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용과 박한이가 말하는 베테랑으로 산다는 것

입력 2018-05-1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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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임창용-삼성 박한이(오른쪽).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현대 야구에서 ‘베테랑’이란 단어가 쓰이는 범위는 과거보다 확연히 넓어졌다. 관리, 재활 등 여러 시스템적인 부분에서 눈부신 성장을 이룬 현대 야구는 선수들의 평균 활동 연령을 조금씩 높여왔다. 과거에는 30대 초반만 돼도 베테랑이라는 표현이 붙었지만, 이제는 40대가 넘는 나이에도 현역으로 활약하는 선수들이 많다. 자연스럽게 베테랑이라는 표현의 범주도 넓어져 왔다.

KIA 임창용(42)과 삼성 박한이(39)는 KBO리그에서 ‘베테랑’이라는 표현을 빼놓고는 결코 설명할 수 없는 선수들이다.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하게 맹활약을 펼쳐왔던 이들은 각각 투수 최고령(17일 1군 등록 기준)과 야수 최고령으로 올 시즌에도 필드를 누비고 있다. 두 베테랑의 맹활약은 현재 또는 미래의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좋은 모범이다. 어린 선수들의 롤모델로 가장 많이 꼽히는 두 명에게 KBO리그에서 베테랑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 물었다.

KIA 임창용.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최고령 세이브’ 임창용 “베테랑? 아직 멀었다”

일본과 미국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임창용은 그야말로 ‘살아 있는 전설’이다. 40대가 넘는 나이에도 여전히 시속 150㎞에 육박하는 묵직한 공을 던진다. 엄격한 자기관리의 산물이라 볼 수 있다.

그는 13일 삼성전에서 시즌 첫 세이브를 기록했다. 이전 최영필이 가지고 있던 KBO 최고령 세이브 기록을 새롭게 갈아 치웠다. 41세 11개월 11일이 된 15일에는 또 다시 세이브를 추가하며 자신의 종전기록을 이틀 만에 경신했다.

누구보다 화려하게 관록의 미를 선보이고 있는 그에게 베테랑이란 표현에 대해 묻자 “나는 베테랑이 아니다. 아직도 멀었다. 어릴 때나 지금이나 야구를 하는 것은 항상 똑같다. 굳이 베테랑이고, 나이가 많다고 해서 특별한 대우를 바라지 않는다. 어린 선수들처럼 경쟁력을 갖고 야구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좋다”고 말했다. 베테랑이라는 단어에 국한되기보다 여전히 다른 선수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뛰고 싶어 하는 모습이었다.

삼성 박한이.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야수 최고령’ 박한이 “아직도 시키는 대로 하고 싶다”

박한이는 리빌딩을 선언한 삼성에서 몇 안남은 고참 자원이다. 지난해 부상과 부진으로 잠시 주춤했으나 불과 1년 만에 다시 ‘착한이’ 본능을 드러내는 중이다. 이승엽 마저 은퇴로 빠진 삼성에서 팀 최고참으로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어린선수들에게도 뒤지지 않는 기량의 비결은 나이가 들어서도 ‘들을 줄 아는’ 자세였다.

박한이는 “나이 들수록 하기 싫은 게 많아지더라. 베테랑 대우를 받다 보니 훈련에서 열외가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난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코치님과 감독님의 지도를 받는 편이다. 솔직히 시켜야 하는 성격인데, 지금은 그렇게 하는 게 훨씬 좋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지도자분들은 나보다 더 대단한 커리어를 세웠던 분들이다. 내가 지금에서야 느끼는 것도 이미 한번은 느껴보셨지 않았겠나. 지도를 받는 게 매우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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