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트 3국 여행 ⑥]에스토니아 패르누·라트비아 시굴다

입력 2015-11-23 10: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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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투어 제공

[발트 3국 여행 ⑥]에스토니아 패르누·라트비아 시굴다

한 나라를 여행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수도보다는 작은 도시와 마을들을 가야한다. 그것은 좀 더 그 나라를 들여다보기 위한 일종의 ‘필요’에 관련된 것이다. 아득히 먼 발트에서 더 시간을 보내는 머뭄과 그 속에서 연결되는 이음 그리고 결국 그 끌림들은 발트가 주는 다른 귓속말이다.

패르누, 에스토니아
패르누Pärnu는 에스토니아 남부의 작은 마을로 탈린에서 두 시간 거리의 비교적 가까운 위치에 있다. 발트 해가 가깝게 있고 에스토니아 대통령의 여름 별장이 있어 여름에는 에스토니아의 수도가 이곳으로 옮겨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기 있는 휴양도시이다. 탈린 서쪽으로 역시 비슷한 거리에 합살루Haapsalu라는 작은 바닷가 마을이 있지만 라트비아로 내려가는 일정이라면 패르누가 알맞은 동선이다.

버스 정류장은 시내 한가운데 위치해 있다. 인구 5만 명 정도의 소도시인 까닭에 건물이나 거리 자체는 그리 크지 않고, 잘 정돈된 거리는 고풍스러운 건물들과 어울려 마치 야외 영화 세트장과도 같다. 구시가지를 가로지르는 뤼틀리 거리는 패르누의 메인 스트리트로 레스토랑과 카페, 상점들이 몰려있지만 성수기를 보내고 난 후의 패르누는 조금 한산한 이미지다. 골목마다 빨갛게 터져버린 패튜니아 꽃으로 장식된 풍경은 자칫 작은 도시가 놓칠 수 있는 생기에 호흡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골목을 돌다보면 패르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엘리자베타 교회를 만나게 된다. 이 교회는 현재 에스토니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로크 교회로 꼽힌다. 뤼틀리 거리 끝에는 리가의 화약탑처럼 보이는 빨간 지붕의 건물이 보인다. 중세시대 초소 역할을 했던 건물로 패르누에서 가장 오래된 15세기 건물이다.

수도 탈린의 구시가지에 비하면 대체로 작지만 이곳에도 구시가지가 있다. 구시가지와 외부로 이어지는 경계에는 탈린문Tallin Gate이라는 건축물이 있는데 이는 패르누가 중세시대에 탈린과 비슷할 정도로 강성했던 한자동맹의 도시였기 때문이다. 때문에 17세기에 지어진 이 문을 통해 독일에서 전해진 교역이 탈린을 통하고 바다건너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게까지 연결됐다. 발트 국가에서 17세기에 지어진 문이 남아있는 것은 이곳이 유일하다고 한다. 탈린문을 나오면 패르누 시민들의 휴식처인 발리캐르 호수와 연결되고 호수를 따라 가다보면 발트 해와 마주할 수 있다. 발트의 바다를 바라보는 것은 발트 국가를 여행하면서 해야 할 마침표와도 같다. 동쪽 끝 먼 곳에서 온 여행자와 까마득하게 더 먼 곳에서부터 다가온 발트는 드디어 패르누의 끝에서 서로 마주한다. 겨울철 몇 개월 동안은 차갑게 얼어붙는다는 패르누의 발트 바다. 이곳을 중심으로 많은 역사가 휩쓸렸지만 바다는 모든 걸 다 보내고 난 후의 패르누처럼 고요할 뿐이다.

TIP
버스터미널과 티켓오피스가 한 곳에 있지 않다. 터미널 뒤편 웨스턴 풍의 건물이 티켓오피스이므로 혼동하지 말자.
라트비아로 내려갈 경우 티켓은 미리 예매하는 것이 좋다.
시청사 주변에 중국 음식점이 있어 서구식 메뉴에 지친 사람은 방문해도 괜찮다.

