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의 스포츠에세이] 운동선수 병역특례법 손볼 때가 됐다

입력 2018-07-1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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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의 대들보인 손흥민에게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은 병역특례를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아시안게임 남자축구대표팀의 성적에 벌써부터 커다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운동선수의 병역특례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에 대한 여론은 팽팽하다. 스포츠동아DB

최근 운동선수의 병역특례를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개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병력특례가 이슈로 떠올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관련 글들이 여러 건 올라와있다.

운동선수에게 20대는 자신의 주가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시기다. 한편으로는 국방의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나이다. 이 상충된 매듭을 풀기가 쉽지 않다.

운동선수 병역특례가 도입된 배경이다. 이는 체육 분야의 특기를 가진 사람에게 현역 군 복무 대신 공익근무요원으로 활동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다. 올림픽에서 3위 이내,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하면 가능하다. 월드컵은 해당되지 않는다. 2002년 월드컵 4강으로 박지성, 이영표 등이 군 면제를 받은 건 국회 특별법 제정을 통해 인정된 예외 사례다. 병역특례를 받은 이들은 4주간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해당 분야에서 2년 10개월의 의무종사기간만 채우면 된다.

현재 축구 종목이 뜨겁다. 시선은 손흥민(토트넘)에게 쏠린다. 그는 절실하다. 1992년 7월생으로 올해 만 26세인 손흥민은 27세가 되는 내년 7월까지 병역특례를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복무요원이 된다. 고등학교 중퇴인 손흥민은 병역법상 보충역으로 편입되는데, 대부분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을 마친다. 이번 아시안게임이 병역특례의 마지막 기회다.

그는 대표팀 엔트리(20명)에 와일드카드로 뽑혔다. 아시안게임 출전연령은 23세 이하다. 여기에 23세를 초과하는 3명의 와일드카드를 넣을 수 있다. 손흥민은 동갑인 황의조(감바 오사카), 1991년생 조현우(대구)와 함께 선발됐다. 이들의 공통점은 군 미필이라는 점이다. 다분히 병력특례를 감안한 발탁이다.

이런 까닭에 정작 아시안게임은 안 보이고, 손흥민과 군 문제만 부각된다. 황의조 선발 논란을 별개로 하더라도 한 개인의 병력특례 여부에 지나칠 정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신들도 손흥민의 군대 문제를 다룰 정도다.

축구뿐 아니다. 야구에서도 나이 꽉 찬 선수를 아시안게임 대표팀 엔트리에 넣어 뒷말이 무성하다.

병력특례와 관련된 찬반 여론은 비슷하게 나온다. 최근 리얼미터가 조사한 운동선수 병역특례 범위 확대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찬성한다’는 응답이 47.6%, ‘반대한다’는 응답이 43.9%로 각각 나왔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팽팽하다.

찬성하는 쪽은 국위선양을 얘기한다. 이들은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뛰고 있는 운동선수를 배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002년 월드컵 4강이나 2012년 런던올림픽 축구 동메달이 전해준 감동은 결코 잊을 수 없다.

반대하는 쪽은 평등에 무게를 둔다. 국방의 의무를 다해야 하는 징병제 아래에서 특정 선수에게 혜택을 주는 게 정당하냐는 논리다. 일반인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거론한다.

둘 다 맞는 말이다. 다만 병역특례가 현실에 맞게, 그리고 우리의 감정에 부합되게 운영되는지는 한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제 오직 1등에게만 열광하는 시대는 지났다. 금메달만 바라지 않는다. 은메달과 동메달을 따고도 고개를 숙이는 전근대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얘기다. 우리는 메달 색깔보다는 그들의 땀과 열정에 더 큰 박수를 보낸다. 그만큼 우리의 시민의식은 성숙했다.

이는 제도를 손봐야 하는 이유다. 구기종목의 와일드카드가 더 이상 병역특례를 받기 위한 도구로 전락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일각에서 제안한 누적점수(포인트)는 합리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대회 규모와 메달 획득여부 등에 각각 포인트를 매기는 방식이다. 선수들이 흘린 땀의 양을 계량화하자는 것인데, 한 대회만을 놓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 나라를 위해 꾸준히 헌신해온 선수들에게 유리하도록 손질하자는 내용이다. 여러모로 설득력 있게 들린다.

이 제안뿐 아니라 더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공개적인 대화의 장을 만들 필요가 있다. 국가도, 선수도, 팬도 모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 한국 스포츠의 패러다임을 바꿔보자.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체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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