길목마다 마을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공진창,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성당이 되다
720명의 조군(漕軍)들이 힘들 모아 800석에 이르는 쌀을 배에 실었다. 15척의 조운선 안에 빼곡하게 쌓인 쌀들은 그 풍경만으로도 장관을 이뤘다. 그것들은 40개에 달하는 고을에서 거둬들인 세곡들이었다. 이렇게 모인 세곡을 관리하는 거대한 규모의 창고가 있던 곳, 바로 충남 아산의 공세리(貢稅里)이다. 1400년대부터 조창의 기능을 갖추기 시작한 공세리는 약간의 과장을 보태 인천항의 전성기가 부럽지 않았을 정도로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중국과의 주요 교통로 중 하나였던 아산만의 입구에 위치하면서 충남 내륙지역으로 통하는 관문이라는 지리적인 조건으로 공세리는 꽤나 치열한 역사를 간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점점 쌀 대신 돈으로 세금을 받기 시작하자 1800년대 중반에 이르러 세곡관리를 하던 창고 공진창이 그 기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드나들던 공진창은 그렇게 바다 곁에 쓸쓸히 방치되었다. 300년 동안 화려하게 이어지던 역사가 멈춰선 것이다.

그렇게 버려진 공진창 자리에 천주교 성당이 문을 열게 된 것은 프랑스 파리 출신의 한 젊은 신부가 공세리의 민가에서 활동을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충청도의 내포지역에는 1700년대 후반부터 천주교가 전파되었다. 그 영향으로 공세리에도 1800년대 초에 신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병인박해로 인해 순교했던 카톨릭 신자들의 수가 이 지역에 몰려있다는 사실이 역사적인 신앙의 깊이를 대변해준다. 한 집안의 삼형제가 모두 순교자의 운명으로 성당 안에 안치되어 있는 모습. 그토록 단호하게 지켜내려 했던 신앙의 숭고함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고딕풍의 공세리 성당은 과거의 영화와 박해의 아픔조차 풍경으로 승화시켰다. 한국 관광 공사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장 아름다운 성당으로 선정했을 만큼 매력적인 풍경을 자랑한다. 350년이 넘는 국가 보호수가 세 그루나 있고 그에 버금가는 오래된 거목들은 영화 속 풍경을 연상케 한다. 그래서인지 현재까지 이곳에서 70여 편이 넘는 영화와 드라마가 촬영되었다는 얘기가 그리 놀랍지만은 않다. 누구나 성당주변을 느리게 걷는다면 이 고즈넉한 풍경의 성지에 매료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감성마을 공세리
언제부터였을까. 공세리 성당을 찾는 많은 이들은 성당을 품고 있는 이 작은 마을을 주목하게 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성당이 지닌 수많은 이야기를 함께 했고 그 역사는 마을 주민들의 개인사이기도 했다. 성당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만난 ‘공세리 이야기’는 주민들이 직접 운
영하는 카페다. 이곳에서 맛보는 팥빙수는 팥부터 고명으로 올리는 인절미까지 모두 ‘공세리산’으로 만든다. 카페 건너편에 있는 팽나무 도서관은 독특한 외관에 시선을 먼저 빼앗기게 되는 곳이다. 작기는 하지만 한옥식 지붕이 운치 있는 이 도서관에서 마을 사람들은 자유롭게 책을 보고 감자나 옥수수 같은 제철 음식을 함께 나누며 담소를 나누기도 한다. 여름이면 도서관 마당의 벽면을 스크린으로 이용해 영화를 보기도 한다.

이런 풍경이 더욱 정감 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100년도 더 지난 골목길이 마을 곳곳에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비좁은 골목길들의 담벼락에는 화려하진 않지만 이곳의 역사적 배경을 알 수 있는 벽화들이 그려져 있다. 조선시대 소방관인 의용소방대를 담아낸 벽화 앞에 멈춰 섰다. 검은 색 옷에 검은 갓, 그리고 짚신을 신고 있는 모습. 긴박한 진화작업을 하고 있는 그림임에도 익살스러움이 묻어난다. 지금은 볼 수 없는 독특한 소방호스로 물을 뿌리고 있는 벽화 앞에서 모든 것이 수작업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었던 그 시절을 떠올려보았다.

