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이 EPL] 데 부어 감독 77일만에 경질…“성급한 결정” 영국내 동정론

입력 2017-09-1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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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털 팰리스 데 부어 감독이 선임 77일 만에 경질되며 숱한 논란을 낳고 있다. 성적을 차치하고서라도 너무나 빨리 지휘봉을 내려놓았다는 차가운 시선이 지배적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크리스털 팰리스 4경기 4연패·0득점 부진
BBC설문 ‘경질 옳지 않다’ 85% 차가운 시선


이청용(29)의 소속팀 크리스털 팰리스 감독 프랑크 데 부어(47)가 시즌 개막 5경기 만인 9월 11일(한국시간) 경질됐다. 사령탑으로 선임된 지 77일만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출범 이후 경기 수로는 최단 부임기간이었다. 리그 4경기 동안 4연패와 0득점을 기록한 감독으로도 최초다.

비록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너무 빠른 경질을 바라보는 현지의 시선은 차갑다. BBC스포츠사이트에서 진행한 “데 부어의 경질이 옳은 결정이었나?”라는 설문조사에 15%가 ‘그렇다’, 나머지 85%는 ‘아니다’에 투표했다.

BBC에서 축구전문 패널로 활동 중인 전 블랙번 공격수 크리스 서튼은 “크리스털 팰리스가 매우 바람직하지 않게 경질을 했다. 번리전에서 패했지만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고 긍정적인 부분이 많았다. 선수들도 감독을 위해 뛰는 모습이 보이는 경기였다. 로이 호지슨과 미리 접촉한 일이 사실이라면 부어에겐 불공평했다”며 크리스털 팰리스 스티브 패리쉬 회장을 비판했다.

패리쉬 회장은 번리전 직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우리 모두 함께 나아갈 것”이라는 글을 올린 다음 날, 데 부어 감독의 경질을 발표해 팬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번리전에서 패한 후 경질된 데 부어 감독.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전 리버풀 수비수 제이미 캐러거는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이젠 감독들이 결과를 위해 검증되지 않은 유소년 선수들을 쓰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이렇게 눈앞의 성적만 운운하다가 어린 선수들의 기회가 줄어든다. 데 부어는 EPL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배워나가는 과정이었고, 선수들을 알아가는 중이었다. 너무 성급한 경질이다”고 비판했다.

타 구단 감독들도 데 부어 경질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첼시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9월 11일 기자회견에서 “데 부어가 불쌍하다. EPL에서 감독직을 맡는 건 최고의 경험이지만, 4경기 만에 끝난 점은 아쉽다. 타 구단을 말하기 그렇지만 크리스털 팰리스가 이번에 너무 감정적으로 결정한 듯하다. 모든 감독들은 일할 때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조제 무리뉴 감독은 “나는 첼시에서 챔피언에 올랏지만 경질됐다(2014∼2015시즌 우승 후 다음 시즌 경질). 클라우디오 라니에리도 레스터시티에서 2016∼2016시즌 챔피언이 된 뒤 경질됐다. 이젠 축구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더 이상 놀랍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현지 언론은 전 잉글랜드대표팀 감독이었던 로이 호지슨의 선임에 무게를 싣고 있다. 지난 시즌 크리스털 팰리스를 잔류시킨 샘 알라다이스의 복귀 가능성도 보도됐지만, 알라다이스는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패리쉬 회장을 만나서 ‘난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금 감독직 수락은 편하지 않다. 현재 생활이 매우 만족스럽다”며 복귀설을 일축했다.

런던 | 허유미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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