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마운드 ‘미래’ 고우석이 박병호를 상대로 확인한 숙제

입력 2018-09-1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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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 고우석은 팀 내 토종투수 가운데 가장 빠른 구속을 자랑한다. 직구 평균 시속 147.9km이다. 아픔도 있지만 LG가 차세대 마무리로 점찍을 만큼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사진제공|LG 트윈스

투수의 자존심은 구위에 달렸다. 150㎞대의 빠른 공을 지닌 투수라면 그를 뒷받침할 제구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LG 트윈스 고우석(20)은 팀 내 토종 투수들 가운데 공의 속도가 가장 빠르다. 올 시즌 직구 평균 구속은 시속 147.9㎞다. 그는 ‘끝판 대장’ 오승환(콜로라도 로키스)과 견줘 LG가 차세대 마무리로 육성중인 불펜 자원이다. 프로 2년차인 올 시즌 평균자책점은 18일까지 5.75를 기록 중이지만, 61이닝을 책임지며 자신의 색깔을 찾고 있다.

최근 그는 홈런 타자 박병호(넥센 히어로즈)에게 호되게 당했다. 11일 잠실 경기에서 1-2로 뒤진 9회 솔로 홈런을 허용했다. 앞서 박병호를 상대로 삼진(6월 2일), 볼넷(8월 12일)을 기록했던 고우석은 이날 구종 선택을 달리했다. 제1, 2구종인 직구와 슬라이더를 적절히 섞어 박병호를 상대했던 이전의 맞대결과는 달리 150~151㎞ 직구만 4개를 연달아 던졌다. 박병호는 2B-1S에서 4구째 한 가운데 몰린 공을 중월 홈런으로 연결했다. LG는 1-3으로 졌다.

벤치의 진단은 불안한 제구였다. 강상수 투수 코치는 “내리 직구를 던진 것, 홈런을 맞은 것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제구력에 대한 아쉬움이 분명히 있었다”며 “150㎞를 던지더라도 가운데에 던지는 것과 코너에 던지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네가 더 정교해져야하지 않겠느냐’고 이야기 해줬다”고 말했다. 류중일 감독도 “빠르지만, 공의 회전력이 떨어진다. 제구를 비롯해 타석에서 타자가 느끼기에 150㎞다운 공을 던져야한다.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본인이 가장 큰 아쉬움을 느꼈다. 고우석은 “초반에 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갔으면 괜찮았을 텐데, 연달아 볼을 던진 내게 포수인 (유)강남이 형도 변화구 사인을 내기는 버거웠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이에 유강남은 “무리수가 있었다. 변화구 하나는 섞었어야 하는데, 내 실수”라며 후배를 감쌌다.

실패와 성공 모두 값진 공부다. 충암고 1~2학년 시절 무릎 십자인대 부상으로 공백기를 가졌던 그는 프로에 와서야 본격적인 투수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강 코치는 “제구는 손끝 감각이다. 아직 자기 것이 없다. 여기서 공을 놓으면 어느 쪽으로 간다는 감각이 부족하다. 공을 많이 던지면서 느껴야한다”고 조언한 뒤 “직구 제구력을 잡는 것과 직구를 뒷받침 해줄 변화구를 연습하고 있다. 작년보다는 안정감이 많이 생겼다. 차근차근 올라가는 단계”라고 믿음을 보냈다.

2013년 삼성 라이온즈 소속이던 오승환은 박병호와 직구로 거센 신경전을 벌였다. 당시 박병호는 초구 직구로 오승환이 그해 허용한 홈런 4개 가운데 하나(7월 27일)를 챙겼다. 오승환은 이후 박병호를 다시 만나 9구 연속 직구 승부로 땅볼(9월 21일)을 유도해 자존심을 되살렸다.

비싼 수업료를 냈다. 고우석은 “다음엔 헛스윙 세 개로 박병호 선배를 잡겠다”고 했다. 유강남이 옆에서 말을 보탠다. “LG에서 제일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다. 자존심을 살리겠다.” 단단해진 둘은 “(박병호를 다시 만나면) 뭘 던질지 모른다. 슬라이더, 커브만 던질 수도 있다”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주고받았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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