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의 가을통신] ‘신데렐라’ 넥센 김규민의 눈물과 진심

입력 2018-10-1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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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김규민. 스포츠동아DB

넥센 히어로즈의 2018시즌 정규시즌 성적(4위·75승69패)은 기적과 같은 일이다. 수많은 악재를 딛고 포스트시즌(PS) 진출에 성공했다. 그 기적을 가능케 한 원동력 가운데 하나가 바로 ‘깜짝 스타’의 발굴이다. 입단 7년차 김규민(25)도 그중 한 명이다. 지난해까지 1군 출장 14게임이 전부였던 무명선수가 올 해 104경기 타율 0.295(298타수88안타), 3홈런, 40타점, 출루율 09.361, 득점권타율 0.397의 성적을 거두며 반전 드라마를 썼다. 9월 이후 다소 페이스가 떨어져 고전했지만, ‘선수가 없는’ 상황에서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역할을 해냈음은 그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어쩌면 데뷔 첫 PS 엔트리 진입은 당연한 결과였다.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본인은 PS 엔트리 진입을 장담할 수 없었단다. “막판에 성적이 안 좋았다. 엔트리에 들지 못해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했다. 내가 체력관리를 제대로 못 한 탓이다. 더 꾸준하게 하지 못한 게 가장 아쉽다”고 냉정하게 돌아봤다. 사실 김규민의 올 시즌 목표는 간단했다. 1군에서 지난해(14경기)보다 많은 경기를 소화하는 것이었는데, 목표를 초과 달성한 셈이다. 그는 “감사할 뿐이다. 얻은 게 정말 많은 시즌이고, 내 야구 인생을 통틀어도 의미가 크다”고 힘주어 말했다.

고비도 있었다. 넥센이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AG) 직전 10연승을 달성한, 8월14일 대구 삼성전이었다. 좌익수로 교체출장해 평범한 뜬공을 놓쳤다. 두 차례 수비 실수도 있었다. 팀의 연승을 가로막을 뻔했다(11-10 승). 그 누구라도 평정심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 김규민은 많은 눈물을 흘렸다. “솔직히 그날 경기 끝나고 정말 많이 울었다. 야구 하면서 가장 서러웠던 순간 중 하나다. ‘이것밖에 안 되나’ 싶었다.”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김규민처럼 1군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에게 이 같은 상황은 사실상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스스로도 “당장 2군행을 통보받아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장정석 감독은 그를 감쌌다. “팀이 이겼으면 된 거다. 네가 올라와서 해준 게 있는데.” 김규민이 지금까지 기죽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경험의 중요성을 몇 번씩 강조했다. 2군 시절 “네가 못 하는 게 아니라 경험이 부족한 것”이라는 말을 들었던 그에게 이번 PS는 돈 주고도 못 살 값진 자산이다. “2016시즌 2군에서 타율이 0.207이었다. 그렇게 경험을 쌓고 지난해 2군 성적(타율 0.320)이 좋아졌고, 1군에서도 뛰어봤다. 그리고 올해 발전했다. 1군 선수들이 어떻게 뛰는지 알게 됐다. 경험만큼 큰 수확은 없다.” 그렇게 김규민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전|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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