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간미연 “사랑 받을 수 있다는 생각, 이제야 알았어요”

입력 2017-12-07 1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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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복스 시절에는 이 세상 사람들 전부 저를 싫어하는 줄 알았어요. 어렸기 때문에 제가 보는 세상이 다 인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라디오DJ를 하며 사랑받는 걸 느꼈고 다시 대중들 앞에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어요. 이후 여러 도전을 하면서 이제 뮤지컬도 할 수 있게 됐어요.”

베이비복스 출신이자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간미연이 뮤지컬 배우로 나선다. 그가 도전하는 뮤지컬은 ‘아이 러브 유’. 12월 14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개막하는 ‘아이 러브 유’는 남녀의 첫 만남부터 연애, 결혼, 권태 등 사랑에 관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간미연은 예전부터 뮤지컬 참여 제의를 받았지만 겁이 나 모두 고사를 했다. 그는 “뮤지컬은 연기와 노래 그리고 춤을 모두 잘 해야 하지 않나. 그래서 못 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제의가 들어와도 거절을 했다”라며 “이후 연극 ‘발칙한 로맨스’를 해보고 무대의 매력을 알게 됐고 ‘아이 러브 유’가 좋은 작품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라고 말했다.

“주변에서 ‘아이 러브 유’에 대한 칭찬이 많았어요. 그래서 작품이 궁금해졌고 도전하기로 마음먹었죠. 게다가 옴니버스 형식이라 배우들이 여러 배역을 맡아요. 저는 15개 역할을 맡아요. 너무 어려운 도전이 아닌지 많이 물어보시기도 해요, 물론. 하지만 이걸 해내면 나중에 못 할게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간미연은 극 중 10살 아이부터 할머니까지 나이대별 연기를 펼친다. 쉽지 않은 도전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배우들과 연습하며 호흡을 맞추고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나가는 것을 경험하면서 두려운 마음을 조금씩 걷어나갔다. 예전이라면 겁을 먹고 시작도 안 했을 도전이었다. 이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놀랍기도 하다.

“걸그룹 시절에는 조금만 실수해도 질타를 많이 받잖아요. 지금 나이라면 견딜 수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그 때는 정말 어렸기 때문에 상처를 안 받았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그래서 대중들 앞에 설 때는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에 저를 많이 가둔 것 같아요. 그래서 혹여 남에게 피해를 줄까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게 두려웠어요. 서른 초반이 돼서야 제가 밟고 있는 곳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고 무엇이든 도전해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죠.”

간미연은 뮤지컬 이야기를 하는 내내 즐거워보였다. 최근 ‘팬텀싱어2’에서 실력을 뽐냈던 배우 이충주의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든지, 인연이 있던 송용진과의 재회에 반가웠다는 등 배우들과의 호흡을 자랑하기도 했다. 새로운 도전에 즐겁고 어느 때보다 자신감 있지만 절대 누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각오가 있다고도 말했다.

간미연은 “내가 표 값은 하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내가 이 작품의 구멍이 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다행히 배우들이 잘하고 있다고 격려해주시니 힘을 얻고 있다”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한 마디만 해도 얼굴이 빨개지고 노래도 기어가는 목소리로 불렀어요. 워낙 쑥스러움이 심해서요. 그런데 뮤지컬은 가사 전달을 확실하게 해야 하니 연습하면서 입도 크게 벌리며 발음에 신경도 많이 쓰고요. 할머니 역할도 해야 해서 목소리 연습도 많이 하고 있어요. 제일 걱정인 건, 제가 혼자 무대에 서는 장면이에요. 정말 잘 하고 싶거든요. 내공이 아직 부족해서…. 그래도 그 에너지를 만드는 것도 제가 해야 하는 일이니 많이 연습해서 좋은 모습 보여야죠. 연습이 답인 것 같아요.”

간미연과 인터뷰를 하며 ‘베이비복스’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었다.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이하기도 했다. 1997년에 결성된 ‘베이비복스’는 ‘야야야’, ‘겟 업(Get Up)’, ‘킬러(Killer)’ 등으로 인기를 누렸고 2000년부터는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큰 인기를 누리던 베이비복스는 여러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으며 멤버들이 차례차례로 나가기 시작하며 2006년 2월에 해체됐다.

20년 전 일을 회상하며 간미연은 “베이비복스 활동을 하며 가장 아쉬운 것은 활동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라며 “너무 바쁜 스케줄을 소화해야 했기 때문에 수없이 무대에 올랐던 기억 밖에는 없다”라고 말했다.

“잠은 이동하는 차에서 잔 게 거의 다였어요. 지금 방송국도 많고 아이돌이 여러 곳에서 활동하지만 이전에는 가수가 지금만큼 없었기 때문에 서울 방송부터 지방 방송, 그리고 행사까지 다 가야했거든요. 쳇바퀴 굴리는 생활이었죠. 눈 뜨면 무대였으니까요. 국내 활동 쉴 때는 새 앨범 준비도 하고 뮤직비디오도 찍고 해외 활동도 했어요. 울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죠. 그래서 지금 아이돌 후배들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희는 정규앨범으로 거의 나갔는데 요즘 후배들은 1년에 몇 번씩 음원이 나오잖아요. 저보고 지금 아이돌 가수 하라고 했으면 못 했을 것 같아요.(웃음)”


간미연은 자신의 걸그룹 경험을 바탕으로 여자 아이돌 양성에도 힘썼다. 올해 10월에 데뷔한 그룹 ‘해시태그’가 그 결과다. 쇼케이스 때는 진행자로 나서며 후배 걸그룹 ‘해시태그’에 대한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너무 어려웠다. 다시는 안 할거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해시태그’는 아는 분을 통해 만나게 됐어요. 아이들이 착한데 재능도 있어서 눈여겨봤었어요. 그러던 중에 ‘이것만 하면 더 괜찮을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던 점들을 이야기해주면서 저도 모르게 제작자로 이름을 넣게 됐죠. 아무래도 경험을 해 본 사람이니까 그룹의 장단점이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아이들의 어려움도 너무 잘 아니까 조언도 해주고 싶었고요. 보람이요? 당연히 있죠. 아이들이 점점 발전된 모습을 보니 성취감이 느껴지더라고요.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더 예뻐 보이고 그래요.”

그렇다면, 가수 간미연의 모습도 볼 수 있는 것일까. 당분간 뮤지컬에 충실할 계획이라고. 그는 “좋은 기회가 생긴다면 대중들 앞에 다시 나서고 싶은 마음도 있다”라고 말했다.

“제가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이, 뮤지컬 신인상 욕심을 내도된다고 하네요. 이 나이에 감히 도전해봅니다! 하하. 장난 반, 진담 반이긴 합니다만 그 만큼 열심히 노력해서 실력 있는 모습으로 무대에 서겠다는 각오이기도 해요. 좋은 작품이고 좋은 배우들과 함께 좋은 이야기 전달하는 배우로 여러분을 기다리겠습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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