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는 ‘한국의 구로다’가 될 수 있을까?

입력 2016-02-0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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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한 이대호가 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이대호(34)는 ‘대한민국 4번타자’라는 상징성이 강한 타자다. 어느 무리에 들어가도 톱 자리에 올라갈 실력과 리더십을 겸비했다. 한국 롯데를 거쳐 일본 오릭스와 소프트뱅크, 그리고 국가대표팀에서 이대호는 늘 중심이었다. 실패의 경험이 거의 없다.

이런 이대호가 시애틀과 계약해 평생의 꿈인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섰다. 구체적 계약조건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스프링캠프에 초청선수로 참가하고, 옵션이 많이 붙어있어 보장액수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액이 적을수록 기회가 줄어드는 법칙 상, 여러 모로 불리한 조건이다. 그럼에도 이대호는 가시밭길을 택했다.

시애틀에 가기까지 이대호는 롯데의 애리조나 캠프에서 몸을 만들었다. “정말 치열하게 훈련했다”는 전언이 들려온다. 체중감량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동안 메이저리그 입단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야구계에서는 롯데 유턴 가능성에 대해 이런저런 말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롯데 관계자는 “이대호가 메이저리그 하나만 보고 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가 이대호에게 어떤 제안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롯데의 다른 관계자는 “지금은 이대호가 메이저리그에 가서 잘하기를 응원할 때”라고 말했다. 원론적 발언 외에는 딱히 할말이 없을 것이다.

이대호가 2011시즌을 끝으로 롯데를 떠난 뒤, 롯데는 고난의 행군을 했다. 관중은 격감했고, 성적은 곤두박질쳤다. ‘완전히 바닥부터 팀을 다시 만들겠다’는 재창단에 필적할 각오로 2016시즌에 임하며 희망을 찾으려 암중모색 중이다.

언제일지 알 수 없지만 이 과정 속에서 이대호의 복귀는 롯데가 그리는 화룡점정일 것이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구로다 히로키(41·히로시마)처럼 메이저리그에서 인상적 족적을 남기고, 기량이 쇠퇴하기 전 고향팀으로 명예롭게 돌아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구로다는 연봉 1800만 달러를 제시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4분의 1도 채 되지 않는 연봉 4억 엔에 히로시마로 2015년 전격 복귀했다. 히로시마 팬들의 한결같은 응원을 잊지 못한 것이다. 부산 팬들의 이대호 사랑 역시 이에 못지않다.

메이저리그 중계권을 보유한 MBC스포츠+ 관계자는 “방송사 입장에서 이대호의 메이저리그 입성은 큰 호재다. 롯데 팬들이 이대호 경기라면 챙겨볼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파급력은 박병호(미네소타), 김현수(볼티모어)를 능가한다는 뜻이 함축돼 있다. ‘특별한’ 이대호의 비범한 도전이 시작됐다. 그 종착점은 어디가 될까?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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