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인터뷰] “내 이름은 ○○○, 포기를 모르는 남자지”

입력 2016-07-29 10: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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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인터뷰] “내 이름은 ○○○, 포기를 모르는 남자지”

“지루하고 따분한 인터뷰는 그만!”

하루에도 수백 개씩 쏟아지는 식상한 인터뷰에 지친 여러분을 위해 야심차게 기획하고 준비했습니다. △퀴즈를 풀 듯 즐겁게 스타를 만나는 인터뷰 △한 꺼풀 한 꺼풀 벗겨가는 짜릿함이 있는 인터뷰 △스타가 더 신나서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는 인터뷰. 어떤 곳에서도 볼 수 없었던 블라인드 인터뷰 ‘블라뷰’가 지금 시작됩니다.


탁재훈, 루나를 거쳐 나름 성공적으로 안착한(자부심 폭발!!) ‘블라인드 인터뷰’가 세 번째 주인공과 만났습니다. 이번에 만난 주인공은 ‘인생은 끝까지 살아봐야 안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분입니다.

주인공은 90년대 최고의 가수와 프로듀서로 정상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가요계를 쥐락펴락하며 많은 스타들을 발굴했습니다. 그렇게 나는 새도 떨어뜨릴 것 같았던 전성기를 지나 매우 혹독한 ‘흑역사’도 겪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밟아도 죽지 않는 잡초처럼 되살아나 지금은 어째서인지 꽃길만 걷게 해주고 싶은 ‘희망의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이미 힌트는 넘치게 드린 것 같지만 그래도 예의상 모르는 척 하고 영상으로 먼저 만나 보아요.




키워드 힌트: #멤버들 어디니? 내 목소리 들리니 ‪#현모양처 #크라잉 #여름엔 퍼 코트가 제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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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사진 힌트 나갑니다. 무의미해 보이긴 하지만...

혹시나 정체가 숨겨질까 싶은 마음에 모자이크도 해봤지만 참 부질 없네요…망했네요…난 뭘한거지?



전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마다 와인을 마시며 생각을 정리하곤 하죠. (feat. 음악의 신)



아마 짬에서 나오는 vibe(바이브)가 있을 거에요. 



김 비서,격 떨어지게 포도 주스가 뭐야! 로마네 꽁티 하나 구하는 게 그렇게 어려워? 법인카드 아끼지 말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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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허세를 부리는데도 밉지 않은 이 마성의 매력을 가진 남자는 누구일까요? 솔직히 다 눈치 채셨죠? (하늘도 울고 땅도 울고 저희도 웁니다)

약 좀 오르라고 저희가 시켰어요. 본인 의사와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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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진짜 복면을 벗고 얼굴을 오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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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정체가 공개됐습니다! 블라인드 인터뷰 세 번째 주인공은 ‘포기를 모르는 남자’ 이상민 씨입니다.

내 이름은 이상민. 대회의실 상석이 어울리는 남자지.



Q. 요즘 ‘음악의 신’이나 ‘아는 형님’ 덕에 이상민 씨 이미지가 훨씬 좋아졌어요. 피부로 직접 느껴지시나요?

A. 많은 분들이 저를 보는 시각이 달라진 것 같긴 해요. 요새 돌아다니다 보면 제 처지를 응원을 해주는 분들도 있고 오히려 저를 보고 힘을 얻는다는 분들도 있어요. 거리에 다니다 보면 ‘이상민 때문에 용기를 얻는다’고 말씀해 주시는 분도 있고요.


Q. 그런 반응을 얻게끔 한 작품은 역시 ‘음악의 신’ 때문이죠? 굉장히 포맷이 생소한 작품이잖아요?

A. 처음에는 저도 예능을 하던 사람이 아니니까 ‘음악의 신’을 이해하는데 정말 오래 걸렸어요. 박정수 PD가 처음 기획했을 때에는 ‘음악의 신’ 주인공 후보가 여러 명 있었던 모양인데 그래도 ‘이상민이 아니면 안된다’는 식으로 밀어 붙였대요. 알고 보니 2009년 룰라로 활동할 때 그 PD가 음악 방송을 맡고 있었는데 제가 ‘2시에 재판이 있어서 리허설에 참여할 수 없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네요. 그 솔직함에 굉장히 기억에 남았었대요.


Q. 지금은 ‘음악의 신’이 성공해서 다행이지만 이상민 씨 개인사를 희화화해서 이야기를 만들잖아요?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부분도 있지 않았나요?

A. 에이 그런 생각을 했으면 아예 시작도 안했을 거에요. 처음 ‘음악의 신’을 할 때는 제가 말도 못하게 힘든 시간을 보냈을 때에요. 그런 제안을 해준 것만해도 고마웠죠.

그리고 우선 제가 지난 세월 제작자로 살아온 시간들이 있잖아요. 그 안목으로 보니까 제 상황을 떠나 프로그램이 정말 재밌을 것 같았어요. 과거에 저와 인연이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뭔가가 나올 것 같았죠. 실제로 시즌 1 같은 경우는 일반 대중보다 업계 관계자들이 더 재밌어 했어요. 과거 까칠했던 이상민이 저렇게 형편없어진 모습으로 나오는 것에서 오는 재미가 있었던 거죠.


Q. 최근 몇 년 사이에 예능 출연을 꾸준히 해오셨어요. 가수 시절에는 잘 안하시지 않았나요?

A. 예전에는 예능 출연을 전혀 안했죠, 예능 프로그램에 대해선 잘 몰라서 다른 멤버들만 내보내고 전 아예 안 나갔었죠. 지금도 예능 장르에 대해 잘 안다고 할 수는 없어요. 저는 다른 전문적인 예능인 분들과는 달리 제가 잘 할 수 있고 궁금한 분야, 배울 것이 있는 프로그램을 선택해요. 그래서 자동차를 좋아하는 제가 ‘더 벙커’를 선택했고 탈북자들의 생활이 궁금해 ‘잘 살아보세’에 출연하게 된 거에요.


