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우의 MLB Tracker] 복귀 앞둔 호세 바티스타로 되돌아본 악동들

입력 2018-04-26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난투극을 벌인적 있는 오도어와 바티스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지난 겨울 메이저리그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는 유례없이 찬바람이 몰아쳤다. 계약 성사 자체가 드물었던 가운데 주목 받은 몇몇 빅딜도 차일피일 지연됐다. 시장에는 미계약자들이 넘쳐났다. 급기야 선수노조가 직접 나서서 미계약자들을 위한 별도의 스프링캠프를 차리기에 이르렀다. 한 시절을 풍미한 거포 호세 바티스타(38) 역시 미계약자 명단에 오래도록 머물렀다. 다행히 얼마 전 애틀랜타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하고 메이저리그 복귀에 시동을 걸고 있다. 늦어도 5월초에는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2004년 볼티모어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에 데뷔한 바티스타는 토론토(2008~2017년)에서 전성기를 보냈다. 2010년 54개, 2011년 43개로 2년 연속 아메리칸리그(AL) 홈런왕도 거머쥐었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는 법. 지난 2년간 급격히 내리막을 탔다. 지명타자제도가 없는 내셔널리그의 애틀랜타에서 재기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의 복귀는 또 다른 측면에서도 눈길을 모으는데, ‘악동의 귀환’이기 때문이다.

호세 바티스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역대급 ‘빠던’의 상징 바티스타

바티스타는 요란한 배트 플립으로 종종 평지풍파를 일으키곤 했다. 국내 팬들에게는 ‘빠던’으로 통하는 ‘야구방망이 던지기’다. 대표적 사건은 2015년 10월 15일(한국시간)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텍사스와의 AL 디비전시리즈 5차전에서였다. 3-3으로 맞선 7회말 3점포를 쏘아 올린 바티스타는 타구를 한참 쳐다보다 배트를 1루쪽으로 ‘투척’했다. 텍사스 선수단은 발끈했다. KBO리그와 일본프로야구에선 배트 플립에 관대한 편이지만, 메이저리그에선 상대를 자극하는 행동으로 간주된다.

그 여파는 이듬해 5월 16일 글로브라이프파크로 옮겨졌다. 8회초 1루서 2루로 거칠게 슬라이딩해 들어가던 바티스타가 그만 텍사스 2루수 루그네드 오도어를 들이받을 뻔했다. 가까스로 바티스타의 살인 태클을 피했지만, 오도어는 분노를 가라앉힐 수 없었다. 말싸움 끝에 오도어의 강력한 오른손 펀치가 바티스타의 안면으로 날아들었다. 마치 ‘다윗과 골리앗’을 연상시키는 반전이었다.

동양인 비하로 물의 빚은 구리엘. 사진출처=MBC SPORTS 방송캡쳐



● 동양인 비하로 물의 빚은 구리엘

바티스타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최근 새롭게 악동의 이미지를 구축한 선수들 가운데는 휴스턴의 쿠바 태생 내야수 율리에스키 구리엘(34)도 빼놓을 순 없다. 지난해 10월 28일 미닛메이드파크에서 벌어진 월드시리즈 3차전 2회말 강판되던 LA 다저스의 일본인 선발투수 다르빗슈 유를 향해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다. 덕아웃에서 자신의 두 눈을 양옆으로 찢던 구리엘의 모습이 카메라에 그대로 포착됐다. 동양인 비하 제스처였다.

인종차별은 미국은 물론 세계 어디에서도 금기시되는 행위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이튿날 곧장 구리엘에게 2018시즌 5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내렸다. 월드시리즈에 미치는 영향을 차단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였다. 결국 휴스턴이 7차전까지 이어진 명승부 끝에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에 성공했지만, 구리엘은 다저스 팬들을 비롯한 동양인 팬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모욕감을 안긴 말썽꾸러기로 남게 됐다.

마르티네스에게 과격한 행동을 당한 돈 짐머 코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벤치 클리어링의 정점 찍은 ‘외계인’ 마르티네스

보스턴과 뉴욕 양키스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앙숙이다. 맞대결을 앞두고는 전운이 감돌 정도로 살벌한 사이다. 양쪽 지역 언론매체들까지 적극적으로 가담한다. 올 시즌 첫 만남에서도 통과의례와 같은 벤치 클리어링을 벌였다. 이달 12일 보스턴의 홈구장 펜웨이파크에서다. 양키스 타일러 오스틴의 발이 발단이 돼 양팀 선수단이 2차례나 벤치를 비웠다.

두 라이벌의 벤치 클리어링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2003년 10월 12일 펜웨이파크에서 펼쳐진 두 팀의 AL 챔피언십시리즈 3차전 때다. 보스턴 선발투수였던 페드로 마르티네스(47)가 양키스 카림 가르시아를 향해 빈볼을 던지면서 난투극을 촉발했다. 마르티네스는 그 과정에서 당시 72세의 돈 짐머 양키스 불펜코치를 땅바닥에 내동댕이쳐 적잖은 파장을 낳았다. 2014년 6월 83세를 일기로 타계한 짐머는 1972년 샌디에이고 감독을 시작으로 반세기 동안 메이저리그의 존경받는 지도자로 살아왔기에 그날 마르티네스의 과격한 패대기는 더더욱 선을 넘은 행동으로 비난 받았다.

정재우 전문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