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 러시아 리포트] ‘희망도 최악도 모두 남았다!’ 한국축구, 기로에 서다!

입력 2018-06-2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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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희망도 살아있고, 최악의 시나리오도 남아있다.


신태용(48)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이 24일(한국시간) 멕시코와의 조별리그 F조 2차전에서 1-2로 무릎을 꿇었다.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26·토트넘 홋스퍼)의 만회 골로 영패를 모면한 것에 만족했을 뿐, 월드컵 첫 승점 확보에 또다시 실패했다.


고개를 숙인 채 경기장을 빠져나간 태극전사들이 베이스캠프가 마련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는 전세기에 몸을 실은 시각과 거의 동시에 절망 대신, 행운의 여신이 살며시 미소를 보냈다. 소치에서 뒤이어 열린 경기에서 같은 조 독일이 후반 추가시간 터진 토니 크로스(28·레알 마드리드)의 프리킥 결승골에 힘입어 2-1로 이긴 것이다.


조별리그 2차전까지 멕시코가 2승(승점 6)으로 선두를 달렸고, 독일과 스웨덴이 1승1패(승점 3)로 2위권을 형성했다. 한국은 2패로 아직까지 꼴찌. 27일 카잔에서 열릴 ‘디펜딩 챔피언’ 독일과 3차전이 몹시 중요해졌다. 한국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 멕시코가 스웨덴을 잡는다는 가정 하에 우리가 독일을 두 골차 이상으로 누를 경우, 16강에 오르게 된다. 조별리그 순위를 가리는 방식은 승점→골 득실→다 득점→승자 승→페어플레이(카드 관리 등) 순이다.



한 골차 승리도 나쁘지 않지만 셈법은 좀더 복잡해진다. 2-1이든, 1-0이든 우리가 독일을 꺾으면 한 가지 조건이 더 필요하다. 스웨덴의 무득점이다. 다행스럽게도 멕시코가 최선을 다할 이유가 있다. 스웨덴에 패하고 독일이 우리를 제압하면 2승1패로 자칫 3개국이 물고 물려 골 득실과 승자승 등을 따지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력 통과는 아닐지언정 독일전에서 ‘유종의 미’가 아닌 ‘경우의 수’를 따지게 된 건 그나마 긍정적이다. 어차피 우리만 ‘경우의 수’를 따지는 것도 아니다. 멕시코전이 끝난 뒤 스타디움 미디어센터(SMC)에 남아 독일-스웨덴전을 주변 곳곳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으로 초조하게 지켜보던 대표팀 동행 취재진은 크로스의 극적인 골이 터지자 일제히 함성을 내지르며 잠시나마 우울한 기분을 달랬다. 또한 우리가 독일을 누르고 16강에 진출할 수 있다는 행복회로를 작동시켰다. 반면 멕시코 기자들은 자국의 승리에 충분히 행복해하면서도 다소 씁쓸해하는 표정이었다.


굳이 희박한 가능성을 찾는 것 이외에도 태극전사들이 잘해야 할 이유는 또 있다. 우리가 역대 월드컵에서 3전패로 예선 탈락한 기억은 1990년 이탈리아대회가 유일하다. 선전한 1994년 미국대회를 기점으로 꾸준히 승점을 확보하면서 팬들에게 큰 위안을 안겨줬다.


손흥민의 멋진 중거리포가 터질 때만 해도 굉장히 조마조마했다. 선수들이 자포자기할 수 있다는 시선도 분명 존재했다. 한술 더 떠 무득점 3전패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차가운 기류가 그라운드를 지배하고 있었다. 다행히 최악의 부담은 덜어냈다. 3차전 독일전에서 극적인 반전을 기대해 본다.


로스토프나도누(러시아)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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