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인터뷰 ②] 송일국 “가족 아닌 내 이야기 들려주고파”

입력 2016-09-30 11: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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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인터뷰 ②] 송일국 “전성기 때의 나? 연기 맛 몰랐죠”

배우 송일국은 의외로 대중으로부터 많은 편견과 오해를 받고 있다. ‘장군의 손자’라는 타이틀부터 시작해 ‘삼둥이 아빠’에 이르기까지 그는 ‘배우’라는 직업 외에 많은 수식어를 달고 살아야 했다.

최근 블라인드 인터뷰를 위해 동아닷컴과 만난 송일국 본인도 이런 대중의 시선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꾸준히 새로운 도전으로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 언젠가 대중이 편견 없이 자신을 바라봐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서.

이런 마음가짐 덕에 송일국은 전보다 훨씬 유연해진 모습으로 대중과 만나고 있다. 무거운 갑옷 속에서 카리스마를 발산하던 그는 이제 예능 뿐 아니라 뮤지컬에도 출연하며 도전과제를 늘려가고 있다.


Q.‘브로드웨이42번가’ 도전 소식이 조금 놀라웠어요. 송일국이 뮤지컬이라니

A. 뮤지컬 배우로 꼭 한번 서 보고 싶은 꿈을 지니고 있었어요. 저는 뮤지컬 배우를 진정한 배우라고 생각해왔었어요. 노래, 춤, 연기 삼박자가 다 되는 아티스트잖아요. 절대 이룰 수 없는 꿈이라고 생각했었죠. 노래도 행사 때 애국가 부른 것 말고는 없었고 춤도 잘 추지 못했었거든요.

Q. 그러면 결국 뮤지컬 무대에 서는 꿈을 이뤘네요. 낯설지 않았어요?

A. 다행히 제가 맡은 역할이 저 같은 중고 신인이 하기 좋은 캐릭터예요. 노래가 끝부분에 두 곡 나오거든요. 하하. 노래 때문에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급성 축농증까지 와서 더 힘들었죠.

그래서 서울 관객들에게 정말 죄송해요. 지금 지방 공연 중인데 이제는 다 나았거든요. 서울에서 공연할 때는 박수를 한 번도 못 받았어요. 이종혁 배우는 늘 박수를 받는데요. 저는 그나마 지방 공연 때 처음으로 박수를 받아봤어요.

Q. 이번 작품 끝나고 또 뮤지컬에 도전하실 건가요?

A. 저는 기회만 된다면 늘 하고 싶어요. 기회가 올지 모르겠네요. (허허) 소속사에서 뮤지컬 제작도 하니까 저한테 작은 역할이라도 주지 않을까요.

Q. 뮤지컬에서 맡은 역할이 연출가 줄리안 마쉬에요. 연기 외적으로 실제 제작을 꿈꿔본 적은요?

A. 전혀, 연기하는 것도 벅차요. 새로운 배역에는 도전하고 싶은데 연기 외적으로는 제 역량이 부족해요. 배우로서의 제 한계도 너무 잘 알고 있거든요. 저는 집안 환경을 따라가다 보니 연기자가 된 경우예요. 제 여동생은 저보다 선배 연기자고 저보다 끼도 더 많죠. 현재 연기적으로 제게 가장 많이 조언을 해주는 사람도 여동생이에요.

Q. 그럼 부모님 말씀을 잘 듣는 아들이었나 보네요?

A. 아니요. 전 진짜 부모님 말씀을 안 듣는 아들이었고 저는 사실 저 같은 아들 낳을까봐 아들 낳기 싫어했던 사람이에요. 서른 살이 넘어서야 철이 들었죠. 20대의 송일국은 정말 지질했어요.

Q. 20대의 송일국이면 그 때가 전성기 아니었나요?

A. 맞아요. 전성기인지 뭔지도 모르게 지나갔죠. 당시에 바쁘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작품 운이 정말 좋았던 것 같아요. 그때는 뭐가 뭔지 생각할 겨를도 없었어요.

그래서 요즘은 지나가는 시간이 아까워요. 하루가 48시간이었으면 좋겠어요. 지금도 탭댄스를 계속 배우고 있고 또 인터뷰 끝나고는 노래를 배우러 가야하죠. 연기에 10년만 더 일찍 눈을 떴다면 좋았을 텐데 라는 후회도 하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Q. 시간이 아까운 건 연기에 눈을 떴기 때문인가요?

A. 돌이켜 보면 과거의 저는 연기하는 걸 갈망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당연히 재미도 있고 배우로서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졌어요.

Q. 인터뷰를 하다 보니 계속 노력하자는 이야기로 끝이 나는 것 같아요. 그렇게 끊임없이 노력하는 송일국 씨는 어떤 배우로 보이고 싶은 건가요?

A. 그냥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동안에는 대중들이 저를 특정 이미지에 넣어서 생각하고 봐주셨잖아요? 그래서 앞으로는 그런 이미지나 꼬리표 없이 저를 봐주셨으면 좋겠네요.

Q. 마지막으로 정신없이 지나간 ‘블라인드 인터뷰’를 직접 경험해 본 소감을 들려주세요.

A. 처음에 인터뷰 섭외를 받고 아주 오랜만에 저 송일국이라는 사람이 어떤 인물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해 봤어요. 집안 이야기나 삼둥이 이야기를 빼고 나면 저에 대해 많이 들려드릴 이야기가 없다는 것도 깨닫게 됐죠. 하지만 분명히 저는 지금도 노력 중이고 나날이 나아지고 있다고 믿어요. 언젠가 순수하게 저만의 이야기를 들려드릴 기회가 오길 바라면서요.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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