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부터 자카르타까지…야구 드림팀 스토리

입력 2018-08-1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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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개막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프로 선수들로 구성된 드림팀을 파견해 아시안게임 3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한다. 사진은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뒤 기뻐하는 선수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1998년. 한국야구가 기억해야 할 순간이다. 한국야구는 1998년을 시작으로 국제대회에서 빛나는 성적을 이어왔다. 국가대표팀의 활약은 KBO리그의 흥행으로 곧장 이어졌다. 대한민국야구 대표팀은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일본, 쿠바, 미국을 상대로 승리했고, 이는 리그확대, 연이은 새 야구장 건설 붐으로 번졌다.

1998년은 프로야구 선수들이 태극마크를 달고 정식 국가대표로 선발돼 국제대회에 출전한 첫 해였다. 응원하는 팀 선수 뿐 아니라 미워했던 경쟁 팀 선수도 국가대표가 되는 순간 ‘우리 선수’가 됐다. 팬들은 프로선수들이 모인 대표팀을 ‘드림팀’이라 불렀고, 푸른색 유니폼은 이제 한국야구의 상징이 됐다.

한국 야구대표팀 선수들이 1998 방콕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출발 드림팀 1998 방콕아시안게임

야구는 1994년 히로시마아시안게임에서 처음 정식종목이 됐다. 한국은 대학선수 위주로 대표팀을 구성했다. 결과는 은메달. 일본과 결승전에서 5-6으로 패했다. 2년 뒤 1996 애틀랜타 올림픽에 출전한 야구 대표팀은 1승6패로 무너졌다.

한국야구의 위기였다.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그동안 반목과 갈등을 이어왔던 프로와 아마추어는 손을 잡았다. 대표팀 전체 22명 중 12명을 프로선수로 선발했다. 전원 병역미필선수로 동기부여가 컸다. 당시 인하대를 이끌었던 주성노 감독 등 코칭스태프 전원은 아마추어 지도자였다.

선수 구성은 화려했다. 박찬호(LA 다저스), 서재응(뉴욕 메츠) 두 명의 해외파와 함께 임창용(해태), 김동주, 진갑용(이상 OB) 박재홍(현대), 김원형(쌍방울) 등 리그를 대표하는 젊은 선수들이 모였다. 드림팀1기로 불린 대표팀은 결승전에서 일본에 13-1, 7회 콜드게임승을 거두고 금메달을 걸었다.

2년 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는 투수 정대현(경희대)을 제외한 전 선수단이 프로 선수로 구성됐다. 동메달 결정전에서 구대성의 역투로 일본에 승리하며 값진 올림픽 첫 메달을 품었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역시 프로 21명, 아마 1명으로 대표팀이 꾸려졌다. 일본도 프로 유망주를 파견했다. 대만은 미국 마이너리그 선수들을 소집했다. 만만치 않은 전력이었지만 결승전에서 송진우(한화)가 마지막 1.2이닝을 지키며 4-3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대표팀 선수들이 조범현 감독을 헹가래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위대한 도전 WBC와 올림픽

드림팀은 2003년 삿포로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2004 아테네올림픽 예선)에서 3위에 그쳤지만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7명의 해외파가 합류 미국, 일본, 멕시코에 승리하며 4강 신화를 이뤘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는 일본과 대만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지만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프로선수들이 참가한 일본, 아마추어 최강국 쿠바를 꺾고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특히 9전승 우승이었다는 점에서 더 큰 가치가 있었다.

2009년 WBC 때는 감독선임 선수선발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지만 김인식 감독이 준우승을 이끌며 한국야구의 위상을 한껏 높였다.

제1회 WBC전까지 한국야구는 메이저리그 마이너리그의 더블A수준으로 평가됐지만 A대표팀만큼은 세계 어느 팀과도 싸워 이길 수 있다는 저력을 보여줬다,

2009 WBC까지 이어진 대표팀의 활약은 NC와 KT의 창단, 광주와 대구의 신축구장 건설, 전국의 리틀야구 붐 등 한국야구의 새로운 르네상스를 열었다.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2010광저우 대회 때 조범현 감독이 이끈 대표팀이 4년 전 도하의 치욕을 씻고 금메달을 되찾았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2회 연속 우승에 성공했고, 2018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3연패에 도전한다.

한국은 2013, 2017 WBC에서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이번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더 목마른 이유다. 또한 이번 아시안게임은 2020도쿄올림픽, 2021WBC까지 이어지는 굵직굵직한 국제대회의 새로운 출발선이기도 하다.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이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이라는 악재를 넘어선다면 또 한 번 한국야구 드림팀의 시대를 열 수 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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