모든 작업을 기계에 의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오늘날, 그래서 사람들은 공세리 마을의 수고스러움을 간직하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닐까. 주문받은 양만 만들어내는 방앗간, 서민들의 필수 의약품이었던 고약, 느리지만 정직하게 키워낸 농산물, 모든 것이 이 마을의 느릿한 시간과 잘 맞아떨어진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알려진 성당을 보물처럼 품고 있는 마을답게 공세리는 화려한 옷보단 소박하지만 무르익은 멋을 곱게 차려입었다. 마을과 성당의 경계가 모호할 만큼 서로를 위해 존재하고 있는 따스한 모양새가 인상 깊다. 아름다운 공세리 마을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어 아산여행의 축복은 그렇게 다음 여정으로 순조롭게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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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을 따라 걷는 길, 송곡리
6월의 아산은 여름을 맞을 준비로 분주했다. 그렇게 무르익은 싱그러움에 이끌려 걷게 된 곡교천 은행나무길. 언젠가 황금비가 내리던 이 길을 꿈처럼 짧게 지나가야 했던 기억이 있다. 목적지인 현충사가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에 빠르게 스쳐 가버렸던 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차에서 내려 산책로를 따라 걸어보았다. 현충사로 들어서는 길목에서 만난 곡교천 둔치는 유채꽃이 바람을 따라 노란 물결을 만들고 있었다. 가을이면 곡교천변이 또다시 노랗게 물든다고 한다. 은행나무 터널이라 불릴 만큼 촘촘히 늘어서 있는 은행나무들 덕분이다.
우리나라 최대의 은행나무 길로 알려진 ‘송곡리 은행나무 길’은 30년이 넘은 은행나무 750그루가 심어져 있다. 아쉽게도 지금은 연둣빛의 은행나무 길이지만 왼편에는 곡교천을, 오른편에는 은행나무를 두고 걸을 수 있는 산책로는 어떠한 계절도 상관없다. 1.2km밖에 되지 않는 구간이라 드라이브로 스쳐지나가기엔 너무나도 아쉬운 길이다. 그래서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담아갈 수 있도록 은행나무 길은 차 없는 거리로 지정되었다. 현재 차 없는 거리를 위한 도로 재정비가 한창이다. 올 가을, 노란 은행잎이 도로를 뒤덮을 때면 만추의 자연을 도로 한복판에서 안전하게 즐겨볼 수 있을 것이다.

1973년 현충사 성역화 공사 때 심은 가녀린 은행나무 묘목은 30년이 훌쩍 지난 오늘날 도로 위의 하늘을 울창하게 뒤덮고 있다. 나무들은 약간 휘어진 도로의 모양과 조화를 이루며 운치를 더한다. 은행잎 사이사이로 쏟아지는 초여름의 햇살과 뜨겁지도 습하지도 않은 적당한 바람이 여행자의 감성을 자극한다. 그저 길을 따라 걷는 이 시간, 햇살과 바람의 싱그러움 앞에 모든 욕심이 잠잠해진다. 6월의 아산은 그렇게 초록초록했다.

쉼, 욕심껏 담아가라! 온천마을
1960~70년대만 해도 아산지역은 전국에서 몰려드는 신혼여행객들로 붐볐다. 아산, 온양, 도고 등 3대 온천이 모여 있어 중심상가를 시작으로 수많은 관광호텔들이 생겨났다. 하지만
이 지역에 온천이 시작되었던 것은 훨씬 오래 전의 일이다. 백제와 통일 신라를 거쳐 1300년 전부터 ‘온수군’이라고 불리며 온천 지역으로 유명세를 떨쳤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특히 조선시대의 수많은 왕들이 온궁을 짓고 휴양을 목적으로 머물렀다고 하니 아산시의 역사가 온천수와 함께 흘러온 것은 아닐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탕으로 불리는 ‘신천탕’ 앞에서 왕이 사랑했다는 온천물이 궁금해졌다.

