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길목에서 펼쳐지는 한국영화 3파전

입력 2018-02-24 1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영화 ‘궁합’ - ‘리틀 포레스트’ - ‘게이트’(왼쪽부터).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메가박스(주)플러스엠·제이앤씨미디어그룹

틈새를 노린 한국영화들의 3파전이 시작된다. 극장을 찾는 관객이 비교적 적은 2월 말에 벌어지는 뜻밖의 흥행 경쟁이다.

2월 문화의 날인 28일 개봉을 준비 중인 한국영화는 3편이다. 이승기·심은경의 ‘궁합’을 필두로 김태리의 ‘리틀 포레스트’, 임창정의 ‘게이트’까지다. 체급은 각기 다르지만 작품의 규모가 흥행을 보장하지는 않는 법. 저마다 다른 승부처로 관객을 공략한다.

이들 영화는 개봉에 앞서 최근 시사회를 통해 각각의 이야기를 전부 공개했다. 은근한 ‘복병’으로 부상한 작품도 있고, 예상 밖의 약체로 평가받는 영화도 있다.

영화 ‘궁합’의 한 장면.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 ‘궁합’…이승기와 심은경의 ‘꿀조합’

‘궁합’(감독 홍창표·제작 주피터필름)은 출발부터 프리미엄이 상당하다. 송강호의 ‘관상’을 잇는 역학 3부작의 두 번째 영화라는 사실 덕분이다. 최근 촬영을 마친 조승우 주연의 ‘명당’이 올해 가을께 개봉을 준비 중인 사실까지 더한다면 이들 3편이 이루는 역학 시리즈의 강점은 관객에 상당한 매력을 안긴다.

이승기가 주연으로 나선 사실도 관심을 자극하는 대목이다. 지난해 군 복무를 마치고 제대한 그가 스크린에 복귀 신고식을 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주연 경험은 많지만 영화 출연은 2015년 ‘오늘의 연애’가 전부인 그로서는 이번 ‘궁합’이 스크린에서 실력을 내보이는 두 번째 기회다.

영화는 옹주(심은경)와 그의 부마 후보들의 궁합을 보는 역술가(이승기)가 벌이는 이야기. 최고의 ‘합’을 위한 갖가지 사주풀이가 관객의 호기심을 당긴다. 앞서 ‘관상’이 암투와 욕망이 더해진 정치 사극이었다면 ‘궁합’은 코미디를 장착한 젊은 사극이다. 자신과 결혼할지 모를 부마 후보를 찾아 나선 심은경이 벌이는 각종 행각이 웃음을 만들고, 이를 지긋하게 바라보는 이승기가 펼치는 로맨스도 경쾌하다.

이승기는 “젊은 사극답게 젊은 배우들과 즐기면서 촬영했다”며 “사극 안에서 승마, 검술 액션까지, 어렴풋이 그동안 해보고 싶은 많은 연기를 소화할 수 있어 행운이었다”고 돌이켰다.

심은경도 최근 출연한 영화들과 비교해 비로소 제 옷을 입은 듯 본연의 매력을 뽐낸다. “주인공 옹주 역은 심은경을 사실상 염두에 두고 썼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감독의 설명처럼 자신의 몫, 그 이상을 해낸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한 장면. 사진제공|메가박스(주)플러스엠



● ‘리틀 포레스트’…탁월한 완성도 자랑하는 ‘힐링무비’

김태리가 내놓는 ‘리틀 포레스트’(감독 임순례·제작 영화사 수박)는 세 작품 가운데 가장 단단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주인공의 면면부터 강자의 면모를 보인다. 김태리는 물론 그와 호흡을 맞춘 류준열 역시 현재 영화계에서 가장 ‘핫’한 배우로 꼽히고 있다. 관객의 기대가 집중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장르나 이야기에서도 차이가 확실하다. 한국영화에서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힐링’을 주무기로 내세운다.

도시생활에 지친 주인공이 고향으로 돌아와 보내는 특별할 것 없는 사계절이 관객의 감성을 그대로 자극하는 이야기. 최근 열풍을 만드는 ‘윤식당’, ‘효리네 민박’ 등 평범함 가운데서 감동과 위로를 찾는 대중의 정서가 ‘리틀 포레스트’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내내 ‘힐링’하는 기분을 만끽하기도 쉽지 않은 일. ‘리틀 포레스트’가 그 일을 해낸다. 이를 계기로 임순례 감독 역시 또 한 번 새롭게 평가받을 것으로도 보인다. 누구나 시도하지 않는 이야기를, 그만의 확고한 철학으로 따뜻하게 그려낸 덕분이다.

임순례 감독은 “사람들이 사는 모습은 대부분 비슷하지 않나. 다들 바쁘고 아침 일찍 일어나 쉴 시간 없이 일을 하는 게 도시인의 삶”이라며 “너무 힘들고 지친 도시인에게 새롭게 환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은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영화 ‘게이트’의 한 장면. 사진제공|제이앤씨미디어그룹



● ‘게이트’…어설픈 세태풍자

앞선 두 편의 영화와 달리 뒤늦게 28일 개봉을 확정하면서 3파전을 완성한 임창정 주연의 ‘게이트’(감독 신재호·제작 삼상공구프로젝트)는 사실상 ‘약체’로 꼽힌다. 2년 전 제작을 시작하면서 당시 사회를 충격에 빠트린 국정농단 사태를 담겠다고 선언해 시선을 끌었지만 정작 완성된 영화는 허술한 코미디에 가깝다. 세태를 비판하는 풍자도 싱겁기만 하다.

다만 임창정이 주연은 물론 제작까지 맡은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그간 코미디 영화를 통해 간간이 히트작을 내온 임창정은 “부당하게 돈을 모은 권력에 맞선 이야기를 가볍고 유쾌하게 담으려 했다”고 밝혔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