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식의 진심 “최강희 감독, 이동국, 그리고 전북 구단은…”

입력 2018-12-1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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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식 전북현대 코치에게 2018년 겨울은 ‘이별의 계절’이다. 현역 황혼기부터 코치 초년병 시절까지 10년간 함께 해온 최강희 감독이 중국으로 떠났다. 김 코치는 전북에서 보낸 10년을 회상하며 다음 10년을 기약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전북 현대 김상식(42) 코치의 선수 때 별명은 ‘독사’였다. 유머와 재치가 넘치고 늘 친근하다고 해서 ‘식사마’(배용준의 욘사마에 빗댄 애칭)로 불리기도 했지만 경기장에만 들어서면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깐깐한 수비수였다. 강력한 대인 방어와 악바리 정신은 정평이 났었다. 1999년 입단 때부터 주전으로 활약하며 성남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하지만 위기가 찾아왔다.팀 리빌딩 과정에서 노장 취급 받으면서 이동국(39)과 함께 방출됐다. 2009년 새로 둥지를 튼 곳은 전북이다. 한물 간 듯 했지만 그는 악바리 정신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전북에서 5시즌을 더 뛰며 선수로서 정점을 찍었다. 또 지난 5년은 코치로서 전북 왕조를 구축하는데 큰 힘을 보탰다. 전북에서 보낸 10년은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한 선수였고, 코치였다.

올 연말 변화의 물결이 몰려왔다. 최강희(59) 감독이 중국 리그로 떠났고, 포르투갈 출신의 조제 모라이스(53) 감독이 전북의 지휘봉을 잡았다. 김 코치는 낯선 환경에서 새 시즌을 맞는다. 새 감독의 스타일에 맞춰야하고, 그의 역할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다.

김 코치는 10년의 세월을 일단락하면서 전성기를 함께 한 최강희 감독과 절친 이동국, 그리고 전북 구단과의 소중한 인연을 솔직하게 들려줬다.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김 코치의 1인칭으로 싣는다.

최강희 감독과 김상식 코치(오른쪽). 스포츠동아DB


● 최강희 감독과 함께 한 10년의 추억

성남에서 밀려난 10년 전 서울 목동의 한 커피숍에서 감독님(최강희)을 만났다. 자신의 선수 시절 얘기를 들려주면서 우리 축구계도 고참 선수들을 대우해주는 풍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하셨다. 그게 마음에 들었다. 전북은 절대 야박하지 않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같이 좋은 팀을 만들어보자고 했다. 그렇게 사제의 인연을 맺었다.

감독님은 내게 ‘등대’ 같은 존재다. 내가 갈팡질팡할 때 이끌어주신 분이다. 또 선수로, 지도자로 나아갈 방향을 잡아주시고, 불빛을 비춰주신 분이다.

감독님은 나를 인정해주셨다. 리그 우승을 했던 2009년엔 내가 주장이었는데, 이동국이 MVP를 탔지만 감독님은 숨은 MVP로 나를 치켜세워주셨다. 2011년 우승 때도 마찬가지였다. 우승의 숨은 공로자라고 평가해주시는 그 마음이 너무도 고마웠다. 선수는 인정을 받을 때 더 힘이 난다.

감독님은 무뚝뚝해 보이지만 내면에는 정이 많다. 자상하고, 섬세하다. 선수와 ‘밀당’(밀고 당김)도 잘 한다. 또 냉철하다. 우리 팀이나 상대팀 전력을 파악하고 멤버를 짤 때 보면 정말 탁월한 것 같다.

이제 중국으로 떠나신다. 14년간 고생 많으셨고, 또 많은 걸 이루셨다. 여기 남은 사람들은 감독님을 아쉬워한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을 선택한 걸 존중한다. 중국 가서도 좋은 팀 만들어 우승도 하시고,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우리와 마주쳤으면 좋겠다.

전북 이동국.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 죽마고우 이동국

이동국과의 첫 인연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다. 나는 와일드카드로 합류했다. 당시는 서먹한 사이였고, 대표팀에 소집돼 가끔 만났다. 2002년 월드컵에서 우리 둘은 아픔을 겪었다. 둘 다 엔트리에서 탈락한 것이다. 그 후 상무에서 2년간 같이 지냈다. 동병상련 같은 게 있었다. 그 때 많이 친해졌다.

이동국은 ‘죽마고우’다. 나이로는 내가 선배이지만 동국이 한테 배울 게 많다. 동국이도 나를 친구처럼 대해준다. 20년 가까이 다툼 없이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곁에서 본 동국이는 생각이 굉장히 긍정적이다. 체력도 타고 났다. 잘 먹고, 잘 자는 선수다. 그게 장점이고 큰 복이다. 그 덕분에 지금까지 왕성하게 뛰고 있다.

그는 축구선수이자 방송에 출연하는 연예인이다. 그런데 요즘 주로 만나는 사람은 예전에 같이 운동했던 동료들이다. 의리가 있다. 항상 친구들을 챙기는, 괜찮은 인간성이다.

40세에도 뛰는 동국이에게 따로 말해 줄 건 없다. 자기관리가 철저하다. 내가 해주는 건 그가 편하게 운동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렇게 1년, 2년 더 운동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북 김상식 코치. 스포츠동아DB


● 지난 10년과 앞으로 10년을 함께할 전북

전북에 온 건 전화위복이다. 꼭 재기를 하고 싶었다. 성남이 보란 듯이 당당히 서고 싶었다. 다행히 전북에 와서 잘 풀렸다. 2009년 K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성남과 맞붙어 이겼는데,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나와 전북은 궁합이 잘 맞는 것 같다.

전북은 같은 꿈을 꾸면서 같이 걸어 온, 그리고 걸어 가야할 ‘길’ 같은 존재다. 지난 10년간 우승도 하고 좌절도 하며 희로애락을 함께 했다. 이제 앞으로 10년을 어떻게 함께 걸어갈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큰 집과 정원이 마련됐다면 누군가는 나무도 심고, 물도 주고 해야 하는데, 그게 내가 해야 할 역할이 아닌가 싶다.

김 코치는 모라이스 감독과 손잡고 2019년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감독과 선수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 외국인 감독이기에 더 노력해야한다. 그는 “최강희 감독님이 쌓아놓은 큰 업적에 절대 누가 되지 않도록, 또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도록 닥공2(닥치고 공격)를 잘 만들어 가겠다”고 다짐했다.


● 김상식


▲ 생년월일=1976년 12월 17일 ▲ 출신교=경남공고~대구대 ▲ 선수 경력=성남 일화(1999~2002년, 2005~2008년) 상무(2003~2004년) 전북 현대(2009~2013년) ▲ 프로통산 성적=458경기출장 19골·17도움 ▲ 대표 경력=시드니올림픽(2000년) 독일월드컵(2006년) 아시안컵(2007년) ▲ 지도자 경력=전북 코치(2014~현재)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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