Q. 결국 본인 소신대로 길을 걷다보니 호감으로 돌아선 거네요. 지금은 역시 이상민 씨 출연 작품 중 제일 화제가 되는 건 ‘아는 형님’이죠?

A. 그렇죠. ‘아는 형님’은 제가 중간에 투입됐는데 다들 보통 기운들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멤버 구성을 봐도 서로 잘났다고 3명 이상이 딱 나서기 시작하면 프로그램의 목적이나 무게감을 잃어버릴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교실 콘셉트로 바뀐 이후에 전 말없이 제일 뒷자리에 가서 앉았어요. 그리고 누가 정해준 것도 아닌데 지금의 자리가 만들어 졌죠.

그렇게 맨 뒤에서 최선을 다해 리액션을 크게 해요. 수근이가 웃음을 만들고 호동이 형이 수근이를 괴롭힐 때, 또 희철이가 돌아이 기질을 보여줄 때 보보면 보통 기운이 아니라는 걸 다시 느끼곤 해요. 제가 튀기보다 이들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걸 알려주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팬미팅은 못해도 채권단 미팅은 빼먹지 않아요



Q. 프로듀서 입장에서 보는 ‘아는 형님’ 멤버들은 어때요? 민경훈과 김희철은 정말 ‘돌+아이(I)’인가요.

A. 우선 선수들은 진짜 선수들이에요. 녹화를 하다보면 가끔 기복은 있지만 시청자들이 보는 방송분 딱 그만큼의 수위로 웃음을 줘요. 더 과하거나 모자라는 법이 없죠.

민경훈은 어떻냐고요? 그냥 만화 같은 아이에요. 다른 사람이 하면 이상하게 보일 걸 민경훈이니까 재미있게 웃음으로 마무리 되는 거죠. 누가 감히 김흥국 형님한테 그렇게 개길 수 있겠어요. 그 때 보고 ‘재미있는 친구네’라고 생각했어요.


Q. ‘음악의 신’도 그렇고 ‘아는 형님’에서도 이상민 씨는 계속 소재로 활용되는 것 같아요.

A. 그런 건 연예인이니까 당연히 내어줘야 할 거라고 생각해요, 아마 빚으로만 따지면 현재 활동하는 연예인 중에서 제가 가장 많을 테니까요. 지금 제가 처한 현실이 기분 나쁘거나 그렇진 않아요. 맞는 말이니까요. 그리고 과거에 누릴 만큼 누려보기도 했었고.


Q. 그럼 지금 팬들이 주는 사랑을 예전과 달리 크게 느껴지겠는데요?

A. 그렇죠. 그래서 항상 후배들에게 ‘팬들이 주는 사랑과 개인이 주는 사랑을 비교하지 말라’고 해요. 사랑의 크기가 정말 다르거든요. 팬들이 주는 관심과 사랑에 비하면 연인이 주는 사랑을 어이없게 작게 느껴져요. 그런데 이걸 비교하면 어떤 사람도 오래 만날 수 없어요. 이런 팬들의 사랑이 제게 용기를 줬어요. 지금도 제가 지출을 1원도 하지 못하게 많은 것들을 보내주곤 해요. 표현을 못할 정도의 고마움을 느껴요.


Q. 이런 사랑을 주는 팬들이 가장 바라는 건 역시 이상민 씨가 프로듀서나 가수로서 음악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지 않을까요?

A. 아무래도 프로듀서로 컴백하는 건 매우 조심스러워요. ‘음악의 신’ 촬영 때도 그 문제로 충돌이 있었어요. 한 걸그룹을 프로듀싱하는 과정을 대충 녹음하고 안무 연습 시켜서 내보내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하려면 나를 배제하고 촬영하라’고 했어요. 그래서 C.I.V.A라는 이름을 만들도 디바의 곡을 리메이크 하는 선에서 마무리 됐죠.


Q. 그런데도 C.I.V.A의 곡이 큰 사랑을 받았어요. 일부에선 예능에서 나오는 음원이 가수들을 힘들게 한다는 말도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A. 가수나 제작자들이 ‘예능에서 나온 음원 때문에 내 노래가 차트에 오르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기 전에 ‘왜 내가 인정받지 못할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봐요. 지금의 가요계는 1류를 따라가는 아류들이 많은 것 같아요. 같은 장르의 가수라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성공한 가수의 곡과 비슷한 분위기의 곡을 받아 활동하는 데만 급급한 것 같아요.

이런 분위기다 보니 자신의 생각과 인생을 이야기 하는 힙합이 대세를 이루는 거겠죠, 제 생각에 지금은 연구만 잘하면 자신의 음악을 얼마든지 알릴 수 있는 시대에요. 콘텐츠를 보여줄 창구가 많아졌으니까요. 차라리 화제를 만들고 싶다면 무대 위에서 가부좌를 틀던지 소리만 지르고 내려오는 게 나아요. 그러면 우선 사람들이 궁금해 하긴 할 테니까요.


Q. 대화를 나눠보니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하고 크게 성숙해진 것 같아요. 현재의 이상민은 과거와 달리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고 있나요?

A. 우선 항상 누가 나를 찍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살아요. 그런 마음가짐으로 살면 당연히 말과 행동이 조심스러워지죠. 그리고 이게 계속 반복되면 습관이 돼서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저는 어떠냐고요? 많이 순해지긴 했는데 지금보다 훨씬 착해져야죠.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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