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거인’ 염은호 “체구가 골프의 전부는 아니잖아요”

입력 2018-04-2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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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거인’ 염은호가 KPGA 정식 데뷔에 앞서 당찬 출사표를 올렸다. 19일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을 통해 첫 발을 내디딘 염은호는 “작은 체구로도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진제공 | KPGA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는 지금 ‘스타플레이어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배상문(32)과 김경태(32·신한금융그룹), 최진호(34·현대제철) 등 30대 초중반의 스타들이 모두 해외 투어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대중을 사로잡을만한 얼굴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이는 자연스레 KPGA를 걱정하는 시선으로 이어졌다. 특히 동반자이자 경쟁자인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가 나날이 큰 인기를 확보하면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올 시즌 KPGA에 당당히 입성한 염은호(21·키움증권)의 존재는 어느 때보다 반갑다. 아직 많은 골프팬들에게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은 염은호는 2018시즌 개막을 앞두고 열린 퀄리파잉 토너먼트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풀시드권을 확보한 신예다. 단순히 ‘수석합격’ 자체가 화제의 전부는 아니었다. 키 163㎝·몸무게 62㎏에 불과한 작은 체구로 평균 280야드, 최고 360야드의 호쾌한 드라이버샷을 선보이며 더욱 큰 관심을 끌었다.

“어렸을 적 내 작은 몸집은 언제나 콤플렉스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이제는 프로 무대에서 ‘체구가 골프의 전부는 아니다’라는 사실을 꼭 증명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지닌 ‘작은 거인’ 염은호를 정식 데뷔전인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19~22일)에 앞서 17일 경기도 포천 대유몽베르 컨트리클럽에서 만났다.

염은호. 사진제공|KPGA



● 세 차례 도전 끝에 얻어낸 풀시드권

-꿈에 그리던 데뷔전이다. 첫 프로암 경기도 치렀다. 긴장이 되는가.


“프로 정식 데뷔전 자체만으로도 설레는 마음이 든다. 이전에도 KPGA 코리안 투어를 경험했지만, 역시 정식 데뷔전 느낌은 다르다. 그래도 다행히 프로암 성적은 만족할 정도로 나왔다(염은호는 19일 데뷔전 1라운드에서 버디 4개<보기 1개·더블보기 1개>를 낚으며 1언더파를 기록했다).”


-지난달 퀄리파잉 토너먼트에서 우승을 차지해 화제를 모았다.

“사실 퀄리파잉 토너먼트 자체가 너무나 힘들었다. 긴장이 많이 됐다. 원래는 대회가 지난해 12월 열려야했는데 폭설로 취소되면서 연기됐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두 차례 퀄리파잉 토너먼트에서 모두 탈락해 부담감도 컸다. 첫 대회에선 2차 예선 마지막 18번 홀에서 보기를 범해 떨어졌고, 이듬해에도 성적이 좋지 못했다.”


-세 번째만의 합격인데 동계훈련을 잘 마쳤나 보다.

“친한 동료들끼리 말레이시아에서 50일 정도 머물면서 열심히 준비했다. 티샷에 문제가 조금 있었는데 나름 만족스럽게 보완했다. 그 결과가 퀄리파잉 토너먼트에서 잘 드러났다. 특히 우승자에게만 새 시즌 풀시드권을 주기 때문에 더욱 기쁘다.”


-목표는 역시 신인왕인가.

“일단 첫 승을 빨리 하고 싶다. 그러고 나서 신인왕에도 도전하겠다. 물론 일단은 배운다는 자세로 선배들을 쫓을 생각이다. 그러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웃음).”

염은호. 사진제공|KPGA



● 최경주재단이 알아본 ‘될성부를 떡잎’

-골프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4살 때 아버지를 따라 처음 실내연습장에 갔다. 이후에도 종종 구경을 갔는데 자연스럽게 골프가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6살 때 골프 아카데미에 등록했고, 중학생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선수의 길로 접어들었다.”


-학창시절 최경주재단이 점찍은 유망주였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최경주재단의 도움을 많이 받게 됐다. 덕분에 전지훈련도 갈 수 있었고, 여러 대회에도 나갈 수 있었다. 특히 최경주 선배님과 함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를 경험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큰 영광이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많을 듯하다.

“최경주 선배께서 2011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을 우승하신 뒤 치른 이듬해 미국 전지훈련에 동행했다. 그런데 우승자 특권이 대단하더라. 크고 작은 대우가 상상 이상이더라.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꼭 저렇게 멋진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또 최경주 선배처럼 훗날 어려운 후배들을 도울 수 있는 재단을 만들어야겠다는 꿈도 생겼다.”


-염은호라는 이름이 처음 알려진 때는 2014인천아시안게임이었다.

“국가대표 상비군 시절이던 2014년 7월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한 뒤 곧바로 치른 아시안게임 선발전에서도 1등을 차지해 대회에 나서게 됐다. 다시 생각해보면 운도 좋았지만 아쉬운 장면도 많았다. 특히 개인전이 그렇다. 3라운드까지 단독선두를 달리다가 마지막 날 주저앉았다. 결국 부담감을 극복하지 못했다.”


-염은호를 설명할 때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장타력이 빠지지 않는다.

“사실 어렸을 적 내 작은 체구는 늘 콤플렉스였다. 스트레스도 심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정말 열심히 연습했다. 거리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이란 방법은 다 찾아봤다. 그러다보니 중학교 3학년으로 올라가는 무렵에 거리가 늘더라. 한 번에 40~50야드씩 증가했다. 최고 기록은 지난해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서 날린 360야드이고, 평균은 280야드 정도 나온다.”


-앞으로 본인의 활약을 통해 꿈을 키울 수 있는 후배들이 많을 듯하다.

“개막 미디어데이에서도 한 꿈나무가 내게 ‘작은 체구로 어떻게 그러한 장거리가 가능하냐’고 묻더라. 나 역시 책임감 같은 무게를 느낀다. 이제는 프로 무대에서 ‘체구가 골프의 전부는 아니다’라는 사실을 꼭 증명하고 싶다. 골프는 결국 본인 노력에 달렸다는 사실을 말이다.”


● 염은호는?


▲생년월일=1997년 2월 24일

▲신체조건=키 163㎝·몸무게 62㎏

▲출신교=토월초~신성중~신성고~연세대

▲후원사=키움증권

▲프로 데뷔=2015년 KPGA 입회

▲수상 경력=2014년 한국C&T배 전국 중고등학생 골프대회 남고부 개인전 우승·난징하계청소년올림픽 골프 혼성단체전 은메달·인천아시안게임 남자 단체전 은메달, 2018년 KPGA 코리안 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 우승

포천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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