패르누 관광정보 사이트
http://visitparnu.com/en/

한자동맹이란?
13~15세기에 독일 북부지역의 도시들과 발트 해 연안 도시의 상인들이 맺은 일종의 상업적 결탁. 동맹국들 간의 이익과 결속을 위해서 당시에는 100여 개의 도시가 참여할 정도로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지정학적으로 중간 지역에 있었던 에스토니아는 이 동맹에서 중간지점 역할을 했으며 탈린은 에스토니아의 수도로써 오랜 기간 연계도시의 임무를 맡았다.

시굴다, 라트비아
어딘지 이국적인 느낌의 시굴다Sigulda는 겨울철 스키나 봅슬레이 같은 동계 스포츠가 가능하고 가우야Gauja강이 울창한 삼림과 계곡으로 품어 ‘라트비아의 스위스’로 불리는 곳이다. 라트비아의 수도인 리가에서 한 시간 반 남짓. 가벼운 트레킹 혹은 짧은 소풍 그리고 혼자만의 산책. 결국, 투라이다 성을 향해 가는 가볍고 나긋나긋한 그런 걸음들.

시굴다 터미널 바로 옆 여행 안내소에서 지도를 한 장 얻었다. 리가에서 같은 버스를 타고 온 사람들은 빠르게 어디론가 사라져 어느 순간에 터미널 앞 광장에는 나 혼자만이 남겨졌다. 잘 만들어진 지도 그리고 적당한 온도의 생수 한 통. 이제 평화로운 그림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발만 떼면 되는 시굴다 여행. 먼저 마을 중심을 통과해 강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시굴다는 곧 이곳을 붉게 물들일 단풍 세상을 준비하는 듯 차분하게 가을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우야 강으로 내려가고는 있었지만 확신이 서지는 않았다. 마을과 도로에는 사람들도 없었거니와 어쩐지 계속 이어지는 도로변의 울창한 숲은 이상한 고독감만 불러 일으켰다. 내리막길 중간 즈음에서 다시 위로 올라가려는 생각으로 머뭇거리고 있었을 때 언덕에서 한 여행객 차림을 한 부부가 내려오고 있어 다시 아래쪽으로 귀를 기울여 걸었다. 미세하게 물소리가 나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소리 없이 서서히 흘러가던 가우야 강. 무언가 지구 기슭에 있는 것 같던 정지된 시간들. 강에서는 한 사내가 낚싯대를 던졌다. 저 사내는 이 완전하고 무결한 평화를 감당할 수 있을까. 소소하지만 소중하고 감사한 시간을 보내도 되는 자격이 있는 걸까. 이 천국의 강 앞에서 말이다.

하이킹은 계속 이어졌다. 애초부터 케이블카로 강을 건너 빠르게 투라이다성Turaida Castle을 갈 수 있었지만 이 시굴다에서 케이블카의 속도는 아무런 낭만을 불러일으키지 못했기에 일부러 피했다. 다리를 건너 언덕 위의 무너진 폐허를 거쳐 다시 오솔길을 따라 동굴에 다다랐다. 어디선가 계속 과꽃 냄새가 났다. 동굴에는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노인과 잠시 동굴 안에서 그늘이 주는 휴식을 즐기고 있던 라이더만 있었다. 뒤에서 천천히 따라오던 일본인 부부는 어느새 러시아 커플로 바뀌었고 그들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리곤 투라이다 성에 도착했다. 시굴다 터미널을 떠난 지 한 시간 만이었다.