과거에는 온천물이 서민들보단 왕가의 치료목적으로 자주 쓰였다. 몸이 좋지 않을 때는 몇 개월씩 머무르며 국사를 다스리기도 했다. 지금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온천물을 찾아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

꽃보다 더 환하게 피어오르던 신혼의 단꿈을 함께 나눴을 이들이 황혼여행지로 다시 찾아오는 곳. 하지만 그런 추억이 없으면 어떤가. 그저 지친 몸을 따스한 물에 맡긴 채 쉼을 얻을 수 있는 우리네 ‘목욕탕’이 그리운 어느 날, 온천마을에서 누구나 노곤한 추억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아산, 가족을 위한 여행지
아산에는 가족단위 여행객들이 자주 눈에 띈다. 온천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시설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면 더욱 즐거운 여행지들이 많은 것도 큰 이유다. 그 중 이미 널리 알려진 외암민속마을과 더불어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지중해마을로 향했다. 외암민속마을이 시간을 조선시대로 거슬러 오르게 한다면 지중해마을은 훌쩍 공간을 뛰어넘어 유럽의 이색적인 거리로 안내한다. 흰색과 파란색을 기본으로 마을 전체를 유럽풍으로 조성했다. 이 이색적인 풍경을 놓칠세라 방문객들은 기념사진을 찍느라 분주하다. 골목마다 카메라 앞에 서 있는 아이들의 표정과 동작들이 앙증맞다.

산업단지가 들어서며 살아왔던 터전을 두고 떠나야 했던 이들이 마을에 다시 뿌리를 내리는 과정에서 지중해마을이 탄생했다. 새롭게 태어나면서 과거 떠날 수밖에 없었던 원주민들이 삶을 이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되었기에 그 의미가 남다르다. 지중해 마을, 그 아름다운 상생의 이야기는 이제 마을을 찾는 이들에게 순백의 추억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가평의 쁘띠프랑스, 파주의 프로방스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건물의 3층에는 마을 주민들이 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스의 산토리니를 그대로 담아낸 이곳에서 살아가는 기분은 어떨까. 건물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마을을 둘러보고 있으니 하루아침에 유럽으로 옮겨와 살아가게 된 이 지역 주민들의 마음이 궁금해졌다. 이 이국적인 마을에서 잠시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블루 크리스탈 빌리지’의 산뜻한 기운에 기분이 좋아지는데, 3층에서 내려다보는 지중해 마을의 풍경은 또 얼마나 아름다울지. 산토리니, 프로방스, 파르테논 등의 세 가지 양식으로 꾸며진 마을은 야간에 조명이 켜지면서 낮과는 또 다른 정취를 느끼게 해준다.

마을이 곧 훌륭한 여행지가 되는 드라마 같은 풍경을 아산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걸매리라는 이름의 작은 마을은 염전에서 소금이 생산되기도 하고 진흙벌이 있어 논농사가 이뤄지기도 하는 곳이다. 일 년 중 가장 아름다운 걸매리의 모습을 담아갈 수 있을 거라는 공세리 주민의 말에 그곳을 찾았다. 논바닥을 잠잠히 채우고 있는 물에 비친 가옥들이 그의 말대로 신비한 풍경을 연출한다. 마치 바닷가 사이사이에 떠 있는 섬처럼 생경스럽다. 하나 같이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가옥들이다. 이곳이 바다를 메운 간척지라는 것을 떠올리자 걸매리의 가옥들이 더욱 ‘섬’스럽게 보였다. 늦은 오후의 인적 없는 시골길에서 논바닥 물에 데칼코마니처럼 비취는 마을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다. 섬스러운 것이 곧 성스러운 것은 아닐지 헷갈리는 것은 아산의 마을여행에 취한 탓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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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지중해 마을
‘블루 크리스탈 빌리지’라는 이름의 지중해 마을은 마을 전체를 유럽풍으로 조성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어렵지 않게 방문할 수 있어 접근성도 좋은 편. 지중해 마을이 위치한 탕정 명암리까지 버스가 오간다. 포도나무 농사를 짓던 시골마을에 산업단지가 들어서면서 원주민들을 위한 이주자 택지로 탄생한 마을이다.

