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듯 같은 한용덕 vs 장정석의 ‘선 굵은 야구’

입력 2018-10-1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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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한용덕(왼쪽) 감독과 넥센 히어로즈 장정석 감독이 18일 대전 모임공간국보 대회의실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나란히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대전|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넥센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가 만난 올해 준플레이오프(준PO)의 향방을 가를 핵심적 포인트는 여럿이다. 그 가운데 하나로 넥센 장정석(45) 감독과 한화 한용덕(53) 감독의 지략대결을 빼놓을 순 없다. 사령탑으로는 처음 포스트시즌을 경험하고 스몰볼보다는 선 굵은 야구를 선호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지만, 각기 걸어온 야구인생은 판이하기에 궁금증을 더하는 대결이다.

한화를 11년 만에 가을잔치로 이끈 한 감독은 ‘레전드’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순탄치 않은 아마추어 시절을 거쳐 빙그레(현 한화)에 입단한 1988년부터 은퇴한 2004년까지 프로 17시즌 동안 482경기에서 120승118패24세이브11홀드, 평균자책점(ERA) 3.54를 올린 대투수다. 선수생활을 마친 뒤에도 지도자로만 한 우물을 파며 한화와 두산 베어스에서 감독대행을 역임하기도 했다. 사령탑 데뷔 시즌인 올해 투수 전문가다운 치밀하면서도 장기적인 마운드 운용을 바탕으로 한화를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정규시즌 3위로 이끌었다. 지난해까지 ‘혹사’라는 단어가 익숙했던 한화 마운드를 긴 호흡으로 운영해 올 시즌 팀 ERA 2위(4.93), 불펜 ERA 1위(4.28)로 변모시켰다.

장 감독은 1996년부터 2003년까지 현대 유니콘스와 KIA 타이거즈에서 통산 580게임에 출장해 타율 0.215, 7홈런, 75타점을 기록한 야수 출신이다. 은퇴 후 프런트로 변신해 선수단을 뒷바라지하는 매니저를 비롯한 주요 보직을 맡다가 코치 경력도 없이 지난해부터 감독으로 넥센을 지휘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가을야구 문턱에서 좌절(정규시즌 7위)했으나, 거포 박병호가 복귀한 올해는 시즌 도중 선수단 안팎의 어수선한 사건·사고에도 불구하고 포스트시즌 진출을 달성하는 수완을 발휘했다.

선수로 남긴 족적은 상이하지만, 감독으로서 경기를 풀어나가고 장기레이스인 정규시즌을 꾸려나가는 스타일에선 비슷한 구석이 많이 발견된다. 선수들에게 믿고 맡기는 편이다. 대표적 사례로 희생번트 횟수를 들 수 있는데, 올 시즌 한화와 넥센이 가장 적었다. 한화가 31개, 넥센이 32개로 10위, 9위다. 1위 삼성 라이온즈(57개), 2위 KIA(56개)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장 감독은 16일 KIA와 맞붙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도 5회말 보내기번트 대신 위장번트(페이크번트&슬래시)로 빅이닝(5득점)의 발판을 마련했다.

일단 장 감독은 포스트시즌의 첫 관문인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성공적으로 통과했다. 한 감독은 이번 준PO를 통해 신고식을 치른다. 포스트시즌 경험 초보 감독들끼리의 대결로는 2011년 삼성 류중일 감독과 SK 와이번스 이만수 감독대행의 만남 이후 7년 만이다. 과연 어느 감독이 웃으면서 SK가 기다리고 있는 PO로 올라설지 궁금하다.

정재우 전문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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