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와 함께하는 일자리 탐구] ⑤ 경기 기록원

입력 2018-04-2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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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원 KBO 기록위원장은 기록원을 지망하는 젊은이들에게 “평소 애정을 갖고 야구를 많이 보러 다니라”고 조언했다. 사진제공 | 김제원 위원장

■ 김제원 기록위원장 “꼼꼼한 것보다 야구 많이 봐야죠”

17명중 야구선수출신은 4명뿐
KBO 정규직·직급에 따라 보수
“강습회는 꼭…기록원의 등용문”


기록지에 담긴 숫자만 보면 그 경기를 머릿속에 그릴 수 있다. 그래서 기록은 살아 있는 역사다. 이 역사를 전해주는 사람을 기록원이라고 한다.

특히 야구에서 기록은 더 없이 중요하다. 기록원은 투수가 어떤 공을 던졌는지, 타자가 휘두른 공이 어디로 날아갔는지를 빼놓지 않고 적어야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일하는 기록원은 모두 17명이다. 이 중 고교까지 야구를 한 사람은 4명이다. 선수 출신이 아니어도 가능한 직업이 기록원이다. KBO리그 5개 구장은 2인 1조, 퓨처스리그 6경기에는 1명씩 투입된다. 기록원 신분은 KBO 정규직이어서 직급에 맞게 보수를 받는다. 채용은 결원이 생기거나 리그가 확장될 때 뽑는다.

꼭 챙겨야할 건 기록 강습회다. 공식기록법의 보급과 이해를 통한 저변확대가 목적이며, 기록원이 되기 위한 등용문이기도 하다. 전문기록원 양성과정도 있다. 이는 공식기록원 양성과 생활체육야구 기록원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 2011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일하는 기록원은 50명이다. 이들은 임시직이다. 채용은 기록대행업체에서 담당하며, 지역별로 2∼3명씩 뽑는다. 보수는 수기기록원 10만원, 보조기록원 5만원의 일당을 준다.

남자프로농구(KBL)에는 10명의 기록원이 일하고 있는데, 수도권과 남부권으로 나눠서 경기 배정을 한다. 여자농구선수 출신이 많다. KBL에서 공고를 내고, 서류 및 시험을 거쳐 채용하며 기본급 없이 수당을 지급한다.

프로배구의 경우 28명이 등록되어 있다. 경기당 7명이 배정되는데, 기록(3명) 입력(3명) 위치입력(1명)으로 역할을 나눈다. 결원 발생 시 공개 채용한다. 대우는 별도의 연봉 없이 경기당 수당과 출장비를 지급한다.

28년째 현장을 지키고 있는 김제원 KBO 기록위원장을 통해 기록원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김 위원장은 고교까지 선수생활을 했고, 1990년 강습회 수강을 통해 1991년 KBO에 입사했다.

기록원의 자질에 대해 김 위원장은 “기록원은 숫자를 다루는 업무이니 꼼꼼하고 섬세해야하지만, 더 중요한 건 야구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다. 그래서 야구를 많이 봐야한다. 그게 우선이다”고 했다.

심판 판정은 아웃과 세이프로 명확하게 구분된다. 하지만 선수의 안타와 실책은 기록원의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될 수 있다. 이는 곧 개인의 성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따라서 기준을 정할 때 신중해야한다. 김 위원장은 “똑 같은 상황을 놓고도 투수나 타자는 자신에게 유리하게 판단한다. 그래서 기록원이 중요하다”면서 “기록원은 비 시즌 때도 바쁘다. 기록원 사이에 경기를 바라보는 간극을 줄이기 위해 연습경기를 보면서 공부를 많이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선수의 안타와 실책 사이를 판단하는 기록원이 편한 자리는 아니다”고 전했다.

현대 스포츠에서 기록의 비중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특히 야구는 통계학적으로 접근하는 세이버메트릭스가 등장하는 등 일반인들의 관심도 높다. 이 모든 게 공식기록이 기반이 되어야한다는 게 김 위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공식기록을 재가공하는 기록들이 많아진다는 건, 그만큼 공식기록이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대기록이 나왔을 때 기록원으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이승엽의 56호 홈런을 대구구장 현장에서 직접 기록했다. 기록원으로 의미가 있는 현장이었다. 또 사이클링히트나 노히트노런 등 대기록이 나올 때는 긴장도 많이 하지만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는 보람, 자부심 같은 걸 느낀다”고 했다.

그는 기록원을 원하는 이들에게 “야구를 좋아하고, 경기를 보러 다니고, 기록을 해본 친구들이 채용되더라. 채용공고가 난 뒤 그 때부터 준비하면 늦다. 평소 애정을 갖고 야구를 많이 보러 다니라”고 거듭 조언했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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