A 충남 아산시 탕정면 탕정면로 8번길 55-7
T 041-547-2246

가족이 즐거운 아산 여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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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생태 곤충원
아이와의 여행이라면 곤충원을 빼놓을 수 없다. 다양한 허브식물과 반딧불이, 타란튤라, 전갈 등 40여 종의 살아있는 곤충들을 만나 볼 수 있는 생태 곤충원. 보는 것뿐만 아니라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생태체험이 가능해 가족단위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나비정원, 토양박물관, 종합곤충관, 먹이식물관 등 다양한 자연학습장이 아이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아산 전역을 조망할 수 있는 그린타워전망대도 함께 있어 가볼만 하다.

A 충남 아산시 실옥로 216
T 041-53201167~8

장영실 과학관
아산 장영실과학관은 과거와 현재의 과학기술이 공존하는 체험교육놀이 공간이다.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알리며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설립된 이곳은 어린이과학관과 장영실과학관으로 나뉘어 관람할 수 있다. 간단한 실험과 실습을 통해 과학에 대한 흥미를 높이고 기초과학의 원리를 배울 수 있는 이곳은 의외로 어른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들도 상당한 편. 조선시대의 최고의 과학기술자인 장영실의 이름으로 지어진 과학관답게 과학 꿈나무들이 많이 찾는다.

A 충남 아산시 실옥로 220
T 041-903-5594~6

피나클랜드
‘최정상’이라는 뜻을 가진 피나클랜드는 1970년대 인근의 아산만방조제 매립을 위해 채석장
으로 쓰여 졌던 곳이다. 10년이라는 준비기간을 지나 2006년 개원한 다목적 테마파크 피나클랜드는 특색 있는 공원으로 사랑받고 있다. 라일락산책로, 느티나무광장, 과일정원 등 수많은 테마정원과 미니동물농장이 있어 가족나들이는 물론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그만이다. 봄가을 화려한 꽃 축제가 열리며 여름철 물놀이장부터 겨울철 눈썰매까지 사계절이 즐거운 테마공원이다.

A 충남 아산시 영인면 월선길 20-42
T 041-534-2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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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의 맛집

SINCE 1936, 연춘
아산을 대표하는 신정호 관광지를 바라보며 호젓한 한 끼를 누릴 수 있는 연춘. 1936년에 문을 연 이후 역대 대통령들도 가끔 찾는 아산을 대표하는 향토식당이다. 장어와 민물새우탕, 닭볶음탕을 전문으로 하는 연춘은 3대째 대를 이으며 본연의 맛을 지켜내고 있다. 일본식 가옥구조가 세월의 흔적을 느끼게 하는 연춘은 신정호의 낭만을 함께 맛볼 수 있는 곳이다.

A 충남 아산시 득산동 15-1
T 041-545-2866

건강한 12첩 반상, 차림
지중해 마을 건물 1층은 대부분 음식점들이 들어서있다. 이색적인 마을 분위기에 이끌려 이리저리 걷다보면 자연스레 맛있는 한 끼가 떠오른다. 수많은 음식점 앞에서 고민된다면 건강한 12첩 반상이 깔끔하게 차려지는 차림밥상을 추천한다. 사각의 흰색 접시에 소량씩 담겨져 나오는 정갈한 상차림에 이미 지중해 마을의 맛집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궁중소갈비와 쭈꾸미 요리 등 메인 메뉴를 추가 주문할 수 있다.

A 충남 아산시 탕정면 탕정면로 8번길 47-6
T 041-531-8876

마을 북카페, 공세리 이야기
책과 이야기가 있는 마을 사랑방, 공세리 이야기 카페. 직접 재배한 팥을 이용해 만든 빙수는 단맛보다 구수하면서도 시원한 맛으로 갈증을 해소해준다. 마찬가지로 직접 키운 유기농
토마토를 갈아 만든 생토마토 주스 또한 공세리 이야기의 인기메뉴. 공세리 성당을 방문했다면 마을 입구에 있는 공세리 이야기 카페에서 쉬어가는 것도 좋다.

A 충남 아산시 인주면 공세리성당길 1
T 041-532-0329

제공 : 모두투어(www.modetour.com, 1544-5252), TRAVEL MAGAZINE GO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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