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김새론, 열네살 소녀는 왜 ‘눈길’을 택했나

입력 2017-03-06 07:00:00

“누군가는 해야 할 작품이었으니까요.”

배우 김새론이 영화 ‘눈길’에 캐스팅될 당시 그는 열네살이었다. ‘눈길’은 소속사의 강요도, 친분에 의한 요청도 아닌 배우 본인의 의지로 선택한 작품. 민감할 수 있는 위안부 소재고 혹독한 겨울을 배경으로 하기에 어쩌면 꺼릴 수도 있을 터. 하지만 이 어린 중학생(출연 당시. 현재는 고등학생)은 배우로서, 국민으로서 뜨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눈길’에 앞장섰다.

“제가 연기로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되더라고요. 조심스러웠어요. 혼자 많이 고민했고 주변 사람들과도 이야기를 나눴어요. 하지만 더 늦기 전에 많이 이야기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눈길’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직접 구매한 소녀상 후원 배지를 달고 인터뷰에 임한 그의 눈빛은 결연했다. 촬영 현장을 회상하면서는 사뭇 더 진지해졌다. 피 분장이 얼 정도로 추운 날씨였지만 “힘들다”고 투정부릴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많은 분이 옆에서 도와줬지만 안 힘들 수가 없었어요. 너무 추우니까 졸리기까지 하더라고요. 그래도 제 고통은, 그 시대 소녀들의 고통에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잖아요. 그 생각이 드니까 힘들수록 힘들다고 말할 수 없었어요.”

고된 촬영은 동갑내기 김향기와 서로 의지하며 버텨냈다. 일제강점기 소녀들이 그랬던 것처럼 . 2000년생 김향기과 김새론은 드라마 ‘여왕의 교실’(2013)에 이어 ‘눈길’에서 두 번째 호흡을 맞췄다.

“향기를 통해서 저도 힘을 얻었어요. 전에 드라마를 한 적 있어서 그런지 우정은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아요. 향기는 오빠가 있고 저는 장녀고 동생들이 있거든요. 몸에 배서 그런지 향기와 엄마와 딸처럼 지냈어요. 하하.”


‘눈길’에서 김새론은 부잣집 막내에 공부까지 잘하는 소녀 영애를 연기했다. 평범한 소녀 종분(김향기)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그는 스스로 학생 근로단에 지원했다가 뒤늦게 자신이 탄 열차가 수용소로 향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끔찍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인물. 김새론은 소녀의 연기라고는 믿기지 않는 섬세한 열연으로 보는 이들을 먹먹하게 만든다.

“처음에 종분과 영애 역할 모두 봤는데 영애를 더 하고 싶었어요. 마음에 더 잘 그려지더라고요. 영애가 느끼는 감정의 변화가 와 닿았고 저도 잘 표현하고 싶었어요. 영애는 비극적인 선택을 하기 까지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극 중 영애와 종분이가 서로 노크하는 장면은 연기할 때 여러 감정이 교차했어요. 가장 비극적인 순간이잖아요. 대사 없이도 감정이 전해지죠.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어요.”

촬영을 마치고 후유증은 없었을까. 김새론은 “그 부분에 대해 주위에서도 많이 걱정했다”고 말했다.

“떨쳐내기 어려웠어요. 촬영이 끝난 후에도 여운은 있었지만 벗어나려고 했어요. 좋은 마음으로 연기했는데 제가 힘들면 안 되는 거니까요. 제 환경으로 돌아오면 금세 잘 적응하는 것 같아요. 잘 돌아오더라고요.”

‘눈길’은 김새론에게 연기와 역사의 ‘배움의 장’으로 남았다. ‘눈길’ 이후 사회적인 문제에 더 관심도 많아졌다고 털어놨다.

“저도 ‘눈길’을 찍으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많아요. 이제는 그런 문제를 보면 쉽게 지나치지 않게 됐죠. 이 영화가 피해자 분들께 큰 힘이 되기 바라요. 위로하고 위로받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어요. 처음 대본을 읽고 제가 느낀 감정을 관객들과 공유하고 싶어요.”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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