투라이다성은 ‘신의 정원’이라는 뜻으로 1200년대 당시 리가 대주교의 거처로 지어졌다. 수차례 파괴된 이후로 20세기 중반에 다시 복원되었고 현재는 라트비아를 대표하는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에 속한다. 투라이다 성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원통의 탑 꼭대기에 있는 망루에 올라 비스듬한 각도에서 보는 것이 좋은데 그것은 투라이다 성 뿐만 아니라 멀리 빼곡하게 자리하는 숲과 가우야 강을 한꺼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시굴다를 대표하는 장면은 아니다. 시굴다 터미널에서 출발해 작은 마을을 통과하고 가우야 강을 건너며 오솔길을 통과해 이곳까지 오는 한 시간의 여정, 그곳에 이미 ‘시굴다’ 라는 이름이 주는 그 자연과의 동질감과 친밀함이 숨어 있었다. 시굴다가 라트비아의 스위스라.... 글쎄, 시굴다는 그냥 라트비아의 시굴다일 뿐이다. 그것도 완벽하게.

제공 : 모두투어(www.modetour.com, 1544-5252), TRAVEL MAGAZINE GO ON

<동아닷컴>

<발트 3국 공통 팁>

환전
3국 공히 유로를 쓴다. 현지 환전율은 그다지 좋지 않다. 많은 숙소와 식당에서 카드를 받으므로 카드와 현금을 적절하게 준비하는 것이 좋다.
언어
발트 3국의 언어는 모두 다르며 인접국이지만 특히 에스토니아의 언어는 라트비아와 리투아니아 언어와는 본질적으로 완전하게 다르다. 영어가 잘 통하지만 러시아어를 할 수 있다면 라트비아에서는 좀 더 편하게 여행 할 수 있다.
전압
한국과 같다. 220v 동일.
발트 내의 국경 넘기
버스로 발트 간 국경을 넘을 때는 특별한 검사를 하지 않는다. 버스 탑승 전 여권 검사로 대신하며 개인차량 이동시에는 불시에 검문이 있을 수 있다.
버스 이동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세 나라는 서로 이웃하고 있으며 나라 자체가 크지 않아 충분히 버스로 이동할 수 있다. 에스토니아에서 리가까지는 다섯 시간, 다시 빌뉴스까지는 대략 네 시간 정도가 걸린다. 버스티켓은 각 나라의 버스터미널에서 구입할 수 있는데 국가 간의 이동 티켓은 일반 창구에서 팔지 않고 룩스나 에코라인 같은 개인 버스 회사의 별도 부스에서 판매한다. 버스표는 미리 예약하는 것이 좋다. 인터넷과 현장 구매 모두 가능하며 버스 탑승 전 여권 검사를 하기 때문에 여권 지참은 필수. 버스 내부에서 인터넷이 가능하다.
에코라인 http://ecolines.net/en/
룩스 http://www.luxexpress.eu/en
기차 이동
거의 전 유럽을 커버하는 유레일패스가 불행하게도 발트 국가로는 들어오지 않는다.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에서 기차로 입국이 가능하나, 라트비아의 경우 벨로루시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벨로루시 비자가 따로 필요하다. 기차로의 입국은 비 추천.
선박 이동
핀란드에서 에스토니아로 오는 것이 가장 저렴하고 편수도 많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보다 물가가 싸기 때문에 돌아가는 배편은 생필품과 맥주 등을 사가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래서 이들 나라와 가까운 에스토니아의 경우는 북유럽의 슈퍼마켓이라고도 불린다.
치안
표현을 잘 하는 민족들은 아니지만 러시아나 폴란드보다 훨씬 밝은 분위기라 치안 문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야간 시간의 도심 활보는 주의할 것.
인터넷
발트국가의 인터넷 사정은 꽤 좋다. 전 세계적인 인터넷 전화로 유명한 스카이프를 처음 발명한 곳도 에스토니아이다. 숙소와 레스토랑, 터미널 등지에서 쉽게 와이파이에 연결되며 국가 간의 버스 안에서도 와이파이가 지원된다. 버스 좌석에는 개인 모니터도 구비되어 있다.
비자
발트 3국 모두 비자가 필요하지 않다. 90일 무비자로 여행이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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